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트로이카와 敎育
  • 편집국 ()
  • 승인 199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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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어도 무척 바뀌었다. 지난 7일 소련 공산당이 독재권력을 자진해서 포기하고 복수정당제를 채택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람들은 쾌잴르 부르기는커녕 우선 어리둥절해 했다.

소련이라 하면 공산국가들의 종주국이 아니었던가. 공산주의라는 말은 공산당의 가차없은 一黨독재와 동의어가 아니었던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사라지고 사유재산까지 인정되는 共産主義도 共産主義인가? 공산주의가 아니라면 소련의 주의는 무엇인가? 공산당 央委員會가 사흘간의 전체회의 토의를 거쳐 채택한 이번 체제개혁은 레닌이 세운 공산정권의 체질을 70년만에 완전히 바꿔놓는 또 하나의 혁명이다. 공산당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고 공산당만이 나라를 영도할 권한이 있다는 레닌의 가르침을 이제 소련은 뿌리친 것이며,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비약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틀이 잡힌 것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개혁의 속도이다. 사하로프 박사 동급진개혁파가 복수정당제를 제창했을 때 고르바초프 당서기장이 스스로 이를 가로막은 것이 불과 두달전 일이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들과는 달리 대국 소련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예측 뒤엎은 개혁

모든 예측을 뒤엎고 소련 지도자들이 대개혁의 결단을 내린 데는 소수민족들의 동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개혁이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페레스트로이카 (개혁)라는 기치아래 그간 경제개혁 조치가 취해졌지만 고루한 관료체제의 저항과 비협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해온 것이 실정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이 종국적으로는 경제개혁에 힘이 되어줄 것이 기대되지만, 경제개혁의 전반적인 전망은 불투명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시장경제를 어떻게 도입하느냐는 문제는 이론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로 되어 있으며,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경제체제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경제운영은 계속 힘들 전망이다.

한편 소련 지도자들은 서방측 경제체제와의 ??點을 확대하고, 서방측의 자본과 기술도입을 통해서 소련경제를 부양시키는 길을 모색해왔다. 소련도 결국 “대만이나 한국처럼” 비교적 싼 값으로 반제품을 포함한 공산품을 생산ㆍ수출하는 경쟁대열에 끼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군사력대신 경제력이 중시될 새로운 세계질서속에서 누구에게나 아쉬운 것은 과학기술, 기술혁신, 경영능력이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번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련은, 情報科學時代에서 가장 값진 자산이 지식, 폭넓은 세계관, 창조적인 상상력이라는 것을 제일 뒤늦게 깨달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이제는 과학, 교육, 문화, 예술 등-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며,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증폭시키는 모든 것-에 아낌없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새 理念을 “인간적인 民主的 社會主義”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시대에 알맞은 노동력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과학과 교육만을 논하지 않고 문화와 예술도 중시한 점이라든지, 인간정신을 강조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落後性의 문제

소련 지도자가 상상력과 폭넓은 세계관의 중요성을 뒤늦게 개달았음을 뉘우치고 교육과 문화발전에 새로운 박차를 가함으로써 落後性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련 실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로 치부될 수도 있겠으나, 현상을 직시하는 태도에서 신선한 인상을 받는다.

落後의 정도나 전후맥락은 전연 다르지만, 소련 지도자뿐 아니라 미국의 지도자도 교육의 낙후를 염려하고 있다. 직접 낙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달초 연두 일반교서 연설에서 미국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되겠다면서 “2000년에는 학생들의 과학과 수학의 학력을 세계 1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교육에 역점을 둘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또한 호소했다. 범죄와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이고 마약이 일부 학원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미국은 경제면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ㆍ재정적자와 힘겨운 씨름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선진국이며 부강한 공업국임에는 틀림없으나, 일본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도전을 받아 미국경제는 상대적인 공업쇠퇴라는 장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한번 뻗어보고 싶은 소련. 더 기울었다가는 큰일이라고 조바심하는 미국. 이들이 반성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우도 한번 생각해본다. 우선 소련같은 절박한 사정은 없으며, 하이테크 산업에도 척척 손을 대어 성과를 올릴 줄 아는 중진국이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의 약화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힘든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위기에 처했다는 소리도 더러 들린다. 틀림없는 것은, 동유럽이나 소련이 장차 가세할 것을 계산해 넣든 안넣든 간에 국제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지리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2000년을 바라보는 경제발전을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될 줄로 안다. 우리 교육에 있어서는 반성할 점은 없는 것일까?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충분한가? 대학을 나왔어도 글을 못쓴다는 소리가 들리는 데 국어교육을 이대로 방치할 수 있는 일인가? 주입식 교육 때문에 창의력과 상상력이 제대로 못뻗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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