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금으로 보상 운운 정부 아직 정신 못차렸다"
  • 조용준.문정우 기자 ()
  • 승인 199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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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현장중계 / 질의는 '성실' 답변은 '구태의연'

이번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의원들이 성실한 준비와 논리적인 지적을 한 것에 비해 피감 기관들은 '소나기만 피해 가면 된다'는 식으로 예전의 형식적 태도에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현정부의 개혁 작업이 전통적인 관료 집단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사실을 입증한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피감 기관의 답변 태도는 '공개 행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행정의 신뢰성이 회복될 전망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감사에 나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과거의 '한건 폭로주의'에서 벗어나 정밀한 조사와 착실한 준비로 피감 기관 실무진을 당혹스럽게 했다.

교체위원회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로 교체위는다른 어느 상임위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다. 민주당 이윤수 의원은 마침 대형사고 위험성을 따지는 데 이번 국정감사의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이의원은 사고가 난 지 1주일이 넘도록 사망?실종자의 신원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데도 서해훼리호가 올해 여객선 안전관리상태 평가 중 여객 신원확인 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항만청의 안전관리 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 분명히 드러났다. 이의원은 또 90년 10월 서해훼리호에 인가한 정원이 1백73명이었으나 92년 6월18일에는 선박 규모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2백7명으로 늘어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서해훼리호 참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이의원은 "사고 당시 서해훼리호에는 3백50명 정도가 승선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배의 인가 당시 정원의 두배를 넘는 인원이다. 배는 필연적으로 가라앉을 수밖에없었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정부 당국이 유족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국민성금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그런 정신 상태라면 참사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건설위원회
 건설위에서는 운동권 출신이며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이기도 한제정구 의원(민주)이 차분한 질의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제의원은 경기도 안양?평촌 쓰레기 매립장에 농수산물유통센터와 버스터미널을 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역 토양에 유기물이 많이 포함돼 있어 최저 46m까지 지반이 침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산업폐기물을 반입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과 유독가스발생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행정위원회
 박명환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만을 놓고 보면 그가 여당 의원이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정무1장관실에 대한 감사에서 개혁 실세인 김덕룡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는 박명환 의원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그는 상당수 야당 의원마저 김장관을 상대로 현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꺼려하는 가운데 "현정부 출범 뒤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정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촉구해 야당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총무처 감사에서의 발언은 더욱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는 金泳三 대통령이 "행정부 조직 개편은 없다"고 공식으로 표명한 다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능률적인 행정부 조직을 개편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감사 활동과 관련한 박의원의 두가지 원칙은 "사심이 개입한 의제의 발언은 안된다. 대안이 있는 발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 돌풍에 대해 여당이 잘한다고 박수만 치면 오히려 개혁을 망칠 우려가 있다. 정치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통치만 존재한다는 비판에 대해 집안 식구가 깨우쳐 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영위의 청와대 감사에서도 "대통령 비서관들은 대통령이 더 높은 곳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해야지, 비위 맞추는 데 급급해 골방에서 보는 시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해 수석비서관들을 긴장시켰다.

내무위원회
 운동권 출신인 유인태 의원(민주)은 과거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살려 경찰청을 호되게 몰아붙였다. 유의원은 경찰청 감사 때 민청학련 사건 당시 경찰 안가에 끌려갔던 점에 착안해 경찰의 안가 운영 여부를 따져 물어, 아직도 경찰청이 안가를 두군데 운영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유의원은, 안가는 물론 경찰청이 정보?보안 관련 기밀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공개 위장 사무실도 모두 없애라고 요구했다.

 유의원은 이어 경찰 자문위원 중 상당수가 유흥업소 경영주라는 사실을 들어 "경찰자문위원회는 경찰과 관내 업주들의 합법적인 유착 기구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유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서초경찰서의 치안자문위원 등 9백78명 중 19.5%인 1백80명, 잠원파출소의 방범자문위원 및 청소년 선도위원 38명 중 65%인 23명이 경찰의 상시지도 단속 대상 업소인 유흥업소경영주이다.

 유의원은 경찰의사기진작 방안도 내놓았다. "진급보장제를 실시하지 않아 30년을 근무한 사람도 경장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말단 경찰의 사기를 북돋우고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사까지는 진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위 이상의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진급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계급정년제를 적용하기 때문에인사 때마다 거액이 오간다"라며 계급정년제는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의원은 또 서울지역 파출소 운영비 사용 내역을 직접 조사해 현재 경찰청에서 지급하고 있는 운영비만 가지고는 배를 곯아가며 근무할 수밖에 없는 형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재무위원회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출신인 손학규 의원은 지난 여름부터 한국은행 조사역에게서 화폐?금융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개인 교습을 받았다. 또한 정기국회 전부터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고참 과장이나 서기관, 금융관계 업체에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한국 재정현황과온갖 문제점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동료 학자들에게조언을 들은 것은 물론이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서는 경제학 박사 과정에 있는 학자들 3명 반(1명은 파트타임이라 '반'이라고 표현)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최종 작업을 마쳤다.

 실명제 및 세제 보완대책의 필요성처럼 거의 모든 재무위원이 질의한 사항을 제외하고그가 집중적으로거론한 것은 재무부의 국?공채와 기금, 외국계 은행에 대한 국내 은행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문제였다. 그는 "현재 국?공채가 그 단기성과 강제할당식 유통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기금과 연결되어 비정상적인 재정 적자를 낳으면서도 그에 대한 이자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공채 개정안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추궁했다.

 처음으로 해보는국정감사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책상물림이어서 머리 속으로만 여러 상황을 그려봤는데 실제 해본 결과 실물경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 축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피감 기간의 형식적이고 타성에 젖은 답변 태도가 과거에서 한치도 변한 것이 없어서 매우 유감이었다"라고 말했다.

국방위원회
 우리나라 예산의 3분의 1을 주무르고 있으면서도 국회의 감시망 밖에 있었던 국방부가 이번 국정감사 때는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의 강창성 나병선 장준익 임복진 등 군출신 의원 4총사 때문이다. 이들이 국방부에 내놓은 질의 자료는 그대로 엮어 '국방문제 백서'로 펴내도 될 만큼 양이 방대하고 내용도 알차다.

 이들 중 가장 고참인 강창성 의원은 육사 8기 출신으로서 중앙정보부 차장, 보안사령관을 역임한 군사 정보통이다. 강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고참답게 군에 대해 총론적인 비판을 가했다. 강의원은 국방부에 대한 감사에서 지난 10월2일 권영해 국방부장관이 "국민의 군대로서 거듭나겠다"라고 선언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다수 군인은 지난날에도 국가를 위해 묵묵히 봉사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뼈를 깎는 자성을 해야 하는 것은 군 전체가 아니라 군 상층부라는 이야기이다. 강의원은 이어 "하나회?알자회 등 사조직과 관련된 장교들을 올해 진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이들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국방부 작전처장, 합참 작전처장, 국방대학원장을 역임하고 방위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나병선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방위산업의 허점을 가장 날카롭게 지적했다. 나의원은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진행돼온 무기국산화 정책이 터무니없는 허구라고 추궁했다.

 나의원의 조사에따르면, 그동안 국방부와 방위산업체들은 기술 이전을 명목으로 직도입가보다 수천억원의 돈을 더 들여 국산 무기를 만들었으나 핵심 부품 제조 기술은 대부분 습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UH-60 헬기 사업에 8백40억원 낭비
 잠수함의 경우 직도입가보다 대당 4백억원씩을 더 들여 3대를 건조했으나 현재 국산화돼 있는 기술은 배터리 만드는 방법뿐이다. 배터리 하나 만드는 기술을 배우려고 1천2백억원을 쓴 셈이다. UH-60 헬기 사업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모두 8백40억원 정도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프로펠러?사통장비(무기) 등 핵심 부품을 제작하는기술을 모두 습득하지 못했다.

 나의원은 "이런 식으로 빼돌린 돈은 부도덕한 정권과 기업이 나눠가졌을 것이다"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을 다그쳤는데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나의원과 육사 14기 동기인 장준익 의원은 5군단장과 육사 교장을 거쳤다. 장의원은 국산화 명목으로 애초에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잠수함, UH-60 헬기 제작 비용에 세월이 갈수록 혹이 더 붙는 사실을 밝혀냈다. 잠수함의 경우 중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들을 과다계상했으며, 헬기는 계약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가격정산 방법을 수정해 주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장의원은 또 UH-60 헬기는 조종사를 제대로 확보하지못하고 고장이 잦아 가동률이 평균 42%밖에 되지못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육사 17기인 임복진 의원은 육본 인사참모처장, 2군 부사령관을 거쳤다. 임의원은 74년부터 92년말 현재 22조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율곡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의원은 무려 16가지 질의와 그에 곁들인 자료를 통해 율곡사업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임의원은 또 군의 기독교 편향적인 정책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임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군종장교 수, 군 종교시설, 종교활동비 지원 등에서 신자 수에 비해 기독교가 특별히 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감을 통해 이들 4명의 민주당 군출신 의원들은 회식사건밖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는 국방위의 위상을 몇단계나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동시에 전문인 출신 전국구 의원이 왜 필요한가도 분명히 보여주었다.

문화체육공보위원회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 초선인 박종웅 의원실은 최근 각종 격려 전화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다. 개혁의 마지막 단계이면서도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아무도 지적하지 않으려 하는 언론?종교계 개혁에 대해 그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의원이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종교계 개혁 문제를 거론했을 때는 "사탄아 물러가라"는 협박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왔다고 한다.

언론?종교계 개혁 따진 후 격려 쇄도
 그는 문화체육부 감사에서 지난 89년 재무부 금융거래실시준비단이 작성한 비밀자료에서도 종교계 자금이 지하 경제의 주요 공급원으로 손꼽혔다고 지적하며 △수조원에 이를것으로 추정되는 종교계 가명?차명계좌, 은닉재산에 대한 철저한 감독 강화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따라 종교인 고정 급여에 대한 과세 △종교계 재산 공개 등을 촉구했다. 그는 또 지난 7월 조계종이 2개월 내에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하고도 아직 재산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따졌다. 그는 또 공보처 감사에서"일부 언론사의 경우 투기성 사업이나 이권 개입, 특혜압력 등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랫동안 언론사에 대한 감사원이나 국세청의 사정이 없었는데 이에 대한 방침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의원의 이같은언론?종교계 개혁관은 그가 4?23 보궐선거를 통해 금배지를 단 직후부터 줄기차게 지속되고 있는, 그가 기대통령의 새벽 조깅에 7년 동안 개근한 '상도동 사람'이자 경남고 후배라는 점 때문에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농수산위원회
 <중앙일보>?KBS 문화사업부장, 민추협 대외협력국장을 지낸 이규택 의원(민주)도 농림수산 정책을 구석구석 잘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의원은 올해 추곡수매가는 냉해로 인해 예상되는 농가 피해액 9천1백23억원을 메워줄 수 있는 선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또 정부가 지금까지 보관중인 양곡에 독성이 강한 포스트 하비스트 농약을 살포해 왔으며, 농약에 노출된 양곡을 출고할 때 잔류검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수산청에 대한 감사에서는, 감독 소홀?묵인?방조로 수산물 밀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밀수하다 적발된 업체가 오히려 원양영어자금을 대출받은 사례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보사위원회
 강삼재 의원은 사실 이번 국감질의서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제2정책조정실장 자리에서 일하다 보니 경제 분야를 제외한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점에 대해 아래 위로 꿰뚫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한방과 양방의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보사부가 나타낸 문제점을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보사부에 대해 "마지막으로 남은 성역" "근무 자세나 업무 처리가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만큼 보사부가 복마전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관료집단의 수구적이고 뿌리 깊은 저항으로 인해 개혁 작업에서 비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이번 국감에서 그가 '보사위의 귀재'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이해찬 의원 못지 않게 보사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도, 그의 평소 소신과 당정 협의를 통해 얻은 경험이 여지없이 발휘된 때문이다. 그는 당직자이면서도 이런 지론 때문에 모든 국감장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열성을 보였다.

"보도자료 만드는 데 시간 허비 말라"

 그는 "쓰레기 매립장 문제나, 수입 농산물 검역 문제 등 단편적인 사안들을 추궁하는 것은 보사부나 환경처의 총체적 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한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위원회
 노총위원장 출신인 김말룡 의원(민주)도 노동위에서 전문인 출신 전국구 의원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의원은 여타 의원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활동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그는 비서진에게 아예 보도자료를 만드는 데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감장을 뛰는 김의원의 발길은누구보다도 분주하다. 그는 70여개 사업장에서 벌어진 부당 노동 행위를 상세하게 기록해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덧붙여 노동부에제시했다.

 특히 현대 계열사 노사 분규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거나 수배중인 현총련간부들에 대한 혐의가 허위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구속자를석방하고 수배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또 포항제철 노조 조합원이 91년 출범 당시 1만9천2백6명에서 93년 현재 14명으로 줄어든 것은 회사측이 중간관리자를 통한 인권 유린, 터무니없는 이념 공세 등 부당 노동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원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례적으로 법사위가 언론의 눈길을 많이 받았다. 대대적인 사정, 사법부 개혁 등 현안 자체가 굵직하기도 했지만 상임위 위원들의 자세가예전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검사 출신(서울지검 동부지청)인 강수림 의원(민주)의 활동은 단연 눈에 띄었다. 강의원은 대법원에 대한 감사에서 "정치 판사들을 퇴진시키고 양심적인 판사들을 고위직에 앉히라"고 호통쳤다. 강의원은 대표적인 정치 판결로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주범인 문귀동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한 사례, 유성환 의원의 국시논쟁 사건 당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사례, 문익환 목사 방북 사건에 대한 편파적인 재판 진행,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사례들을 들었다.

 강의원은 대검찰청에 대한 감사에서도과거 청산을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권력의 편에 섰던 공안부 출신 검사나 청와대?안기부 파견근무 경력자에 대한 특별 관리도 주문했다. 그리고 김근태씨 고문 경관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검사는 법에 따라 처벌하라고까지 요구했다. 강의원은 이밖에 기무사에서 충성복지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비자금을 운영하고 있음을 폭로했으며,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공개석상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강의원은 사법고시 출신 선후배들의정담장과 같았던 법사위 국정감사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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