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충무씨 구속해야만 했나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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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의문‥‥ “검찰‘손아귀 힘’너무 센 것 아닌가”



 흔히 언론자유와 언론침해에 대한 법적 규제는 ‘참새’와‘참새를 잡은 손’에 비유된다. 느슨하게 쥐면 날아가버리고 꼭 쥐면 죽어버린다. 최근 검찰이 손충무씨(월간≪인사이더월드≫발행인)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지 않은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2부는 지난 7일 손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으로 구속했다. 손씨는≪인사이더월드≫ 5월호에 ‘김영삼은 나의 아버지, 숨겨놓은 딸의 폭로’란 제하로, 지난 2월 미국 교포신문인〈LA매일신문〉이 게재했던 기사를 전재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됐다. 이 기사는 김대표에게 가네다가오리라는 일본 이름을 쓰는 딸이 있는데 그가 현재 뉴욕에 산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나가자 김대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손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를 일리있다고 받아들여 손씨의 팔목에 수갑을 채운 것이다. 손씨는 검찰의 조처에 불복해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14일 이를 기각했다.

 

〈LA매일신문〉“증거자료 내놓겠다”

 현행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민사뿐 아니라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면 그것이 거짓이든 아니든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사실일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판결을 받는다(형법 제309조). 따라서 검찰의 손씨 구속은 법률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찰의 판단이 과연 공정했는가에 의문이 생긴다. 우선 검찰은 손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협의를 적용했다. 그런데 검찰이 손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협의를 적용한 가장 유력한 근거는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김대표의 자필 진술서였다. 검찰은 이 자필 진술서를 토대로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손씨를 연행한 지 24시간 만에 전격 구속했다. 김대표는 소송 대리인인 이인제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30년 동안 그같은 사실을 들어본 적도 없고 그와 관련해 어떤 항의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LA매일신문〉측은 한국의 검찰이 자신들의 의견조차 묻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LA매일신문〉발행인 연 훈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발행인을 맡고 있는 또 다른 교포지 ≪선데이매거진≫을 통해 “매일신문측은 신변보장이 되면 한국 법정에 서서 증거자료를 내 놓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검찰측에선 오히려‘당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관여치 말고 관심도 보이지 말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그렇게 서둘러 구속 했어야만 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관례이다. 개인의 인격권 못지 않게 중요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美 언론인보호위원회, 손씨 석방 촉구

 만약 보도한 사실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말할 것도 없고, 진실이었다는 것을 증명 못하더라도 보도할 당시에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은 것이 국제적인 조류이기도 하다. 일본의 초고 재판소는 1969년 “만약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행위자에 있어서 그 사실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결국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판례를 남긴 바 있다. 또 구미 여러 나라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아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로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 14일 미국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명예회장 월터 크롱카이트)가 노태우 대통령과 요로에 서한을 보내 손충무씨의 구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이다. 이 위원회는 서한에서 “손씨가 국제기준에서 볼 때는 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므로 그를 즉시 석방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손씨의 행위도 비난받을 소지는 많다. 민자당이 대통령후보 선출을 앞두고 있는 미요한 시기에 그런 보도를 한 데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손씨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언론인들을 위해 손씨가 구속문제는 제대로 조명돼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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