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극복이 당면과제”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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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키브리아 에스캅 사무총장 인터뷰

 ‘아·태지역내 산업구조 재조정과 지역협력강화’를 주제로 지난 1월부터 서울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에스캅) 제47차 총회가 10일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분단 이후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유엔 직속기구 회의이기도 한 이번 총회는 48개 회원국 및 70여 국제기구대표 약 1천여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지난 1947년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UNECAFE)로 출범한 후 1974년 오늘의 이름으로 재출발한 에스캅은아·태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한 유일한 정부간 포럼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총회의 실무책임자인 샤 키브리아(방글라데시) 에스캅 사무총장을 만나 서울총회의 의의와 에스캅 활동에 대해 들어본다.

●이번 에스캅 서울총회를 평가한다면?
 이번 서울총회에 대단히 만족한다. 모든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총회는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의제들의 합의 사항을 전부 문서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 총회의 주의제인 ‘산업구조 재조정’ 분야만 해도 참가 회원국 대표간에 22가지의 아주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에스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에스캅의 전신인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UNECAFE)에 지난 49년 준회원으로 가입한 후 54년에 정회원국이 되었다. 지난 87년 한국·에스캅 협력기금을 설립한 예가 보여주듯 한국 정부는 지금껏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한국 정부는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샵을 개최해왔다. 다시 말해 한국은 자국의 개발경험을 이 지역의 다른 저개발국과 공유하기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한국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아시아 국가이기에 더욱 그 개발경험이 중요하다. 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경제개발이 오늘의 한국이 되도록 변화시킨 비결과 경험을 배운다는 것은 이 지역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아주 귀중한 것이다.

●한국 정부에 대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국 정부는 에스캅 회원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저개발국가들과의 다양한 협력활동, 이를테면 개발계획참여·기술이전·투자 등에서도 활발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한국이 세계적인 국가이긴 하지만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에스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아·태지역만에도 5억명 이상이 기아에 굶주리고 있다. 따라서 빈곤의 극복과제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빈곤극복을 위해 에스캅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펼쳐왔으며 또 구체적 결과가 있는가?
 물론 빈곤은 궁극적으로 해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에스캅 차원에서는 단지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권고하거나 정책수립 및 실천작업을 도와줄 뿐이다. 빈곤한 회원국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나라도 해당국의 빈곤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여타 국제기구와 비교해 에스캅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에스캅은 유엔 산하의 전문기구이나 그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아·태지역은 불행히도 정치적 우산기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단결기구를, 아랍은 아랍연맹을, 유럽은 유럽공동체기구를 가지고 있으나 아시아 지역은 단지 소규모 역내 그룹이 있을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에스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4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에스캅내에는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11개의 최빈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 8개 국가나 된다. 이들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물론 있다. 현재는 이들 나라로부터 자금을 공여받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본은 회원국 가운데 최대의 기부국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기술이전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들 11개 최빈국에게는 기술이전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사회간접자본의 건설 등에 필요한 돈이 더더욱 긴요하다.

●탈냉전시대에 발맞추어 에스캅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전망이 있는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이 에스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탈냉전의 기운으로 그만큼 이 지역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아·태국가들이 ‘대아시아 가족’의 성원이 되어 투자·기술이전·개발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만 잘 이룬다면 다가올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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