선거기탁금제
  • 우정제.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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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국회의원 선거기탁금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3월 11일 광역의회의원 선거기탁금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5월 국회에서 이 제도의

노르플랜트 피임법은 국내 의학계에도 알려져 있지만 시술한 적은 없다. 이 피임법이 실용되려면 일정량의 실라스틱에서 여성호르몬이 체내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편집자주>

찬.  박윤흔 경희대 교수.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서울대 법대졸업. 고려대 법학박사

● 선거기탁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경제력이 없는 사람의 출마가 사실상 원천봉쇄될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상 선거기탁금 문제를 논할 때는 출마자의 동기를 감안해야 한다. 출마자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출세욕 명예욕 때문에 정치계의 문을 두드리는 게 현실 아닌가. 만약 기탁금제도를 없앤다면 안나갈 사람까지 선거에 출마한다. 감투나 한번 따보려고 출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후보자의 난립이 선거제도 자체를 위협할 것이다. 이를 막을 최소한의 여과장치가 바로 선거기탁금제도이다.

● 추천인 숫자를 늘리는 등 합리적 방법으로도 후보자의 난립을 막을 수 있지 않은가.
 추천인 숫자를 늘리는 방법은 사전선거운동을 부추기는 행위이다. 후보자가 추천을 받는다는 명분으로 일부러 유권자의 집을 방문하여 금품을 뿌리거나 탈법행위를 할 여지가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 정당후보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기탁금제도가 집권세력과 야당 등 이른바 제도정치권의 기존권익을 수호하는 데 이용돼 정치신인과 비판세력의 진출을 억제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
 이 제도가 암암리에 그렇게 이용됐을 가능성도 있으나 헌법상으로는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가 정당정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국가의 다수가 정당정치를 지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원적인 국민의 이해관계가 정당제도를 통해 정치에 반영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이다. 따라서 정당제도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

● 기탁금제도가 입후보의 자유와 기회균등을 보장한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의 최대 인원이 16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자가 16명을 넘으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기탁금제도가 있는데도 국회의원선거에 16명이 출마했는데 그것마저 폐지된다면 선거를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후보자가 난립하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총투표율의 십분의 일 만큼도 지지를 못얻은 의원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참정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공공복리와 질서유지 차원에서 본질적 침해가 안된다면 제한이 가능하다. 현재의 기탁금제도는 참정권의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원만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도록 보조하는 법적장치라고 봐야 한다.

●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제도와 광역의회 후보자 기탁금제도가 ‘헌법 불합치’라는 판정을 내렸다. 어차피 기탁금제도는 개선 내지 전면 폐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헌법학자들의 주장은 대부분 독일이나 미국의 법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기탁금제도 만큼은 우리의 정치현실을 고려한 상태에서 운영돼야 한다. 만약 기탁금제도가 없어진다면 막대한 선거비용은 누가 부담하란 말인가. 한 정치인의 야망을 성취하는 데 국민이 낸 세금이 쓰여질 것이다. 현행법상 일정한도의 투표율을 확보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난 후에 기탁금을 되돌려 준다. 일정한도의 지지조차 받지 못한 후보자는 국민을 혼란시킨 책임이 있으므로 기탁금을 되돌려주지 말아야 후보의 난립을 막을 수 있다. 기탁금제도는 헌법학자들이 거론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기탁금제 자체가 위헌이라기보다는 현재의 금액을 합당한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것이다.

●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의회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도 기탁금이 30만원 정도로 형식적인 액수에 불과하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
 후보자의 민주적 자질이 제대로 갖춰지고 우리의 사회구조가 보다 민주적으로 개선된다면 후보자 난립이 큰 물의를 빚지 않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정당제도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다음 정당추천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게 안된다. 과거 선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는 것을 수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이번 기초의회선거에서도 공공연히 “내가 어떤 당 후보이다”라고 밝히는 출마자를 봤다. 당선을 위해서 불법인지 뻔히 알면서도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적인 정당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기탁금제도는 현행대로 존속시켜야 한다.

반.  정인봉 변호사. 평민당 당무지도위원. 서울대 법대 졸.

● 기탁금제도는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우선 후보자 난립이라는 말 자체가 편견이다. 국민을 위해 공무를 담임할 후보자가 여러명 나오는 것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금전적 제약을 통해 다수 후보자의 참여를 방지하려는 의도는 기성정치인과 가진 자들의 구태의연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 기탁금제가 민주선거를 효과적으로 성취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과거 선거를 통해 우리가 경험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기탁금을 손쉽게 납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입후보하여 돈이 당락을 좌우하는 풍토가 유행하게 되고, ‘선거’하면 곧 금권선거 타락선거를 연상하는 사회풍조가 만연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돈 없는 사람을 정치참여의 기회로부터 완전히 배제시킴으로써 선거와 정치제도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 또한 제도정치권을 부정하는 재야 정치세력의 계속적인 도전에 직면케 되었다.

●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기탁금제 자체를 전면부정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때 내야 하는 1~2천만원의 기탁금이 과연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할 만큼 과중한 액수인가.
 현행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액수는 89년 5월 말 현재 국민 1인당 평균 저축액인 약 7백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서, 없는 사람의 참정권을 충분히 제한할 정도의 과중한 액수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일정액의 기탁금으로 제한하려는 발상은 사라져야 한다. 더구나 이 제도가 유신 이후 제4공화국 하에서 입법한 선거법에 의해 처음 시행됐다는 사실로 보아도 기탁금제도는 권의주의적 통치형태와 맥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 기탁금을 내지 않는다면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
 그편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사용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일 아닌가. 지금도 국민의 세금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직원봉급과 운영비가 지급되고 있다. 선거행정에만 국민의 세금이 사용될 수 있고 선거의 주체인 후보자 및 선거 자체를 위해서는 사용될 수 없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힘들다.

● 13대 총선에 출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탁금제에 대한 체험적 견해를 들려달라.
 본인의 경우 87년 3월 변호사를 개업, 1년만에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고소득층이라 할 변호사인 나로서도 기탁금 1천만원은 엄청난 부담이었다.(신민주공화당의 공천을 받아 종로에서 출마). 우리 이웃이 한번의 출마를 위해 1천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부패정치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 기탁금제의 폐지만으로 가난한 이웃의 정치참여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청렴하게 선거를 치뤘다고 자부하는 후보들도 기탁금의 10배 정도를 선거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현상이 정치와 연관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는 마땅히 정치를 육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든 일정수의 유권자의 추천을 받은 무소속 후보자든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정치를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예산으로 후보자들이 아무런 경제적 부담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서 기초회의는 제외되었다. 기초의회의원 기탁금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91년 5월 말까지 기탁금제도의 전면폐지를 포함, 새로운 입법을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기초?광역의회의원 및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기탁금제도는 전면폐지되어야 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국가가 기탁받은 금액은 후보자에게 전액 반환되어야 할 것이다.

● 기탁금제를 대신할 대안은 무엇인가.
 그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주권의 원리에 실질적으로 배치되는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속정당의 후보자가 중앙당의 공천이 아닌 지구당의 경선을 통해 출마할 수 있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소위 ‘무자격자’의 ‘난립’은 방지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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