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느냐, 막느냐’ 동부 대혈전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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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예고’ 대구·경남·부산 판세 점검/열린우리당, 거물급 내세워 총력전

‘동부 벨트’는 한나라당의 철옹성이다. 그래도 열린우리당은 노랑 깃발을 꽂기 위해 안간힘이다. 장관을 지냈거나 현직 최고위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를 대구·경남·부산 지역 단체장 후보로 내세웠다. 동부벨트의 격전지를 살펴보았다.

대구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는 동부벨트를 공략할 선두 주자이다. 환경부장관 재직 10개월 만에 ‘징발’되었다. 인물 경쟁력 때문이다. 2002년 지방선거 때, 그는 무소속 후보로 나서 38.2% 득표율을 올렸다.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 중구·남구 후보로 나서 33.1%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에 그는 김범일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을 상대한다. 김범일 후보(57.75%)는 지난 4월13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서상기 의원(25.7%)과 신주식 후보(16.6%)를 큰 표 차로 따돌렸다. 행정자치부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 출신인 김후보는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의 한 언론인은 “이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한나라당 텃밭’임을 입증한다. 지난 4월13일 KBS 여론조사에서 김범일 후보(25.2%)는 이재용 후보(17.9%)를 따돌렸고, 1주일 전 영남일보-대구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김후보(33.9%)가 이후보(21.5%)를 앞섰다.

하지만 이후보가 파고들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차기 시장의 핵심 과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는데, 이후보(22.7%)가 적임자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이다(4월6일 영남일보-TBC 공동 여론조사). 김후보는 9.9%에 그쳤다.

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이 지적하듯, 대구 경제 상황은 말이 아니다. 1인당 지역 국내총생산(GRDP)이 13년째 꼴찌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 역시 8년째 꼴찌이다. 이후보는 대구 경제를 망친 장본인이 한나라당 출신 시장들이라며 김후보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민들에게 ‘묻지마 투표’가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묻는 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공세에 김후보측은 ‘CEO형 관료’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김후보측 장세준 기획실장은 “김후보는 중앙과 지역 관가를 두루 거쳤고, 비즈니스 감각도 뛰어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후보는 첨단 대구 프로젝트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사람 외에도 민주노동당 이연재 후보, 국민중심당 박승국 후보, 무소속 백승홍·박화익 후보까지 6명이 대구시장을 향해 뛰고 있다. 

경남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는 경남도청 문을 두 번째 두드리는 재수생이다. 2002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득표율은 16.6%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 아성인 동부벨트에 구멍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선 경쟁 상대만 따져 보아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김후보의 2002년 상대는 당시 김혁규 지사로 헤비급 인사였다. 그때 남해군수 약력이 전부인 마흔셋의 김후보가 상대하기에 김지사는 너무나 버거웠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옛 상대에 비하면 미들급 정도다. 마흔넷의 김태호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다.

 
그 사이 김두관 후보는 경륜도 풍부해졌다. 행정자치부장관, 대통령 정무특보를 거쳐,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영남권 맹주를 자처한 김혁규 후보를 물리치고 3위에 올랐다. 김후보는 중앙정치와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한 뚝심 있는 일꾼론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동생이자 선거 캠프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김두수씨는 “경남 지역을 네 개 광역자치단체로 나누는 등 피부에 와닿는 공약으로 승부를 걸겠다”라고 말했다.

 
수성을 자신하는 김태호 후보는 ‘준혁신 도시’ 공약으로 표심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마산에 혁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준혁신 도시 건설 공약은 실현 여부를 떠나 선거 쟁점이 될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 김후보측은 “준혁신 도시 공약 돌풍에 당 대 당 구도까지 합쳐지면 필승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13일 KBS 조사에서도 김태호 지사의 강세가 입증되었다. 김지사(48.8%)는 김두관 후보(16.5%)를 세 배가량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8.7% 지지율을 얻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부산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는 네티즌 사이에서 ‘장애인 고백’으로 유명하다. 그는 말을 더듬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말을 더듬는 그의 어투를 비하했다.  그때 한 네티즌이 오후보가 예전에 쓴 ‘내가 장애인이다’라는 고백 글을 찾아내 인터넷에 퍼뜨리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상배 의원은 역풍을 맞았다. 오후보는 그때 그 이미지를 한껏 활용하고 있다. ‘말은 더듬어도 양심은 더듬지 않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한나라당 아성인 부산에서 출사표를 던진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당은 가리고, 인물만 내세우는 전략을 써왔다. 하지만 오후보는 달랐다. ‘열린우리당’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뜻이다. 오 거돈 후보의 전략본부장을 맡은, 노대통령의 부산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통하는 정윤재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물론을 써보았는데 안 통했다. 그럴 바에야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부
 
산 발전 청사진을 놓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

여기에는 ‘집토끼’를 제대로 잡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부산에서 받은 표는 58만7천9백46표.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기에, 이 ‘노무현 표’만 제대로 지켜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여론은 이변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한나라당 경선이 본선만큼 치열하게 치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남식 시장과 권철현 의원은 본선보다 경선에 올인했다. 두 후보 간 공방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4월20일 부산MBC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정책 공방 대신 상호 비방을 주고받았다. 급기야 4월23일로 예정된 경선 일정이 27일로 연기되었다. 국민선거인단(30%) 선정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일었기 때문이다. 당내 대
 
권주자인 박근혜(허남식)-손학규(권철현) 대리전 양상까지 띠면서, 지역에서는 경선 후유증을 걱정할 지경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 승리를 자신한다. “이번 지방선거도 지역구 도로 치러진다”는 것이 두 후보 진영의 이구동성이다.

이처럼 한나라당 동부벨트의 든든한 버팀목인 부산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부산대 교수인 김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 때 지지율 1%에서 출발해 16.8%를 득표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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