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주행에 ‘2003년 장벽’
  • 박중환 기획특집부장대우 ()
  • 승인 199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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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초저공해차 생산해야 미국수출 가능… 국내 차세대차 개발은 ‘젖먹이단계’

 같은 회사 중역에게도 ‘통제구역’이 철저히 적용된다는 한국 자동차 3사의 기술연구소이고 보니 생리적으로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듯했다. 취재 협조를 어렵사리 얻어 찾은 현대자동차의 마북리 기술연구소 동력실험실과 대우자동차 부평연구소의 先行기술실은, 자동차 1백년사상 최악의 위기하는 ‘2003년 벽’을 넘기 위한 싸움터이다.

 그 ‘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주도하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준의 자동차 매연규제 강화 장벽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배기규제강화법은 94년부터 4단계로 시행돼 2003년에는 공해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차를 만들지 않으면 그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규정했다(표1 참조).

 후발국인 한국으로서는 이 벽 못지 않게 선진국 메이커들이 주도하는 주요 부품의 첨단화 벽도 높고 두텁다.

 현대의 마북리 실험실은 오는 9월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라는 독일에 수출할 스쿠프용 알파-터보엔진의 소음과 배기가스 마무리 테스트로 부산하다. 이 엔진을 개발한 李賢淳 이사는 “명실상부한 첫 국산차인 스쿠프 알파가 고속주행력을 중시하는 독일의 전문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혀 미주에 이어 유럽 소형차시장을 공략하는 데 자신감을 보인다.

 대우의 선행연구실 컴퓨터설계(CAD/CAM)팀들은 95년형 승용차 모델을 만들고 있다. 朴炳完 책임연구원은 “그랙픽으로 모델을 만든 뒤, 충격시 어떤 모양으로 차체가 찌그러지는 등을 컴퓨터로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는 알파-터보엔진에 이어 베타-감마엔진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쓰비시와 50대50 합작품인 그랜져(3천cc)의 후속모델을 개발, 92년 하반기에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또 93년 시판할 전혀 새로운 소나타를 개발중이다. 대우는 6기통엔진(V6)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최근 선보인 신형 프린스를 이을 95년형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는 첫 고유 모델인 S카(1천5백cc)와 지프형의 승용차를 오는 10월 도쿄자동차쇼에 출품할 예정이다. 또 일본 마쓰다의 구체(3천cc) 모델을 들여온다는 소문이 있으나, 기아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한국 3사의 이런 경쟁은 ‘2003년 벽’을 넘기에는 개구리 뜀박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환경파괴의 업보’를 치르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서 저질러놓은 ‘업’을 후발국에도 똑같이 지도록 강요한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그러나 대기오염을 이대로 두면 2030년에는 지구가 사막으로 변할지 모른다고 경고 앞에 비판론은 무색해진다.

 지난 5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회의실에서는 이런한 현실을 실감케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의 주제는 ‘미래 자동차의 엔진개발’로, 주체는 세계 3대 자동차연구기관 중 하나인 미국의 SwRI(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엔진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이 연구소 소속의 롭 스링 박사와 S 쉐드 박사는, 2002년까지 공해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초저공해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SwRI 계획을 의욕적으로 설명했다. SwRI는 이 계획을 추진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SwRI는 며칠 앞서 일본에서도 똑같은 세미나를 가졌다. 굴지의 연구기관이 서울까지 찾아와 세일즈를 한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없던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90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배기규제강화범을 제정한 지 한달만인 10월, 밸리포니아 규제치보다는 낮지만 현행법보다는 크게 강화된 新대기정화법이 미국의회를 통과했다. 자동차산업에 비상을 걸어놓은 것이다.

 이 규정에 맞으면서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차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렇다고 10년안에 거리를 질주할 수 있을 만한 차를 개발할 뾰족한 대안도 없다. 서울대 동력공학실험실 高?根 교수는 “SwRI의 계획은 문자 그대로 계획이다. 공해가 거의 없는 가솔린 엔진을 11년안에 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게 한다는 발상부터 무리일는지 모른다”고 말해 현실을 대변해준다.

 전기·태양열 등 무공해 에너지를 이용한 차세대 승용차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런 차세대 차를 실용화하거나, 공해를 내지 않는 꿈같은 기솔린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는 자동차산업은 지구에서 존립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피할 수 없는 현실 ‘무공해 개발’
 한국은 90년 한해 동안 34만7천1백대의 차를 수출했다. 이중 56.4%인 19만5천9백30대가 미국으로 나갔는데 그중 캘리포니아주만 2만2천대에 이른다. 캘리포니아주 규제의 마지막 단계인 2003년부터 그 지역에 차를 팔려면 전기나 태양열로 움직이는 무공해차 10%, 수소나 천연가스(CNG)와 같은 대체연료를 쓰거나 SwRI가 개발하겠다는 엔진을 장착한 극저공해차 15%, 현 규제치보다 3분의 1 이하 수준인 저공해차75%를 생산해야 한다.(표2 참조).

 환경보존 강화 추세로 보아 이런 규제는 머지 않아 유럽에서도 적용할 것으로 보이므로 무공해차 개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 때와는 비교가 안될 최악의 위기에 부딪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러한 배기규제 강화 배경은 환경보존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한국 스페인 등 급부상하는 수출국의 자동차산업에 제동을 걸자는 속셈도 까려있다. 만약 미국이 2003년까지 이런 규제치 이하의 차를 개발한다면, 2000년대의 세계 자동차시장은 미국 독무대로 바뀔것이다. 일본의 추격도 대단해 미국과 일본의 격투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이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와 샤브, 독일의 벤츠, 영국의 로투스와 재규어, 프랑스의 르노,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의 영화는 이미 지난날의 것이 되었다. 영국의 자존심으로 통했던 로투스와 재규어는 파산해 각각 제너럴모터스와 포드와의 합작사로 바꾸이었다. 볼보 샤브 벤츠 르노 등오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 미국 일본은 물론 후발국 메이커와의 합작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유럽의 유명 메이커들이 이처럼 고전하는 것은, 자국의 내수시장에 맞는 차종 개발에만 치중한 결과 수출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볼보 샤브 벤츠 등은 고속성과 견고성에 치우쳐 무거운 철판과 엔진 장착으로 차값이 비싸진 데다가 기름을 많이 소비, 미국시장에선 벌금(CAFE의 저연비 차량 규제)을 물어야 하며, 배기가스의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차는 소형차 편향과 높은 매연 등으로, 영국차는 잦은 파업과 고임등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축적된 첨단기술과 튼튼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생산·경영방식을 개선하여 재기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 자동차시장 재편과정의 하나로, 유럽에 이어 아시아 국가들도 같은 시련을 겪을 듯하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시판된 일본 도요타의 랙서스(4천cc)와 닛산의 인피니티(4천5백cc)는 세계 고급차시장을 순식간에 휩쓸면서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64쪽 사진설명 참조).300시리즈의 성공으로 적자를 면했던 독일의 BMW는 자기네 자존심인 500시리즈 이상의 고급차 시장을 랙서스와 인피니티에 침식당해 타격을 입고 있다. 랙서스는 획기적인 배기정화로 94년부터 적용되는 신대기정화 1단계 수준에 근접해 2003년의 벽을 넘는데 단연 앞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했다. 유럽에선 스페인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유럽 굴지의 메이커와 합작사는 설립, 세계5대 자동차산업국으로 부상해 10위인 한국을 휠씬 앞질렀다.

 한국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배기정화 분야의 첨단기숙이 근본적으로 취약한 데다가 첨단부품은 수입하거나 엄청난 기술사용료(로열티)를 주고 만들고 있어 강점이었던 가격경쟁력도 점차 잃고 있다.

첨단부품 국산화가 더 시급
 한국 자동차산업은 ‘2003년 벽’을 과연 극복할수 있을까. 한국 3사의 전략은 무공해차와 초저공해차의 개발과 첨단전자부품의 국산화에 두고 있다. 첨단전자부품의 국산화는 당장 경쟁하는데 긴요하여 ‘2003년 벽’ 격파보다 시급하다(무공해차와 극저공해차 개발은 66쪽의 기사 참조).

 주요 첨단장비와 부품을 살펴보면 △공기와 기름 비율을 최상으로 유지하여 연비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배기가스를 최소화하는 엔진의 전자다중연료분사장치(MPI)와 이를 통제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배기가스의 유해물질을 백금 로디움 필라리움의 화합물로 배출 직전 다시 정화하는 삼원촉매장치(TWC) △눈길이나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핸들기능이 제대로 안되는 안티-로킹(ANTI-LOCKING)을 방지하는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ABS) △ABS의 취약점인 가감속시 헛바퀴 돔을 감지하고, 최대 가속력과 최소 제동거리를 자동을 ㅗ제어하는 견인력 조절장치(TCS) △충돌시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충격력을 감지해 터지는 에어백 △커브길에서도 차체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스프링의 감쇄율을 저속시에는 낮게하고 고속시에는 높게하며 속력에 따라 차체의 높이를 제어하는 전자현가장치(ESC) △저속시에는 핸들조작이 가볍고 고속시에는 점차 무거원지는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제어(EPSC) △레이더를 이용해 장애물이나 다가오는 차량의 속도 방향 등을 감지하여 경고신호를 내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충돌방지시스템(CAS)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장치들은 선진국차는 물론 국내의 고급차에 이미 장착한 것들이다.

 이들 전자장치는 대체로 3가지 첨단부품으로 구정되어 있다. 사람의 신경계처럼 주행중 생기는 갖가지 상화을 감지하는 센서, 센서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판단해 적절히 지시하는 두뇌기능의 전자제어(ECU), 그리고  ECU의 지시에 따라 근육처럼 작동하는 부분이다. 신경계와 두뇌에 해당되는 센서와 ECU는 개인용 컴퓨터 용량의 배인 32비트가 내장되는 반도체 기술집약체이다 . 이런 장치들은 주행시 안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때문에 기능이 고도화돼 90년 중반이면 64비트 용량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분야의 특허권은 독일의 보쉬와 지멘스, 미국의 벤딕스와 제너럴모터스의 AC로체스터 등 굴지 메이커들이 갖고 있다. 첨단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보쉬는 이를 무기로 주변 전자제품 시장까지 쥐고 있어 ‘자동차산업계의 마피아’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현대자동차는 보쉬와 엔진ECU 합작사를 설립, 이 제품을 전량 사용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합작사인 제너럴모터스로부터 전량 사다가 쓰고 있다. 벤딕스의 자동차전자사업부는 최근 지멘스에 양도돼 한국대성산업과 합작으로 연간 50만개의 ECU 생산에 들어갔다. 엔진  ECU의 크기는 국민학생용 도시락만 해 보닛을 열고 찾으려 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을 정도이다. ECU와 관련 전자부품들은 비록 작지만 현대 소나타 2.0 기준으로 보면 엔진부문 전체 부품값의 40%를 차지한다. 엔진ECU는 요즘 시판되는 대부분 국산승용차에 장착될 정도록 보편화되어 있다. 대우는 신형 프린스2.0에 장착된 ABS를 선택 품목으로 할 경우 기본형 차값의 12% 가량인 1백80만원을 추가시킬 방침으로 알려져 고가부품임을 보여준다. 요즘 실용화된 첨단장치를 국산 중형승용차에 모두 장착한다면 기본형 차값에 3분의 1 수준인 5백만원 이상 비싸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단기술 개발이 ‘벽’깨는 관건
 자동차산업의 알맹이는 사실상 반도체·전자산업이 쥐고 있다 해도 지나치치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엔진의 ECU 가운데 핵심인 연비조절의 연산기능을 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의 개량에 성공, 관심을 모았다. 이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엔진이 탑재된 차가 현대의 스쿠프 알파와 대우의 에스페로 DOHC 이다.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젖비린내 나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개량은 일단 ECU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李貴榮 수석연구원은 강조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첨단기술이 아직 이정도라면 ‘2003년의 벽’을 깨기는커녕 턱걸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대자동차 이현순 이사는 기자의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는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만 말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전자부문 외에도 신소재산업(차량 경량화와 내구력 향상을 위한 알루미늄엔진 고장력철판 고강도플라스틱의 개발)과 화학산업(삼원촉매시스템의 화합물 개발) 등 관련산업의 뒷받침이 절실하나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지난 4월13일 청와대 제조업경쟁력 강화 대책회의 이후 정부가 내놓은 자동차산업의 첨단기술 개발계획을 보면 상당히 낙관적이다. 대부분의 첨단장치를 빠르게는 93년까지, 늦게는 2000년에 개발한다는 것이다.

 3사 관계자들은 “자동차업체들이 낸 계획서를 정부가 종합해 만든 것이며, 부분적으로 앞서 잡거나 늦춰 잡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가능한 것들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다지 자신감있는 말은 아니다. 관련산업의 탄탄한 기반없이 자동차기업의 연구노력만으로는 실현은 어렵다. 대우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경쟁력강화조치 이후 정부의 지원이 나이지긴 했으나, 자동차 기술개발 부문이 고화질 텔레비전(HDTV) 개발보다 푸대접을 받아서야 말이 되느냐”고 푸념했다. 특히 자동차 첨단기술 개발과 관련한 분야를 産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연구실, 모델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風洞실험실, 혹한 혹서등 극한 상황하에서 성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실 등의 건설에 정부가 장기저리로 지원해주지 않는 한 ‘2003년 벽’을 깨기는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한 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알려면 완성차 시험주행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시험주행장이 현대자동차 전용 한곳뿐이다. 이곳의 최고시속은 1백80km로 소형차 테스트밖에 못한다. 이마저 지반침하로 1백80km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62쪽 사진). 한국차가 국제경쟁력에서 소형차 수준의 가격에서 우위로 평가 받는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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