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訪美 한ㆍ 중수교 지원 요청할 듯
  • 워싱턴·이석렬 특파원 ()
  • 승인 199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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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계질서 속 역할분담 ‘동맹’ 확인이 주요 의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7월1일부터 3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하는 盧泰愚 대통령은 과거 ‘업무방문’ 때와는 달리 완전한 의전절차에 의해 ‘국빈방문’을 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다.

 노대통령은 공식수행원 14명과 함께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백악관이 여는 각종 환영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간 공동관심사를 협의하게 된다.

 노·부시 회담의 주요 의제는 새 세계질서와 동북아시아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새로운 역할이 될 것 같다는 게 이곳 외교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북한의 유엔가입 결정, 북한·일본의 관계개선 등으로 전망이 밝아지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이에 따른 주변정세 변화에 대한 검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정세 변화의 예로는, 지난 5월 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소련방문으로 사회주의권의 두 초강국이 34년만에 국경분쟁을 해결해 두 나라가 긴밀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일본이 기뢰를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소해정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함으로써 ‘해외파병’의 금기를 깨뜨린 일, 아시아 최대의 미국 거점인 필리핀의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 해군기지 재사용협상이 난항을 보여 철수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현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 있어 노·부시 회담의 핵심은 북방외교의 마지막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한·중 수교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지원일 것이다.

 반면 미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예산지원 확대 등 역할분담, 미국이 주도하는 걸프전쟁 마무리 사업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동맹관계’의 재확인을 정상회담의 핵심으로 삼을 것 같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당장 한·미간에 이렇다 할 두드러진 현안이 없는 상태에서 노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하게 된 사실을 놓고 일종의 ‘논공행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부시 대통령이 노대통령과 마주앉아 꼭 해결해야 할 일은 없지만, 93년 청와대를 떠나 는 노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안겨준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임기 중 노대통령은 더디지만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고,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공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걸프전쟁 당시 미국 편에 서서 도와준 일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 미국이 ‘국빈방문’에 합의했다고 풀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의 민주화가 다 이루어진 양 치켜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민주화를 정착하는 데 더욱 헌신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뜻에서 노대통령을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방문에 이어 노대통령 일행은 3일부터 5일까지 캐나다를 ‘국빈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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