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국경제 첨단 산업이 주도
  • 김재일 편집위원보 조윤증 기자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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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엔 전체 수출의 52% 차지 … 10년간 고급두뇌 35만여명 필요

 세계경제는 첨단산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만이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 미국, 일본, EC 등 선진각국은 21세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먼저 잡기 위해 첨단기술산업의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나라는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첨단산업육성이 시급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신흥공업국가로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경제성장을 주도해왔던 재래산업의 비교우위를 점차로 후발개도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선진국들의 시장개방압력은 거세지고 기술보호주의 장벽은 높아가는 경제환경 속에 있다. 이런 여건하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국제경쟁에서의 낙오를 뜻한다. 기업 역시 첨단분야에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따라 그 기업의 앞날과 장래 재계에서의 위치를 점칠 수 있다. 결국 한 나라든 기업이든 첨단분야 개발은 바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세계각국의 경쟁적 정책지원을 통해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 확실한 첨단산업의 특징은 우선 부가가치가 높은데 이는 미래사회의 특성에 보다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또 재래산업에 비해 파급효과가 크다. 즉 첨단산업은 그 자체의 시장성에 의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재래산업 및 다른 첨단산업분야에 응용되어 신제품의 개발, 기존제품의 기능향상, 생산공정의 자동화 등에 기여함으로써 생산전반의 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다. 반면 첨단산업은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가 높다는 특성이 있어 중소기업에서는 섣불리 손대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미국의 경우 첨단산업 연구개발의 성공률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시간을 다투는 경쟁’이라는 연구개발의 특성에 따라 기업간에 중복투자의 가능성이 있다.

첨단산업은 경제성장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앞으로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20% 수준에서 2000년대에는 60% 이상이 될 것으로 산업연구원(KIET)은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71~80년 기간 중에는 섬유 등의 경공업제품과 석유정제, 철강 등의 기초소재가 성장을 주도했으나 80년 이후에는 전자, 수송용 기계 등 넓은 의미의 첨단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첨단시장은 90년대에 연 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첨단시장에서의 한국 첨단산업 점유율이 87년의 1.3% 수준에서 90년대 중반에는 2.4%의 수준으로 2000년경에는 세계첨단시장 규모 3조5천87억달러의 3.8%에 달하는 1천3백21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생산은 88~94년 기간 중 연평균 21%가 증가하여 그 규모가 87년의 9조5천3백26억원에서 94년에는 35조4천6백억원에 이르고 2000년에는 1백7조6천4백11억원에 달해 시장규모가 10년간 약 10배 이상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경제성장이 상당부분 첨단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현재 첨단산업제품의 수출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수출의 10%, 생산면에서는 제조업 전체 생산의 8.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94년에 가면 첨단제품의 수출 및 생산은 각각 제조업전체의 25%와 18%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에 가면 첨단산업은 명실상부한 수출대종품목이 되어 첨단분야가 제조업 전체 수출 및 생산의 52%와 37%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된 우리나라의 첨단기술은 지금 산업화를 시도하는 초기단계에 있다. 우리나라 기술의 산업생산에의 기여 정도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미국의 7%, 일본의 9%, 서독의 11.1%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오는 2001년까지 국내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첨단과학기술분야의 고급인력은 박사 1만1천명을 포함 약 35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은 어디쯤 와 있는가, 어떤 품목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가? 첨단산업 중 반도체, 통신, 유전공학, 콤퓨터 분야의 업계 대표주자를 찾아 첨단기술 개발현황과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반도체
삼성반도체 ULSI(Ultra Large Scale Integration : 극초직접회로) 연구소에서 일하는 흰 방진복 차림의 연구진들의 하루는 때로는 지리한 반복 실험으로 저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듯한 ‘첨단’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이 연구소는 삼성 반도체가 1천 5백억원을 투자해 기흥 공업 단지내에 지난 11월 완공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최전선이다. 앞으로 전개될 첨단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4메가D램에서, 93년에 수요의 피크가 예상되는 16메가D램 그리고 256메가D램의 양산 체제에 돌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83년, 우리가 처음으로 고집적도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우리보고 막차를 탔다고 했읍니다.” 삼성반도체의 柳錫烈이사가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말한다. “결국 우리는 정말 막차라도 아슬아슬하게 타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만큼 온 거죠.” 세계 3대 반도체 생산 국가를 있게 한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업체의 하나인 삼성반도체의 자부심이기도 한다.

“이제까지는 선발 업체가 이루어놓은 성과를 부지런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기술 이전이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우리 스스로 앞서 나가지 않으면 결국 낙오하게 됩니다. 투자하지 않으면 망하는 겁니다.” ULSI 연구단지 건립 취지를 거두절미해 밝힌다.

반도체는 모든 첨단산업 제품에서 뇌세포에 해당하는 필수불가결한 부품이다. 한 예로 HDTV로 통칭되는 고해상도 텔레비전의 경우, 컬러 텔레비전의 출현으로 흑백 텔레비전이 맥을 못추는 시대를 가져왔던 것처럼, 이 고해상도 텔레비전이 상품화 될 경우 이 제품이 제공할 한 차원 다른 화면으로 인해 기존의 컬러 텔레비전은 하루아침에 그 설 자리를 잃어 버릴 위기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제품에 필수적인 반도체 부품 가운데 하나인 1메가D램은 약 30여개 정도가 필요해 그 값만도 약 320달러를 넘어 기존의 컬러 텔레비전값인 300달러를 훨씬 넘게 되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 그러나 16메가D램으로 대체되면 약 2~3개로 줄어들어 제품값은 100달러 이하로 떨어져 HDTV의 상품성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전자업계에서는 HDTV의 본격적인 생산인 16메가D램의 양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HDTV는 반도체산업과 직결된 첨단 전자산업의 한 부분이지만, 반도체 발달의 상업적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 주고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D램은 256K, 1메가, 4메가로, 작년 총생산량은 금액 기준으로 1백억달러 정도인데, 이 가운데 1메가가 80억, 4메가가 2억, 256K가 30억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256K의 수요는 줄어들 추세이고, 4메가는 90년에 16억, 91년에는 42억, 92년에 85억달러로 당분간 국제 반도체 시장을 석권할 1메가를 앞지를 전망이다.

D램의 경우, 대체효과를 고려해 보통 집접도가 3년마다 4배씩 증가하는데, 반도체 전문기관은 1메가D램의 생산은 1990년, 4메가D램은 93년, 16메가D램은 96년, 64메가D램은 99년에 각각 절정을 이루리라고 내다본다. 반도체 산업은 한단계 높은 고집적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전의 계단을 착실히 밟아야하기 때문에, 전자업계에서는 제품 개발의 시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 혁명 시대를 넘어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하루가 뒤지면 1년을 뒤진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타이밍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술개발은 한번 때를 놓치면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같은 시기적절한 제품개발?생산과 함께 해외시장의 여건 변화도 반도체 산업의 주요한 변수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반도체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세계시장이 1% 정도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나, 국내 반도체업계의 메모리 분야의 가격 경쟁력 확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다소 증가해 8.3%를 차지하여 45억6천만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보고, 또한 90년 중반부터 일본 업체들이 4메가D램을 본격 출하할 것으로 보여 메모리 분야의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예상하고 있다.

다른 선두 업체와 마찬가지로 삼성반도체의 연구팀이나 기획팀도 최근 몇년간 휴가도 반납한 채 숨차게 뛰어왔다. 그러나 파도처럼 계속 밀려들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타고 넘으려면 새로 맞은 90년대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한 도전과 응전이 반복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

통신
대우통신의 TDX 개발1실 팀장인 金喆奎차장은 지난 몇년간 휴가는 물론 휴일에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신세대 첨단 교환기로 불리는 TDX(Time Division Exchange : 시간 분할 교환기) 개발 생산에 비교적 뒤늦게 참가한 대우통신은 선발 경쟁업체를 따라 잡기에 그만큼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동안 흘린 땀은 헛되지만은 않았다.

지난 80년대 우리나라 첨단 전자산업 부문의 큰 성과로 꼽히는 全電子 교환기의 국산화 개발에 한 몫을 차지한 대우통신은 현재 2000년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정보통신망 ISDN(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TDX-10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SDN은 음성은 물론 영상,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어 꿈의 통신망으로 불린다.

안방에 앉아서 사고 싶은 물건의 종류, 가격, 구입처, 사용방법을 종합 통신망으로 연결된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난 각종 정보를 통해 알아본 뒤, 즉석에서 그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이른바 ISDN 시대가 머지 않아 눈 앞의 현실로 등장할 전망인데, 이같은 정보망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바로 TDX-10과 같은 고성능 전전자 교환기다. 현재 대우가 삼성, 금성 등과 함께 개발 중인 용량 10만회선의 TDX-10 기종은 32비트급 퍼스널 콤퓨터 3백여대가 각기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상호간에 조화롭게 시스템 기능을 발휘하는 제어 장치로 이루어지는 만큼 종합적인 전자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소프트웨어는 교환기 전용 고급언어 개발 기술, 고유의 운영체제 개발 기술 등이 필수적이며, 약 32만 스텝의 방대한 규모의 기술 복합체로서 첨단산업의 종합예술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정보는 곧 돈입니다.” 첨단 산업의 최전선에서 뛰는 실무진의 한 사람인 金 차장은 설명한다.

첨단산업 제품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實時間 개념’ (단말기에서 보내진 데이터를 그 즉시 콤퓨터로 처리해 다시 단말기로 보내는 시스템)에 입각해서, 전화 사용자간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선명한 정보 교환을 가능케하는 전자 교환기가 우리 주위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지도 이미 3~4년이 지났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TDX 씨리즈로 TDX는 수만의 통화를 한꺼번에 연결 시킬 수 있는 앞서가는 전자식 교환기이다. 그 용량과 사용 용도에 따라 TDX-1A, TDX-1B, TDX-10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국산 TDX-1 전전자교환기가 설치된 지 불과 3년만인 지난 7월 1백만 회선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전화회선 1천여만회선의 8.5%, 기계식을 제외한 전자교환시설 9백만회선의 10%를 넘는 것으로 전화 10회선 가운데 1회선은 국산 교환기에 의해 통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를 세계10대 통신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주역인 TDX-1은 지난 82년 전기통신공사와 전자통신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금성반도체, 대우통신, 동양전자통신, 삼성전자 등 4개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1천60명의 연구 인력과 2백30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은 개발 4년만인 86년 3월, 1차로 대당 1만회선 용량의 농어촌용 TDX-1A, 88년말 2만회선의 중소도시용 TDX-1B가 각각 개발되어 결실을 거두었다. 대우통신은 91년 3월 개통 예정인 TDX-10의 경우, 2000년대 2천만회선 규모의 국내시장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월 재개될 한?미 통신협상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통신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만약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통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기술 식민지화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金차장은 덧붙인다.

사실 한 국가의 통신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것이며 외국의 통신시장 개방 압력에 가장 큰 방패 역할을 해주는 것도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의 기술 개발 성공이다. 2백4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전자교환기가 개발된 뒤, 외국에서 들여오던 통신장비들의 가격은 대폭 하락했고 우리가 얻은 실제 이익은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전자 교환기 등의 통신 분야의 경제적인 효과로서 관련 첨단산업에 대한 기여도 역시 높아 일반 전자부품 산업과 반도체산업에 기여하고 특히 소프트웨어와 설계 자동화 분야에까지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전공학
류머티즘성 관절염에 60%의 치료효과를 올리며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도 효과가 있다. 난장이와 왜소증 환자를 고친다. 소 1마리당 우유의 생산량이 많아지고 돼지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며 고기의 질이 개선되어 축산농가의 생산성이 현저하게 향상된다.

럭키(주)가 개발하여 대량생산이 임박한 유전공학 의약품과 동물약품의 효능이다.

대전시 유성구 장동 대덕연구단지내 연건평 7백평 넓이의 럭키중앙연구소 실험실에 들어서면 신내나는 독특한 약품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실험실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을 발효조에 키워 원심분리한 뒤, 미생물을 씻어 세포를 파괴하고 수천가지의 단백질 중 원하는 단백질을 뽑아 정제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다른 건물에 있는 주사제 생산공장에서는 감마인터페론과 인간성장 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마지막 공정인 라벨 부착실에는 기계가 1대밖에 없어 유전공학 분야 선두주자의 초라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유전공학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산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첨단분야임을 설명해 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럭키는 관절염과 백혈병에 치료효과가 높은 감마인터페론의 개발을 끝내고 국립보건원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금년말 시판할 계획이다.

난장이 치료제인 인간성장 호르몬은 금년말 시험이 끝나 내년말 경 시판될 예정이다. 예전에는 죽은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성장 호르몬을 뽑아 정제하여 썼기 때문에 양이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값이 엄청나게 비쌌으나 앞으로는 대장균이나 효모를 이용,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宋志龍 책임연구원은 설명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 인간성장 호르몬은 1병에 7~10만원선인데 일주일에 3번, 1년에 1백50병씩 환자에게 투여해야 한다. 럭키는 이 품목 개발을 위해 50억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시판가격이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수입품보다는 쌀 것이라고 宋박사는 말한다. 현재 수입 성장 호르몬의 국내시장은 10억원 규모. 미국의 성장 호르몬 시장은 현재 1억5천만달러인데 93년에는 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宋박사는 “현재도 난장이와 성장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소아증 환자는 많으나 비싼 값 때문에 약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산품이 나와 홍보가 잘 되고 생활수준이 더 향상되면 국내시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성장 호르몬이 키 작은 사람의 키를 키울 수 있는지 여부는 현재 시험단계에 있는데, 이 품목의 국내생산을 계기로 “돈이 있다고 키까지 더 키울 수 있느냐”는 윤리문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우유증산제와 돼지성장 호르몬은 올해 중 광범위 효력실험과 독성실험을 끝내고 내년 하반기에 시판 예정이다. 이들 동물 약품의 사용으로 20%의 우유 증산효과와 성장속도가 20% 빨라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유전공학 제품의 채산성에 대해 宋박사는 “국내시장이 좁아 현재로서는 어림도 없다”고 말하고 “90년대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90년대 중반이 되면 국내시장도 ‘상당히’ 커질 것이며 2000년대에는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본다.

유전공학을 이용한 제품은 의약품이 대개 80%, 동물약품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여태까지 개발이 불가능했던 치료제 의약품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 시장잠재력은 엄청나게 크다는 宋박사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불과 7년전부터 인슐린을 시발로 유전공학 제품이 나오기 시작, 현재 인간성장 호르몬, 알파인터페론, 간염백신, 심장마비 환자용 혈액인 TPA, 빈혈치료제인 EPU 등 6~7가지 정도가 생산되고 있을 뿐이다.

宋박사에 따르면 유전공학 제품이 인체에 있는 단백질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약품의 수출은 구미에는 거의 불가능하나 동남아와 제3세계국가로는 가능하며 동물의약품의 경우 특히 호주와 중공쪽에 수출전망이 밝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기초연구는 수십년 뒤지지만 생명공학의 기술만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불과 7.3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초에 유전공학의 붐이 일면서 많은 기업들이 무작정 덤벼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는데 고려화학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현재 30여개의 기업체가 미래에 대비하며 유전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럭키는 지금까지 총 3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에는 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90년대 중반에는 매출 1백억원, 2천년대 초반까지 1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컴퓨터
삼성, 현대, 삼보, 대우, 금성 등 5대 컴퓨터 제조업체 중 현대전자는 수출전량을 자가 상표로 미국?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것을 자랑한다. 매출액에서는 경쟁업체에 뒤질지 모르지만 산업의 진행형태로 볼 때 선두주자임이 틀림없다는 주장이다.

생산만 책임지는 OEM(주문자상표) 수출과는 달리 자가상표 수출이란 개발, 생산, 판매에 있어서 모든 책임을 자사가 지는 것을 뜻하는데 현대전자는 87년부터 이 제도를 채택해 자사의 제품을 현대 명의의 대리점을 통해 외국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자가상표 수출의 장점은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계획생산이 가능해 생산성향상을 기할 수 있는 점이라고 南宮晳 부사장은 말한다.

다른 컴퓨터 제조업체의 경우, 삼성은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금성, 대우, 삼보 등은 전량을 OEM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전자는 OEM 수출 파트너인 미국의 리딩에지사가 작년에 도산하는 바람에 지난 1년간 고생했고, 삼보컴퓨터는 작년11월 일본 엡슨사와 거래가 끊겨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시장개척의 어려움이 있지만 하루속히 자가상표 방식으로 수출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교훈이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전자는 종업원 1만1천명에 지난해 매출액이 6천억원 정도였다. 이 중 콤퓨터 매출은 2천억원인데 PC(소형 컴퓨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산된 PC의 90%인 20만대를 미국, 유럽 등지에 수출했다.

컴퓨터의 개발과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朱薰상무는 아직까지 XT형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점차로 AT286형을 거쳐 AT386형으로 주력상품이 고품질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XT형은 소비자 권장가격이 9백달러, AT286형은 1천2백90달러에서 1천6백달러선, AT386형은 2천달러에서 2천5백달러선이다.

컴퓨터 산업에 있어서는 기술의 추이를 적기에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XT와 AT286형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일본, 대만에 뒤쳐졌는데 AT386형 시대인 지금은 기술이 거의 같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경쟁해 볼만 하다”는 朱상무의 설명이다.

AT386형의 다음 단계인 워크스테이션(work station)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컴퓨터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현대전자의 경우 금년 가을 개발이 끝나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南宮부사장은 내다본다. 내년부터 주력상품이 될 워크스테이션은 컴퓨터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컴퓨터 크기의 변화추세로 볼 때는 조금 비관적이다. 책상형(desk top)에서 이동형(tra-nsportable)을 거쳐 지금은 무릎형(lap top)이 유행되고 있는데 그 다음 단계인 노트형을 일본 도시바가 만들어 내놔 90년대초부터는 국제시장에 대량 출하될 전망이다. 책상형까지만해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무릎형, 노트형으로 크기가 작아지면서 ‘축소지향적인’ 일본이 세계시장을 주도하지 않을까 하고 국내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에서 컴퓨터를 공부한 고급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개발력이 한국보다 앞선다. 이 약점을 극복하고 대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개발력은 있으나 생산력이 없는 미국회사와 제휴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南宮부사장은 제안한다. 여러가지 컴퓨터산업 관련여건을 감안해 볼 때 대만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국내 컴퓨터시장은 88년 10만대였던 것이 89년 25만대로 늘었고 금년에는 40만대 이상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동남아시장과 아직 개척되지 않은 동구권시장이 유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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