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실력 나올 수 있다”
  • 나가오카.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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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여자팀 양측 감독 단독 인터뷰

 황건동 남자팀감독(48·북)과 윤상문 여자팀감독(43·남)은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10년지기이다. 남과 북의 사령탑으로서 지금까지 7차례 국제대회에서 맞서오는 동안, 한때는 멱살잡이에 주먹다짐까지 벌이던 ‘앙숙관계’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북경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만나 두사람은 화해를 하고 이제는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관계’로 변했다. 그때 두사람은 “기필코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함께 중국을 꺽자”고 다짐했었다.

 그 다짐이 실현돼 두사람은 각각 탁구단일팀의 남녀사령탑이 되어 지난 3월25일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지금 두사람은 ‘타도 중국’뿐만 아니라 ‘종합우승’을 목표로 선수훈련과 작전짜기에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을 함께 보내고 있다.

 윤감독은 지난 3월31일 나가노시의 워싱턴호텔에서, 황감독은 4월1일 나가오카시로 이동하는 신칸센열차 안에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황건동 남자팀감독

●탁구단일팀이 구성된 데에 대한 소감은?
 평소 소망해왔던 단일팀이 구성되어 뛸 듯이 기뻤다. 이것은 비단 북남 탁구인들의 소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7천만겨레의 뜨거운 성원탓이라고 생각한다.

●남자팀감독을 맡은 소감은?
 내 평생 가장 영예스러운 자리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내 일생의 절정기이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첫 단일팀이라 어려운 문제도 많을텐데….
 온 겨레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든 줄을 모르겠다. 단장·총감독·윤감독과 모든 일을 같이 상의해 처리하고 있다.

●선수들과는 호흡이 잘 맞고 있는지, 예를 들면 언어소통 같은 것에 장애는 없는가?
 북과 남의 선수를 평등하게 다루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두 형제·동생, 스승·제자 관계가 아닌가. 북남간 탁구용어의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 잘 해결될 것이다.

●앞으로의 훈련계획은?
 지금 온 겨레의 시선이 단일팀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정신적 부담감을 하루빨리 떨쳐버리고 (메달의)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바꿔갈 수 있는 훈련을 추진하겠다.

●본대회에서의 경기전망은?
 북과 남이 하나가 되어 전력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1등의 전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자팀의 객관적인 전력은 스웨덴·중국에 이어 3위이다. 그러나 북과 남이 합쳤으니 의외의 실력이 나올 수 있다.

윤상문 여자팀감독

●지금까지의 훈련성과는?
 남북선수들이 예상보다 빨리 적응을 해줬다. 실전훈련에도 그만큼 빨리 돌입하게 되었기 때문에 본대회에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여자팀감독을 맡은 소감은?
 7천만동포의 기대가 양어깨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감보다는 부담감이 앞선다. 그러나 역사적인 첫 단일팀이 구성된 이상, 최선을 다해 온 겨레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첫 단일팀의 애로사항은?
 북측선수들이 처음에는 우리식 탁구용어를 잘 못알아들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용어를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도 황감독과는 대화소통도 잘되고 있으며 거리감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선수들간의 호흡은 잘 맞고 있는가?
 그동안 수차례 국제대회에서 접해왔기 때문에 모두들 낯설지 않은 상대이다. 따라서 금방 융화될 수 있었다. 또 이번 단일팀의 성패가 갖는 의미를 모두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제심과 인내력으로 모든 문제에 대처하리라고 본다.

●앞으로의 훈련계획은?
 심리적 요인이 최대의 승패요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선수들의 ‘부담감’을 어떻게 ‘자신감’으로 바꿔주는가가 과제이다. 나가오카시의 2차훈련까지는 본격적인 실전훈련을 실시하고, 지바로 이동하면 상대선수를 염두에 둔 가상전술훈련에 중점을 두겠다.

●본대회에서의 전망은?
 객관적 실력으로는 중국에 뒤진다. 그러나 남북단일팀이라는 상승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여러 전략을 강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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