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龍萬 재무부 장관
  • 박중환 경제부장대우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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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반기에 나아진다”

 

李龍萬 재무부 장관의 살아온 과정을 보면 그의 추진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헤아릴 수 있다. 강원도 평강 출신인 그는 해방 후 공산당을 피해 혼자 서울에 왔다가 6·25전란 탓으로 외톨이가 된다. 9·28수북 직후 고향을 되찾겠다며 돌격대를 만들어 북진하는가 하면, 이등병으로 입대했다가 51년 5월 추천 가리산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간신히 살아난다. 그러나 그때 총상으로 그의 몸속에는 총알 1개와 파편 4개가 남아 있다. 재무부 관리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그는 ‘80년 봄’ 관계를 떠났다가 82년 중앙투자금융사장으로 금융계에 등단한 뒤, 신한은행장 외환은행장을 거쳐 은행감독원장으로 공직에 돌아간 후 재무부 장관에 오른다. 그는 결정된 것은 밀어붙이는 형이다.

 

금융시장의 개방 속도 등으로 미뤄보아 완전개방은 정부의 당초 계획 연도인 97년보다 앞당겨지지 않겠느냐 하는 추측도 나옵니다.

 딱 언제까지 하겠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지표를 주시해가면서 개방 속도를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1단계와 2단계는 지난 3월27일과 6월30일 각각 발표했고, 3단계는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입니다.

 

3단계 계획은 어떻게 짜일 것으로 봅니까?

 한국금융연구원(KI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의 의견도 받아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의 거시경제 여건이 제7차 5개년 계획에서 잔망한 대로 97년경 일정수준에 이르면 그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정부의 과보호 속에 안주해 있는 우리 금융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끌려다니기보다 적극적인 개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마치 우리가 선진국에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의 개방계획을 내놓고 이렇게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우리가 주도하는 겁니다. 지난번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에서 미국 대표가 동남아의 시장개방을 촉구했지만 우리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되었어요. 개방시 국내 금융기관이 선진외국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근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하고 자율적 경영습관을 정착시켜야합니다. 그래서 금융제도나 정책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금융감독 측면에서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지난 6월 금융규제완화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방은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개방이 갖는 긍정적인 면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개방의 긍정적인 면은 많습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국가발전에 지장을 준 점을 봐도 알 수 있지요. 문제는 우리 금융산업이 정부의 과보호 속에서 편안한 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개방했을 때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므로 그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우리 은행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복안은 무엇입니까?

 한 은행의 경쟁력은 은행원 1인당 생산성이 얼마냐에 달려 있습니다.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경비절감, 양질의 고객확보와 서비스의 향상으로 은행원 1명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 은행의 대외경쟁력은 선진국의 은행과 비교하면 너무 낮습니다.

 

장관께서 은행감독원장 시절인 지난 91년 5월 ‘미·일 금융자유화 전략’이란 제목으로 보고서를 낸 바 있더군요. 장관직에 취임한 뒤 취해온 일연의 정책과 이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히 일치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미국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은행간의 합병과, 미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부실은행의 도산처리와 인수자의 지명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는 듯합니다. 장관께서는 이 두 정책을 추진할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은행간의 합병에 관해서는 얼마전 장기적인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만.

 미국에는 하도 많은 은행이 있고 도산하는 은행도 많으나 감독·조사 기능을 크게 강화하게 된 거지요. 미국에서는 자본금을 잠식하면 일단 부실하다고 보고 인수자를 찾는 등 도산절차를 밟도록 합니다. 이런 도산은 금리자유화로 과당경쟁을 하다보니 예금과 대출간의 금리차가 작아지는 데도 서비스를 높여서 생긴 것이지요. 은행간의 합병은 과당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둘 또는 셋이 합쳐 규모를 크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한 예를 보면 합병하여 컴퓨터에 투자되는 경비만 3년간 6백억엔을 절약하고 직원을 3년간 15~20% 줄인 경우가 있습니다. 또 점포를 30~50개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더군요. 우리는 어느 은행과 어느 은행을 합하느냐 하는 등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습니다.

 

우리 은행은 정년제도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지는데도 더 많은 급여를 주어야 하는데 문제가 있어요. 미국의 뱅크 오브 뉴잉글랜드는 지난해 무려 35%의 감원을 단행했습니다. 경영이 어려우면 감원은 어쩔 수 없는 거지요.

 

미국 일본 유럽의 은행들은 이른바 기업의 매수와 합병(M&A)이라는 방식으로 합치는 경우가 허다해 세계 굴지의 은행 판도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질서에 따라 합병하는 것은 좋으나 지난 날 산업통폐합처럼 정부 주도로 꿰어 맞추는 방식은 곤란합니다. 선진국 은행과 달리 우리 은행의 관치성을 보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은행들은 국제수준에 비하면 중소규모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합병에 따른 비용과 이득을 분석해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현행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로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고 금융자율화와 금융기관 간의 경쟁을 촉진하다 보면, 은행 스스로 필요를 느끼게 되어 검토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난 76년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1대 1로 합병해 현 서울신탁은행이 됐는데 두 은행 출신의 인맥 간 갈등을 아직까지 해소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로 보면 결코 간단치 않을 듯한데요. 또 합병된다 해도 경비절감을 통한 경쟁력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고 부실의 대형화로 되레 문제만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람이고 보기 옛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계파 갈등을 빚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것을 잘 극복해나가고 있더군요. 일본 은행의 노조도 합병을 좋아했어요. 우리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 은행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경쟁력을 가지려면 사람을 골라쓸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정년제도 때문에 생산력을 떨어지는 데도 더 많은 급여를 주어야 하는 데 문제가 있어요. 미국의 뱅크 오브 뉴잉글랜드는 지난해 무려 33%의 감원을 단행했고 체이스 맨해턴 은행은 13%를 해고시켰답니다. 경영이 어려우면 감원은 어쩔 수 없는 거지요. 제가 언젠가 우리 은행들에게 경쟁력을 제고할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더니 인원감축을 가장 많이 하겠다는 은행이 3년 간 5%를 목표차로 내놓았더군요. 제가 외환은행장에 취임한 뒤 본점의 임직원 10%를 줄여 지점으로 내보냈어요. 처음에는 본점의 일이 제대로 안된다느니 불평이 나오더군요. 못들은 체 그대로 밀고 나갔더니 얼마 안가 더 잘 돌아갔습니다. 우리 은행이 미국과 일본의 은행과 왜 경쟁이 안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종합금융사의 신규 허가계획은 전면 백지화된 것인가요?

 종금사의 신설 필요성, 신설기준 및 시기 등을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대외개방이 될 것에 대비해 보험사 리스사 등의 대내의 개방과정을 지켜보며 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작정입니다.

 

한국 증권시장의 위기론이 팽배되어 있는 듯합니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주가지수는 윌 경제의 실물 크기를 제대로 반영한 수준이라고 보더군요. 장관께서는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요?

 중시침제는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라 대만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올들어 실물경제가 호전되고 있고 중시 주변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92년 1~5월 사이 국제수지는 3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전년도 동기의 37억달러 적자보다는 줄었고, 무역수지의 적자폭은 64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값과 물가도 많이 안정됐습니다. 시중실세금라는 회사채 유통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9.3%였던 것이 올해는 17.2%로 낮아졌어요. 물론 중소기업은 어려웠지만 상업어음할인 확대, 제3자 담보인정 등의 지원으로 호전될 것으로 봅니다. 중시 내부를 보면 1일부터 외국인 주식투자가 확대되고, 투신사의 경영정상화로 증시회복의 걸림돌이 제거됐어요. 또 근로자 주식저축제도의 시행으로 새로운 투자수요가 나타날 요인이 있어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증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지난 5월27일 3개 투신사에 2조9천억원의 특융지원과 3천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조처에도 주가는 더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개입해도 증시가 나아지지 않은 것은 불신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증시개입은 시장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특용조처 등을 철회할 용의는 없는지요.

 우리 증시는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이 GNP의 34%에 해당하는 70조원을 넘고, 올해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3천억원을 웃도는 큰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도 없고 관리하려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증시도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효율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27조처는 인위적인 증시부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 투신사의 경영을 정상화시켜 전체 금융산업에 미칠 큰 혼란과 악영향을 사전에 막자는 데 그 근본 취지가 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정부는 비공식적인 관행으로 증권시장에 개입해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거지요. 증권투자신탁임법 제9조1항에는 “투신사는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며 고객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개입으로 투신사가 자율적인 투자를 못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투신사는 고객에게 배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정부는 투신사를 교사·방조한 것이라고 따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는 증권시장안정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기업의 자금 마련을 도울 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안된다고 봅니다.

 

최근의 경기논쟁 과정에서 장관계서는 긴축을 통한 안정정책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혀 정책의 일과넝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평가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93년 이후로 예상되는 세계경기의 회복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도사태의 위기를 맞은 기업의 자생력을 어느정도 도와줘야 한다고 경기부양론자들은 주장합니다.

 경기부양론의 근거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92년 1/4분기와 전년 동기를 대비할 때 16.8%에서 8.6%로 줄었고, 재고율은 지난 1월 10.1%이었던 것이 4월에 14.3%로 늘었습니다. 또 어음부도율은 92년 1/4분기와 전년동기를 대비할 때 0.04%에서 0.09%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92년 4월과 전년동기를 비교할 때 2.1%에서 2.4%로 높아졌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92년 1/4분기의 설비투자의 대 GNP 비율은 17.8%로서 전년동기의 17.6%보다 높으며, 과거 성장기였던 81년과 85년의 설비투자 증가율보다 높아 결코 8.6%라는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재고증가율도 경기침체기인 80년과 89년의 재고증가율 37.4%와 17.9%에 비하면 낮아요. 어음부도율이 높긴 하지만 경기침체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업의 부실경영에 더 큰 요인이 있고, 실업률은 92년 1/4분기를 전년동기와 대비하면 오히려 0.1%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우리 경제는 과열경기 진정과 산업구조 조정 드응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기를 부양시킬 상황이 아닙니다.

 

최각규 부총리는 기업의 어려움 중 하나인 고금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쉽습니다. 앞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적정 성장으로 경제를 안정기조로 정착시키면서 자금의 초과수요를 줄이는 것이 급해요. 금융기관 간에 과당 금리 경쟁이나 깎기 등으로 금리를 높이는 행위를 막고, 예대마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은 하반기부터 실시될 2단계 금리자유화 계획이 추진되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에는 단자사의 업종 전환이 마무리되고 상반기 4조8천억원보다 많은 9조9천억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인위적인 조처가 없더라도 상당 수준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소득세제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어느 범위 내에서 개정할 계획이십니까?

 구체적인 세부담의 경감방법이나 폭은 7월 이후에야 구체화될 듯합니다. 현재 검토중인 방안은 근로자의 면세점 인상을 가급적 억제하면서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4백90만원에서 상향조정하거나 세율구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에 대한 특별공제제도를 신설할 것도 검토하고 있고요.

 

한국은 환율의 기축통화를 달러화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10년간 엔화의 등락과 한국이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축통화를 엔화로 바꿀 경우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 최근 일본의 노무라연구소에서 나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떤 통화를 기축으로 하느냐는 당해 통화에 대한 국제적인 ???와 대외거래에 있어서의 사용비중 뜽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아직 엔화에 대한 국제적인 신인도는 달러화에 비해 크게 못미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의 환율제도 분류상 엔화에 연계되어 있는 환율제도를 가진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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