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수입’ 문이 흔들린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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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부 ‘기술연수제’ 확대 실시 주장… 노동시장 ‘실업자 활용’ 정책부터 세워야

 지난 3월19일 정부 제1종합청사에서 □□□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 광원 외항선원 건설인력 중소제조인력 등에 중국교포와 동남아인력을 활용하자는 방안이 올라왔다. 우선 인력수요가 절실한 상공·건설·동자부 장관은 긍정론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경제기획원과 법무부장관은 “단순 인력수입의 경우 사실상 이민으로 봐야 하며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부총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상당수 장관들은 ‘좀더 검토’로 돌아서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노동부장관이 “광원 수입만은 예외로 하자”고 하는 바람에 논란은 계소됐다. 찬성쪽을 선택했던 장관들이 이 의견에 동조했고, 기획원 법무부 등에서 여전히 난색을 표하자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탁자를 두드리는 격론이 오간 이날 회의는 결국 ‘원칙 불가’이나 광원 수입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검토하자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던 인력수입 문제가 정부에서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상공부는 인력수입에 대한 상공부안을 마련, 기획원 노동 법무 외무부 등 관련부처와 회의를 가졌다. 회의 주재자인 □□□ 산업정책국장은 “현행 3개월인 외국인 근로자 국내 연수기간을 1년으로 늘려 산업계 인력난을 덜어줄 것”을 제의했다.

 다음날에도 인력수입에 대한 정부 인사의 발언이 나와 ‘인력수입론’ 재개가 뚜렷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7차 노사문제위원회 겸 회원 간담회에 참석한 최병렬 노동부장관은 “연수생제 등의 도입을 통한 해외 노동력의 부분적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최장관은 전면도입은 국가 전체 관리 측면에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목박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상공부안과 같은 것으로 해석됐고, 이 안이 채택될 경우 사실상 인력수입의 문이 열린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 인력수입의 방안인 상공부안을 들여다보자. 국내 인력으로 조달이 여의치 않거나 앞으로 해외진출의 필요성이 높은 전업종을 대상으로 해외인력의 국내연수를 허용하되, 현재 법무부 출입국법상 내부 지침에 따라 3개월 이내에서 허용하고 있는 연수기간을 1년 이내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또 현행 제도는 해외 현지법인이 있는 기업에만 인력도입을 허용해왔으나, 앞으로는 현지법인 설치 유무에 관계없이 연수가 가능토록해 중소기업체의 인력난을 덜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상공부 □□□ 산업정책과장은 “기술연수제는 현재도 실시하고 있느 제도이며 다만 3개월을 1년으로 늘리자는 것으로, 이는 법에 2년이라는 규정이 있어 내부지침만 바꾸면 돼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그는 이 방안은 인력수입이라기보다 기술연수제의 활용으로 인력수입이라기보다 기술연수제의 활용으로 인력수입의 효과가 기대될 뿐이며 후진국과의 기술협력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연수생 규모를 해당 기업 상시근로자의 3~5%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으로 기껏해야 1만명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상공부는 “큰 문제 없다”며 자신있게 밀어붙이고 있으나 부처간의 의견은 크게 갈린다. 경제기획원은 기술연수 기간 연장은 사실상의 외국노동력 수입 허용을 의미해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법무부는 좀더 강력한 반대입장에 선다. 현재 불법인 상황에서도 외국인 체류 및 취업을 관리하기 힘들므로 기술연수로 못박고 있다 해도 외국인력이 대거 들어올 경우 관리상 문제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화적 특성이 다른 이질적인 동남아 인력보다 중국교포 활용이 좋다는 방안도 있으나, 이들이 오히려 “눌러앉을 가능성이 높아 이민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약점도 있다. 반대론에서는 외무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상공부의 ‘총대메기’에 동자부 건설부 등의 부처는 내심으로는 환영하면서도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이다.

 인력정책의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장관이 수입 불가피론을 들고나왔으나, 국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므로 당초의 불가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력정책 주무국에서는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의 물음에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89년만 해도 업계의 인력수입 건의에 대해 정부는 별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90년초부터 인력난이 가중돼 조업차질을 빚고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노재봉 국무총리가 ‘전향적 검토’ 의사를 밝힌데 이어 경제장관회의에 상정되고 부처마다 구체안을 검토하는 등 논의가 계속됐따. 그러나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다 과연 절대 인력이 모자라는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줄곧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일본의 외눈정책 본받아야
 인력수입은 자본이나 상품이 아니고 사람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단순치 않다. 학계의 의견도 사실 분분하다. 명징하게 반대론을 펴는 학자들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적극적 찬성론자도 있다.

 서울대 朴□□ 교수(노동경제학)는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찾아도 모자라는 인력은 부작용을 제거하는 장치를 한 후에 기한부 수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기업이 기계화·자동화할 수도 없고 그 진척도가 빠르게 나타나는 상황도 아니며, 그렇다고 고임금을 줄 수도 없는 터에 유휴노동력 공금도 여의치 않다면 당연히 외국인이라도 사와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대 朴□□ 교수(노동경제학)의 의견은 우선 흥미롭다. 그는 상공부의 기술연수제 활용을 지지하면서 단서를 단다. 공개적 수입은 안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항상 엄격한 자세를 취해야 하며, 노동부도 해외인력의 수입은 원칙적으로 막되 일본의 ‘외눈정책’을 본뜨라는 주문이다. 국내 노동시장의 수급상황을 봐서 공급이 달릴 때는 불법 고용을 눈감는 방법을 TM닥 부족이 해소되는 조짐을 보이면 일제 단속을 해 추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외국인 전용특구’를 만들자는 이색 제안도 나온다.

 인력수입 문제는 정부 각 부처가 경우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듯이 이해관계에 ek라 다르게 반응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당장 일손부족을 절감하는 기업가들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혐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줄기차게 정부에 건의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단체들은 절대 반대이다. 노동자의 단결을 와해시키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근거를 든다. 또 사용자가 단기적인 일손부족을 인력수입이란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생산성 향상, 신기술 개발 등의 자구노력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도 편다. 값싼 임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외국인이 들어올 때 국내 노동자들이 고용상태에서 밀려나거나 노동조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이미 광원 수입 검토에 대해 광부들은 시위 등 격렬한 반발을 보였다.

 아직까지 인력수입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긍정적이 아니다. 인력수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어느쪽이 실익을 주느냐를 측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인력수입의 허용 여부를 판정하기 전에 수입론의 뿌리인 인력부족의 실상부터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인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인지, 부족하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부족상황은 왜 발생했는지, 부족한 부분을 국내에서 채워넣을 수는 없는지를 수입문제보다 앞서 따져보아야 한다.

 제조업 부문의 노동투입량(근로시간과 취업자를 합한 것)은 88년 이후 정체되었고, 90년 이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서도 경제성장에 비해 제조업의 고용증가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부문 취업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단순기능, 기능·기술인력은 공급부족인데 인문계 및 여성 고학력자는 공급과잉으로 수급불균형이다. 생산직 부족은 중소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 저임금의 결과이지만 소득이 늘고 같은 벌이를 쉽게 할 수 있는 부문(서비스)이 팽창하면서 생산직을 기피하고 있는 탓도 있다.

 노동부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이른바 ‘3D 기피증’이 생산직 인력부족을 초래했다고 혐의를 두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 버스기사 4천~5천명이 이직을 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그들은 서비스직으로 옮기지 않고 대부분 건설현장의 중장비 운전사로 취업했다. 이는 전직 이유가 3D(difficult, dirty, dangerous) 기피보다는 저임금인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힘든일을 하려는 인력은 아직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노사분규를 피하기 위해 기업가들이 자동화 등 생력화로 노동을 자본이나 기술로 대체한 것도 한몫을 차지한다.

 부족상황의 구조적 요인은 15~19세 저연령층의 신규유입 규모 자체가 8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줄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고학력화해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학력화는 보상임금 수준을 높여 현재 저임금지대인 제조업 및 생산직에 진출하기를 꺼리게 만든다.

 노동부의 고용전망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3월말 현재 전산업의 부족인원은 19만2천명으로 조사돼 있다. 제조업이 78%에 달하는 15만명으로 부족률(부족인원수를 현인원수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것)은 5.6%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중소제조업의 부족률이 23%에 달한다는 조사도 내놓고 있다.

 20만명 정도의 인력부족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7·6 산업인력수급대책’과 올해 ‘3·14 제조업경쟁력 강화대책’을 수립하여 이공계 대하고가 공업고등학교의 정원확대, 유휴노동력 활용, 자동화·정보화를 통한 제조업체의 인력수요 감축, 서비스업 규제, 제조업 근로자 우대방안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연구원 □□□ 연구위원은 “노동력의 양(노동시간과 근로자수)과 질(기술수준과 근로의욕)을 모두 높이는 정책을 펴야 하지만 질 제고에 좀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한다. 양적인 면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기보다 잠재 실업자를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는 수의 증가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생산직 우대 정책 배려 필요
 우리의 실업률은 2.4% 수준이다. 일본(1.2%)에 비해 여력이 있는 셈이다. 질을 높이는 정책은 근로자의 복지와 바로 연결된다. 주택을 공급하는 등 우대책을 펴야하며 생산직의 생애임금을 다른 직종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정책적 배려도 해야 한다. 또 기술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기능인력 양성에 드는 투자비용을 늘리는 문제와 직결된다. 금성일렉트론이란 회사의 현장보고를 보면 공고 출신자가 인문계 출신자보다 생산성이 2배나 높았다.

 인력부족이 심각해 수입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는 실질적으로 노동력의 양과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충분히 펴보았는가 반문하게 된다. 노동부 □□文 직업안정국장의 지적처럼 노력해보고 인력수입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지배적 견해인 것 같다. 우리의 현상황과 일본의 70년대 중반상황은 비슷한데 일본은 그때 고용을 촉진하는 여러 정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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