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
  • 박종국 (문화산업연구소 소장)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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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문화운동으로 지역사회 연대감 회복해야

 지방자치제의 부활에 대하여 기대가 큰 반면에 염려되는 측면 또한 적지 않다. 지방의원과 장을 선출하는 정치과정상의 시련이나 지방의 재정자립도의 빈약성 등 정치 · 경제적 측면 외에 그간의 사회변동에 따르는 장애요인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산업화 · 도시화의 물결속에 우리국민의 도시인구는 70%를 넘어 90년대에는 8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는 시민의 공동체로서 경제나 문화의 모든 기능이 종합된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자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도시화 현상은 도시를 사무소나 영업공간으로 형성하고 과밀 · 교통정체 · 공해 등으로 인하여 도시의 장점을 쇠퇴시키고 있으며, 인구가 급증한 대도시권역 주변의 위성도시는 대도시로 통학 · 통근하는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하고 있어서 경제 · 문화적인 도시기능은 고사하고 정착된 시민들이 아닌 유동인구의 집합체와도 같이 돼가고 있다.

자치기능 空洞化 현상 심각
 따라서 자치욕구는 생성되지 못하고 자치기능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속에서 자칫하면 지방자치는 지방관료와 지방재벌들의 야합자치제로 둔갑될 수 있다는 염려다.

 또 하나의 염려는 대중사회의 획일화 · 동질화와 개성의 실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와 개성의 실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량생산 · 소비는 국민생활 구조나 양식을 동질 규격화하고 정보사회화의 진행으로 국민의 정신문화 또한 동소성 · 동시성의 획일화로 분산되면서 지역사회의 연대감 약화, 인간소외와 전통문화의 파괴, 자주의식의 상실 등으로 인하여 지역단합을 촉진할 만한 구심력을 잃었다.

 ‘집시문화’라고 조롱받는 도시의 황폐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바로 주거지역과 직장 · 학교 등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문화운동을 촉발시켜 도시가 영업공간만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부활되어 도시민이 갈구하는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와 접목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사회의 결합도 문화적인 해결의 길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히 정보화사회는 다시 소프트화 · 서비스화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정보산업은 세분화 · 선택화 되어가고 있다. 획일적인 물질의 충족에 만족하지 않고 한층 개성화 · 다양화를 찾으면서 자기주장과 자기실현을 도모하려는 의욕이 팽배해지고 있다. 잃었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는 의욕은 문화를 향한 강한 의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생활환경을 정비 · 개선해나가되 그 정책의 핵심에 문화적 주체성과 지역적 특성을 도입하여 지역문화의 창조라는 총체적 개념으로 부상시키는 데 그 진가가 있는 것이다.

 경제제일주의에 밀려 문화는 소외된 가운데 물질만능의 풍토가 확산, 무엇을 먹고 즐기느냐에 관심이 쏠리면서 퇴폐 · 사치 · 방종이 독버섯처럼 극성을 부리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과거의 모든 철학이 빈곤속의 철학이었으나 오늘날 기계에 의한 재화의 대량생산 덕분으로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게 됨으로써 이제 필요한 것은 ‘풍요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과거는 ‘강요된 노동’에 의하여 창출된 문화를 극소수의 계층이 향유하였으나 이제는 ‘강요된 여가’와 ‘과잉풍요‘에 골몰하게 되었고, 이를 선도하는 길은 문화의 역할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정책의 최종목표는 국민 개개인이 그가 속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생활권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의 창조에 참가하고 문화적인 환경에 살면서 정신적인 위안과 기쁨을 얻어 만족한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고스톱, 음주 · 디스코, TV오락프로 시청 등으로 소비하고 있는 여가문화의 형태를 바꾸어 전국민의 ‘문화인되기 운동’이 주민들의 자생적이며 자율적인 분위기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문화 ·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늘리고 합창, 기악연주, 미술, 공예, 환경디자인, 연극, 무용, 전통예술과 생활문화, 문학생활, 비디오영상 제작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룹활동에 참여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바쁘고 소질이 없다는 사람은 후원자, 관람자로서의 참여로 보람을 찾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이리하여 각 지역 문화활동은 그 고장의 고유한 전통을 선양하면서 관광수입을 올리고 지역간의 교류는 물론 전국적인 경연 · 발표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한 지역이 주최하는 전국 또는 국제교류로의 확산을 도모하여야 한다.

지방문화재정은 ‘자율분배’가 바람직
 지역문화 진흥의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회시설과 자재, 연수 · 제작 · 운용비 등 꽤 많은 재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문화 · 예술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는 파산선고가 내려진 지 오래다.

 일본의 지방문화예산은 1조5천억원(86년도)인데 비해 우리의 지방문화예산은 통틀어 1천여억원(88년도)에 불과하다.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에서는 지역문화재정 염출을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목적세를 설정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문화를 파괴하는 업종 즉 도박세 · 유흥세 · 포르노영화세 등이며, 방송광고 · 시청료 · 비디오 테이프 등에서도 염출하는 등 다양하다. 우리의 현실은 보수적인 여론과 재정당국의 반대로 그렇게 극성을 부릴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 문화재정의 확충과 지방의 자체예산확보 노력, 그리고 중앙에 맞먹는 지역단위 문예진흥기금의 제도화와 세제혜택의 확대실시로 재정은 누증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예산을 지역의 주민과 그 대표들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분배하는 기틀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지방자치단체 의원후보들의 정견이 문화는 도외시하고 상 · 하수도나 도로포장에 집중될 때 그 지역의 문화는 낙후할 것이고 타지역에 종속되는 예속문화 주민으로 처진다는 점을 우리 주민들은 명심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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