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軍 권리찾기 운동
  • 편집국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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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리신장에 관한 한 미국은 역사가 길고 전통이 오랜 다른 국가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말 파나마 침공 이후, 美軍안의 여성역할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선뜻 답은 나오지 않는 듯하다. 남녀혼성軍이 과연 전쟁을 잘 치를 수 있을까?

펜터건(국방부) 규정으로는 여군은 전투에는 직접 참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여군은 수송·헌병·정보·통신·행정 등의 분야에는 보직을 받되 보병·기갑·포병 등 전투부대에서는 배속이 안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애매한 규정이다. ‘전투’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이 때문에 진급에 영향이 있다면 차별이 아닌가?

파나마 침공시 美여군은 6백명이나 참전해 남자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임무를 수행해냈다. 이중 29세의 헌병장교인 린다 패리쉬 대위는 30명 소대를 이끌고 50구경 기관총으로 파나마 군과 격전 끝에 3명을 사살, 지휘관 본연의 임무를 해낸 것이다.

여군의 참전은 83년 그라나다 침공 때 시작되었는데, 침공직후 여자헌병이 도착하자 공수부대장이 즉각 본국으로 송환시켜버림으로써 여성차별이라 힐책을 받은 적이 있다.

현재는 해군·공군·해병대의 많은 위험지역에서 여군들이 근무하고 있다. 어떤 수리선 함정에는 1천명 중 25%가 여성 수병이라고 하는데 여성군인은 全軍 중 11%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BS방송 공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美국민의 70%가 여성도 본인이 지망하고 남성처럼 육체적으로 강한 군인이라면 전투에 참가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 바바라 부시 여사도 “육체적으로 강하다면 괜찮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보다 힘은 약하다”라며 어물어물하고 있다.

과연 훈련시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잘 견딘다고 해서 진짜 격전지에서도 잘 견디어 낼 것인가. 이것은 여러 연구보고서가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여군 중 사병이나 장교가 다 반반씩 의견이 갈라져 있다고도 한다. 또 DJejS 인류학자들은 남성들이 더 잘 싸우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옆에 없어야 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계급별로 여군분포를 보면 준장급 1.7%, 대령 및 중령 2.4%, 소령 9.7%, 대위 12.8%, 소위 15.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로 보아서는 여성이 진급에 차별을 받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는 여학생을 사관학교에 입학시킨 지 12년만에 웨스트 포인트 생도 총대장에 여생도가 뽑힌 경사가 있었다. 4천4백명의 생도 중 성적·운동·훈련·교련 전 부문에 걸쳐 크르시틴 베이커 양이 수석을 차지한 것이다.

현재 남자들만 다니고 있는 버지니아 군사학교(VMI)는 미법무부의 소송통고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규율이 엄한 간부사관학교라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데 워싱턴 근처의 한 여학생이 입학을 허가해달라고 법무부에 항의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ROTC 장학금으로 주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여학생 입학에 차별을 두면 64년 연방 민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몇차례의 사설을 통해 여성이 힘든 훈련을 하는 이 학교에 부적절하다는 것은 핑계와 허상일 뿐 조속히 입학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보수파 언론들은 마치 말세가 온 것처럼 개탄했다.

파나마 침공시 참가했던 여군들은 보병 전투휘장을 못받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타병과에는 줄 수 없는 전투보병 훈장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을 놓고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한 의원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현재 여성의원들은 법안상정을 해놓고 여성군인의 전투참가를 차별없이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들 주장은 美독립전쟁 때도 여성들은 싸웠고 서부개척시대에도 총을 들고 남성들과 똑같이 싸웠다는 얘기다.

사실상 전투(combat)와 비전투(non-combat)의 구분이 현대전에서는 분명할 수가 없다. 몇 km 후방에 있는 야전통신부대의 여군도 미사일 공격 밑에서는 소총수와 같은 위험속에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전군은 4년간에 걸쳐 이 문제를 연구조사하고 갖가지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

워싱턴에서는 현재 여군은 참전기념관 건립을 추진중에 있다. 제대한 여군 숫자만도 1백20만이 되고 현역 및 예비군은 40만에 이르고 있다. 전군이 지원군으로 이루어진 미국군대에 여성의 숫자가 늘면서 각종 문제점도 늘고 있다. 진급을 위해 섹스를 이용하는 예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스페인에 있는 한 해군기지에는 수병 중 13%가 임신중이라는 헛소문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모 공군기지에서 여군들의 집단 섹스파티가 있었다는 보고서가 나와 펜터건에서는 여군문제 진상조사위원회까지 두게 되었다.

군대내에서 성차별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군대는 아직은 남성세계이고 ‘여자’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남자군인의 고질병을 쉽게 고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엄격한 훈련으로 유명한 해병대 훈련소에서 가장 무서운 조교는 대개 키작고 알찬 여군상사라고 하니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은 틀림없다. 여군의 역할논의는 파나마 침공 이후 새로 시작됐지만 여성 권리찾기 논쟁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작은 혁명으로 거듭해온 것이 미국역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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