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겨진 경제 시동꺼진 폴크스바겐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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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에게 자동차는 재미있는 상품이다. 자동차라는 상품을 통해 경제학적 설명이 가능하고 또 학설이 만들어진다. 미국과 같이 완전 개방된 시장의 경우,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태는 차라리 과학에 가깝다. 여러 연구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가격과 품질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함수 관께를 거의 본능적으로 정확히 계산해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자기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최상의 품질을 골라내고, 품질이 극대 효용을 가지는 가격대의 차를 골라낸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는 ‘국산 차를 사자’라는 캠페인 극성스러웠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 차가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9최근 들어 상황은 역전되고 있다). 상품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 미국 소비자들은 애국심으로 차를 고르지는 않는다. 그들은 가장 경제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국가의 부를 극대화하는 최선의 애국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9억마르크 적자 예상. 5만명 이상 감원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택이 국가경쟁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까닥이 여기에 있다. 자동차 산업은 높은 기술 수준과 규모의 경제가 요구된다. 특히 관련 산업이 방대하기 때문에 공업국가의 경쟁력은 바로 자동차 산업으로 집약된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판매 동향을 보면, 미국 자동차 3사(포드·제너럴 모터스·크라이슬러)의 약진이 뚜렷하다. 판매율 증가에서 미국 차는 일본 차를 현격히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미국 자동차 3사는 미국 승용차 시장의 74.3%를 점유해 작년 동기보다 1% 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는 같은 기간 23.3%에서 22.5%로 후퇴했다. 낫산을 제외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약전고투하고 있다.

 유럽은 아직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불황이 심화하면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경영실적은 악화일로이다. 유럽에서 최고의 자동차 경쟁력을 자랑해온 독일의 최대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의 고전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군림해온 폴크스바겐은 91년 순이익이 11억8천만마르크에서 92년 1억7천만마르크로 폭락하는 충격을 겪었다. 올해에는 9억마르크 가까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경영 간부를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미국 제너럴 모터스로부터 산업 비밀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아, 독일 거말의 수사를 받는 망신까지 당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은 물론 유럽 자동차의 자존심이다. 실속 없이 요란했던 일본과 달리 조용히 미국 시장을 파고든 폴크스바겐의 판매는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순이익은 89년부터 감소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순이익 감소에서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했고, 마침내 올해부터는 판매량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신임 페르디난드 픤흐 회장(사진)은 창사 아래 최대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만명 이상을 곧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영 악화는 불황과 같은 일시적인 판매 환경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영 악화는 독일의 높은 노동비용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 경쟁력의 약화를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 소비 시장이 이러한 사실을 잘 투영한다. 올해 들어 폴크스바겐의 미국 판매는 무려 37%나 감소했다. ‘불황을 모르는 차’로 알려진 벤츠의 순이익도 91년 26억마르크에서 92년 14억5천만마르크로 감소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 약화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약화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최근 주요 자동차 수출국의 경쟁력을 노동비용과 생산성 함수로 분석했다(도표 참조). 이 분석에 따르면 독일은 주요 자동차 수출국 중 경쟁력이 가장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라연구소의 분석은, 독일 차를 외면하는 미국 소비자의 과학적 구매 경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현재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 고전하는 경제의 문제가 단순한 ‘통일 후유증’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 있는가 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은 그 해답을 미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동향에서 구하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南裕喆 기자

유럽
“미국에 밀리 수 없다” UR 수확은 단결심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에서 유럽 각국은 통합유럽의 깃발을 들고 미국과 맞먹는 경제 초강국으로 등장했다. 미국과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유럽공동체(EC) 회원국들은 비교적 일사불란한 태도를 지켰다. 그러나 공동체 내부를 들여다보면 회원국들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았다. 말썽 많았던 농업 부문의 경우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아일랜드가 기본적으로 프랑스와 같은 입장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아 고집스러웠던 프랑스처럼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협약의 전면적인 결렬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섬유 수출국 포르투갈은 미국의 모제품 관세율(29%)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을 협상 카드로 내걸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국은 이러한 주장에 관심의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금융 부문에서 대부분의 회원국과 다른 주장을 했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의제를 하나하나 놓고 보면 공동체 회원국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통합유럽이 미국과의 협상을 계기로 단합했다는 사실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얻은 뜻하지 않은 수확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의 난항, 유럽통화제도의 실직적인 붕괴, 옛 유고슬라비아 분쟁 같은 거듭되는 갈등에 유럽 통합은 사실 유명무실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계기로 유럽은 통합유럽으로서만 미국과 맞먹는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 노릇을 할 수 있음을 체험했다.

 국가 이기주의로 유명한 유럽 국가들의 단결이, 현재 유럽을 휩쓸고 있는 높은 실업률과 장기 불황으로 인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 이익을 놓고 벌인 미국과의 일대 접전에서 유럽 각국은 비슷한 위기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이유야 어쨌든 우루과이 라운에서 확인된 통합유럽의 저력은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있다.
파리 · 梁永蘭 통신원

말레이시아
경제 성장 탄탄대로 복병은 인플레
경제 발전을 거득해온 말레이시아가 95년까지 연평균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경제연구소(MIER)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다르면, 말레이시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94년에 8.2%, 95년에는 8%에 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혁신적인 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 유치로 경제 개혁을 주도해온 말레이시아 정부는,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7%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립적인 경제 기관으로 평가받는 이 경제연구소는, 올해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률을 8.3%로 추정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 8%보다 더 놓은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성공적인 타결은 특히 말레이시아의 수출 경쟁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도 크게 개선되리라는 것이 연구소측의 관측이다(경상수지는 무역거래를 포함한 한 국가의 총괄적인 애되거래 상태를 보여준다). 94년에 14억 말레이시아달러(약 34억 미국달러), 95년에는 18억6천만 말레이시아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가 기대된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42억 말레이시아달러 적자였다. 올해 경상수지는 9억8천4백만 말레이시아달러 흑자이다. 그러나 연구소는 내년부터 발표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말레이시아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복병으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말레이시아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전망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한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자유무역 질서를 해친다며 미국과 유럽의 지역주의 경향을 줄곧 비난해 왔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막대한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와 내수가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올해 4%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이 94년에는 다시 4.2%로, 95년에는 4.7%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南裕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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