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과 ‘관망’이 교차
  • 편집국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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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창당준비위 부산서 첫 옥외집회

민주당창당준비위(위원장 李基澤)의 첫 옥외집회였던 3월 부산시민대회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이런 평가는 이날 참관 인파가 대회장으로 쓰였던 1만8천여평의 옛 부산상고 자리를 꽉메웠고, 인근 건물의 옥상까지 청중들로 가득했다는 겉보기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나온 청중들의 호응도는 노장년층의 ‘관망’과 청년층의 ‘열광’으로 나뉘었다. 이날 대회를 지켜봤다는 金守一씨(41·회사원)는 “많은 부산 시민들은 3당통합의 잘잘못에 대해 미묘하다할 만큼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한 뒤 “그런 감정이 이날 청중들의 반응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민이 갖고 있는 야당성이 민주당의 지지세력으로 돌아설는지, ‘우선 안정부터 찾자’는 최근의 보수기류에 휩싸여 거대여당의 金泳三최고위원의 지지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번 대회를 즈음해 부산시내 곳곳에는 ‘대통령되라 키웠더니 경호원이 웬말이냐’ ‘군정종식 한다더니 야당종식 웬말인가’ ‘속았다 부산, 함께 가자 민주’ 등과 같은 김영삼씨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벽보·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이 이런 내용의 벽보와 플래카드에 대해 거부반응을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이날 대회를 현지에서 지휘했던 金光一의원의 한 참모는 “김영삼씨 아성인 부산에서 反김영삼을 표방한 민주당이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인 대회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 근거는 일단, 김영삼씨에 대한 비난의 ‘수위조절’에 성공을 했다는 데서 구해지는 듯하다.

사실 창당추진위가 지난 2월27일 서울 삼성동 무역회관에서 있었던 창당발기인대회 이후 가장 고심했던 것이 바로 ‘수위조절’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민주당이 홀로 설 수 있는 토대가 김영삼씨의 기반에서 출발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대회의 성공=민주당의 홀로서기’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다.

‘홀로서기’를 이루려면 부산 분위기가 서울까지 북상해야 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17일 예정의 대구대회는 그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법하다. 대구시민대회가 예상대로 성공을 거둘 경우, 4월3일 鄭鎬溶씨가 버티고 있는 대구 서갑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을 성싶다.

지금으로서는 희망사항이지만, ‘바람’을 탄다면 민자당에 합류했던 민주계와 공화계의원들의 영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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