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보이스도 할 수 있지만…”
  • 편집국 ()
  • 승인 199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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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필리보이스도 할 수 있지만…”
‘무자질’ 발언에 방청석 실소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방해)는 의회에서 여러 합법적인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일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회에서 PKO 파병에 반대하는 사회당 의원들이 ‘소걸음(牛步) 전법’으로 법안 통과를 늦췄던 것을 들 수 있다.

 안기부 예산 실질심사를 둘러싼 법리논쟁으로 회의장이 후끈 달아올랐던 17일 예결위. 심야인 데다 지루한 말싸움이 계속되어 회의장에 짜증이 가득한 순간, 민자당 朴熙富 의원(충남 연기)의 고성이 허공을 갈랐다. “야당의 정책질의가 물론 필리보이스(필리버스터의 오인)도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집권한다는 생각으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니냐.”

 긴장감이 감돌던 방청석과 기자석에 일순 웃음이 가득찼다. 더구나 박의원의 발언은, 예결위원이 아니면서 회의 참관차 와있던 민주당 張基旭 의원이 “악법도 법이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린 데 대해 흥분하면서 민주당 의석에 다가가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지른 뒤에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나온 것이었다.

 민추협 출신인 박희부 의원은 14대 총선 당시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자당을 탈당하고 국민당 공천을 얻어 금배지를 달고, 다시 국민당을 탈당하고 민자당에 재입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 날 예결위에서 박의원의 ‘필리보이스’ 운운은 개혁성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엄밀하게 심사한 다음에야 입당을 받아들였다는 민자당 고위 당직자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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