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1991년 봄 “5공으로 가는가”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5.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드라마 <땅> 석연찮은 도중하차…시사물 폐지도 잇따라

 “MBC 대하드라마 땅. 그 열다섯번째 시간 ‘사람이 살아가는 땅’을 마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은 살아야 하고 그러나 그 살아가는 땅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MBC 대하드라마 <땅>이 예정되었던 50회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28일 밤 15회로 ‘마지막회’를 내보냈을 때의 마지막 해설이었다(이 대본은 조기종영이 알려지기 전에 쓰여진 것으로 도중하차를 염두에 두고 수정한 것은 아니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싱겁기까지 했을 이 해설은 적지 않은 여운을 남겼다.

 그 ‘마지막회’의 스튜디오 녹화가 있던 4월26일 오후 1시 여의도 MBC C스튜디오. 장대식(오지명 분) 집안의 응접식세트에는 <땅> 연기자 전원이 모여 있었다. 굳은 표정들이었다. 최낙천씨(윤기현 역)가 한걸음 나섰다. “외압에 의해 드라마가 도중하차되는 마당에 출연진의 의견이 없을 수 없었다”면서 “벌건 대낮에 자식(<땅>)을 생매장하는 기분으로 성명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명씨가 “무엇보다 먼저 시청자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한 뒤 “출연진들이 분노의 분노 끝에 만든” 성명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격앙되었고, 성명서를 든 두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땅>의 도중하차 발표는 MBC라디오 <전국패트롤 봉두완입니다>의 폐지와 4월 하순에 있은 MBC 춘하계 개편에서 없어진 정치 시사관련 프로그램들을 두고 방송계 일각에서 ‘외압설’이 나돌고 있을 무렵이었으며, 서울방송이 시사프로그램의 출연자를 교체한 것과 때를 같이 한 것이었다. 또한 곧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있는 KBS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해진 것이어서 큰 파장을 그렸다. 그 파장 가운데 하나가 방송구조개편의 맥락에서 최근의 방송 현실 및 정치권의 풍향을 파악하는 시각이다.

출연진 “외압에 의한 방송탄압” 성명서
 “애초의 기획의도와 다르게 정치드라마로 변질됐으면 시청률도 떨어졌기 때문에 취한 조처로 이것은 방송사의 일상적 업무일 뿐,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MBC경영진은 밝혔지만 <땅>의 제작진·연기자는 물론이고 문화방송노조, 방송연예인노조, 프로듀서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및 YMCA시청자모임은 <땅>의 조기종영을 “방송탄압”으로 규정하고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고 조기종영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즉각 발표했다. 일부 방송학자들도 ”물증은 없지만“이란 단서를 붙이면서 ”방송이 5공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기팔씨가 각본을 쓰고 고석만씨가 연출한 <땅>은 MBC본사에서 기획되어 올 초에 MBC로부터 분리된 자회사 MBC프로덕션(사장 편일평)이 제작한 드라마로 MBC편성국이 계약에 의해 구입, 방송한 것이다. 자회사가 제작을 하고 본사가 편성권을 갖는 제작·편성의 분리는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을 위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방송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조와 일부 프로듀서는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땅>의 기획은 지난해 8월에 결정되었다.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명콤비로 알려진 김기팔씨와 고석만씨는 “땅문제를 역사적으로 다뤄보자”고 결정했고 인물이나 사건을 단순화시킨 사회성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고자 했던 것이다. 애초의 기획이 가족드라마였다는 경영진의 지적을 고씨는 부정한다. “서로 다른 세가족의 땅에 얽힌 현대서 50년을 그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6일 첫회가 나가자 이 드라마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침 하산한 전두환 전대통령의 ‘백담사법문’ 장면과 국회의 날치기 법안 통과 등 뉴스화면의 삽입, 빨치산출신 주인공과 재벌 주인공의 대비, 현역 정치인 ㅂ씨를 연상시키는 장면 등으로 엮어진 이 다큐멘터리성 드라마가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냈던 것인데(드라마 줄거리 참고), 그 반응은 41.4%라는 높은 시청률만은 아니었다. “첫회가 나간 뒤 사장실과 이사실에 많은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안다”고 고석만씨는 밝힌다. 첫회가 나간 뒤 극작가의 집에는 MBC의 한 간부가 찾아와 ‘궤도수정’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회가 나간 뒤 최창봉 문화방송사장과 당시 제작이사였던 민용기씨(현 편성이사)가 청와대 손주환 정무수석에게 불려갔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민용기 이사는 그같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1월27일 드라마 <땅>은 방송위원회의 ‘사과명령’을 자막으로 방송했다. “국민 상호간의 불신과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방송의 품격을 손상시켰다”는 방송위의 심의내용을 ‘사과문’으로 방송한 것이었다. 당시 이 사과방송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위 연예오락심의소위(위원장 팽원순 한양대교수)는 사과명령보다 낮은 ‘해명’ 조처를 내릴 것을 방송위에 건의했지만 방송위(당시 위원장 강원용)는 ‘사과명령’을 내렸다.

 물론 이같은 방송위의 태도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방송위의 비공개적인 결정과정은 외압설을 부추겼다. 그러나 <땅>의 수난은 사과방송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문화방송 인사위원회가 1월24일 텔레비전 제작국장 김성희씨와 연출자에게 ‘근신 10일’이라는 ‘전례없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 무렵 MBC의 보도프로그램 <MBC리포트> ‘정치권 물갈이’편도 방송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당시 이같은 조처들을 기초의회 선거를 앞둔 외압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땅>은 봄철 프로그램 개편대상에서 제외된 채 4월로 넘어왔다. 드라마는 첫회에서 ‘땅의 오늘’을 보여준 뒤 4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현실주의자 장대식, 기회주의자 윤기현, 이상주의자 장건식(길용우 분), 비전향장기수 이관수(변의봉 분)의 삶과 그 가족, 주변인물들이 걸어온 길을 시대적 상황의 큰 울타리 안에서 그려나왔다.

한국드라마 사상 연기자 첫 녹화거부
 고석만씨가 “5월말까지 끝내라”는 조기 종영 통고를 처음 접한 것은 4월13일, 편일평 사장으로부터였다. 편사장은 MBC편성국장으로부터 통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때 고씨는 “농담 아니냐”고 되물을 만큼 도중하차 조처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4월17일 다시 편사장에게 문의한 결과 정식 통보임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고씨는 “심각한 파란이 예상된다. 방송사는 물론 현 정치권을 위해서라도 번복해야 한다”고 건의를 했다. 그러나 4월19일 다시 편사장을 만났을 때 번복이 불가능함을 재확인했고 이날 고씨는 연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고씨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면서 “실상은 15회에서 끝날줄을 알면서도 19회(5월말)까지 끝내라고 하는 것이 6공하의 규제 스타일이다. 19회를 애드벌룬으로 띄워놓고 15회에서 중단시키는 것이 우리 민주화의 현주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작가 김기팔씨도 초기에 심의가 강화돼 불편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도중하차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편성권과 시청률 두 카드를 쥐고 사측이 모든 잘못을 작가와 제작자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사회성 드라마가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드러나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짚었을 뿐 계층간 지역간 위화감을 조장하거나 변혁을 주장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기자들은 19일 도중하차 소식을 듣고 “그 이유라도 알아보자”며 경영진을 만났으나 “평상시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들었을 뿐이었다. 연기자들은 녹화를 포기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 투표를 한 끝에 한국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녹화거부를 결정했다. 오지명씨는 “시대가 변했다는데 방송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출연진과의 계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땅> 출연자 24명 일동은 2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야외촬영을 마친 상태인 15회분의 스튜디오 녹화에 들어가는 입장을 밝히고 “땅에 떨어진 도덕률, 부동산투기, 정경유착, 공직자비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곪아 터져나온 제반문제는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연기자들은 이어 △방송중단의 이유를 떳떳하게 밝힐 것 △<땅> 제작진과 연기자, 시청자를 무시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면서 시청자와 약속한 50회까지 방송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한 16회부터는 출연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기자들의 이 같은 태도 표명을 지켜본 방송사의 한 직원은 “수수방관하는 프로듀서보다 연기자들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땅>의 시청률은 그간 꾸준히 30%선을 유지해왔다. MBC의 시청률조사에 따르면, <땅>과 동시에 시작되었고 같은 시간대인 KBS의 역사드라마 <왕도>와 견주어볼 때 초반부는 <왕도>를 앞질렀고 3월 들어 백중세를 보이다가 마지막회가 될지 모른다던 4월21일 제 14회는 <왕도>보다 유독 낮은 27.65%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떨어져서 도중하차시킨다는 경영진의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MBC노조의 한 간부는 지적하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 <고개숙인 남자>를 중단시켰어야 한다”고 말했다. <땅>은 그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올수록 시청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MBC프로듀서들은 내다봤다.

“방송 자율성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
 이효성 교수(성균관대·신문방송학)는 방송법 제5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들며 “지배세력으로 짐작되는 특정세력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고 도중하차시키는 것은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방송 프로그램 중단은 방송국에서 항시적으로 일어나는 ‘편성권의 행사’라는 경영진의 견해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서울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은 성명에서 “시청자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송을 중단한다는 사실은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에 따른 방송통제의 한 구체적 사례”라며 <땅>의 도중하차는 방송사가 “방송의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밝히고 있다.

 드라마 <땅>의 중단으로 부각된 방송편성의 흐름은 “정치 시사프로그램을 고사시키려는 것인가”라는 의혹으로 압축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민용기 편성이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뉴스시간을 오히려 더 늘렸다”면서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와 사회의 추이에 따라 사회성 드라마와 홈 드라마가 교차되는 주기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 이후, 방송위원회가 방송 전반에 이끌어가지 못하고 심의기구로 축소된 뒤 방송심의가 부쩍 심해졌다는 지적이 방송가에 팽배해왔다. <땅>의 경우도 실무 제제작진의 자체 심의, 방송사의 사전(혹은 사후) 심의 그리고 방송위의 사후 심의 등 3중의 여과(MBC의 한 중견 프로듀서는 심의가 아닌 ‘검열’이라고 표현한다)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 육창웅 심의실장은 최근의 심의가 “통상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며 <땅>은 초반에 비해 심의사항이 거의 없다”고 밝히면서 “규정에 의한 자율적 판단”이라고 외압을 부인했다.

 KBS도 심의와 외압 여부 문제로 노사간의 논란이 있어왔다. 간부측과 노조측이 동수로 참석하는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는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합의문’을 발표해왔다(MBC는 지난해 9월, 남북고위급회담과 관련, <PD수첩>이 예정대로 방영되지 못한 이래 지금까지 공정방송협의회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KBS는 연말특집 <일그러진 한국인상>을 비롯해 수서사건 보도, 지난 3월의 청와대 회의 생중계건 등을 놓고 임시공방위를 가진 바 있다.

 90년 한해 동안 한국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그 의미를 짚어본 <일그러진 한국인상>이 특이한 수법의 차량도둑 인터뷰, 대전 폭력배 판검사 유착사건 관련 내용 등 10군데 모두 8분 분량이 삭제된 채 방송되자 기획제작국 및 교양국 프로듀서 일동은 “5공시절에도 없었던 폭거”라고 규탄했고 이 사안을 논의한 공방위에서 회사측은 “제작책임자가 제작담당자와 사전협의없이 삭제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3월14일·19일 청와대에서 있은 두 회의를 양방송사에서 생중계한 것과 관련해 양방송사 노조는 ‘기막힌 방송계 현실, 청와대 유선방송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청와대 회의 생중계 건을 놓고 KBS에서는 공방위가 열렸다. 3월28일자로 발표된 ‘합의문’은 “2건의 중계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질책과 타언론으로부터 형평성을 잃은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는 노조측의 지적에 깊이 유념”하면서 앞으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있는 KBS도, MBC가 겪었듯이 ‘정치 시사프로그램 알레르기’기 드러날 것이라고 노조 공정방송추진위 하인성 간사는 내다본다. 도시빈민 문제, 그린벨트 훼손현황 등을 심층보도해온 <뉴스비전 동서남북>과 <르포60> 같은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것이다. “5공시절에는 외압을 시사하면서 프로그램을 통제했는데 6공 들어서는 외압을 전면부정하고 방송사의 자율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등 그 방식이 한층 세련된 것이 특징”이라고 양사 노조는 분석하고 있다.

시청자운동 조직화 시급하다
 “방송민주화의 대도는 열렸다"고 방송했던 <전국패트롤 봉두완입니다>는 라디오 봄철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폐지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2월 수서사건을 논평하는 내용의 방송을 한 이후로 담당 프로듀서와 방송사측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같은 MBC라디오의 <푸른 신호등>도 수서와 관련, 경실련 서경석 사무총장을 인터뷰한 사실이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위 두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들은 개편과 함께 비정치성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됐다.

 KBS의 드라마 <도둑의 아내>도 빈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방송위의 심의를 받았고, 프로그램 성격상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을 수 없는 MBC의 고정물 <장학퀴즈>와 <퀴즈아카데미>는 각각 사회가 교체 논의와 스크립터 교체가 있었다. 이두 퀴즈물은 상시 프로그램인 데도 불구하고 방송사에서 이례적으로 사전·사후에 걸친 이중심의를 받고 있다.

 현대사의 한 부분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MBC드라마 <고개숙인 남자>도 “3공치하의 정치상황 및 체제와 관련된 부분은…일부 시청충의 거부감을 자극할 우려가 많아 보인다”는 등 정치성을 띤 대목에서 몇차례 심의를 받았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도 “운동권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사,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듯한 내용의 대사들도 삭제 방송함이 좋을 것”등의 제재를 받았다. 4월27일에 방송할 예정이었던 칸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 <욜>도 그 내용이 문제가 되어 방송이 보류되었다. 방송사의 일선제작자들은 “이젠 사회성이 거세된 이른바 건전물만 내보내라는 것인가”하고 개탄하고 있다.

 ‘한국방송 1991년 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거개가 부정적이다. 강준만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는 “방송법 개정과 방송사 노조의 약화 국면을 틈탄 경영진의 일방통행”이라고 파악한다. 지난해 공안정국 이래 계속돼온 언론자유의 전반적 후퇴양상으로 짚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김원용 교수(성균관대·신문방송학)는 최근의 사태를 “정권의 방송재장악 음모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고 “MBC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며 또한 방송위 기능이 약화되면서 야기된 경영진의 ‘자발적 충성’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4월30일 언론회관에서 열린 시청취자단체연합 심포지엄이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내건 것처럼  정치 시사프로그램 폐지와 같은 문제를 막는 대안은 시청자운동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기태씨(서강대강사,언론학)는 “시청자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방송사는 시청자를 무시해왔다”고 지적하고 86년 시청료고부운동을 상기 시키면서 “평소에는 모니터활동을 하다가 <땅>과 같은 특정사안엔 연대하는 시청자 조직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