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은 하나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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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펴낸 김명자 교수

  숙명여대 화학과 김명자 교수(47·이과대학장)가 최근 펴낸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동아출판사)은 환경문제가 왜 발생했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가를 통시적·공시적으로 다룬 ‘환경개설서’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환경문제가 산업사회 진전이 낳은 불가피한 결과라는 피상적 이해에 머무르는 느낌이다. 이해의 정도와 실천력은 비례한다. ‘큰일이다’라는 식의 즉물적 반응이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동서양의…》가 이 시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폭과 깊이의 확대에 이바지하는 연구서인 동시에, 일반 독자가 읽을 만한 환경관련 서적이 극히 드문 형편에서 나온 상세한 안내서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김교수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화학과 과학사를 전공하는 학자로서의 열정은 물론 생활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다. “오염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문제는 결코 먼 것이 아닌 심각한 현실”이라고 김교수는 말한다. 10여년 전부터 환경문제를 주목해온 김교수에 따르며, 80년대 초반만 해도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환경문제를 거론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당사자들이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며 발뺌했다고 한다.

  과학사를 연구하는 과정이 환경문제의 근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는 김교수는 환경문제가 역사적·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안목으로만 접근할 경우, 그 성과가 환경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환경문제는 대내적으로 정치·경제체제와 맞물리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관계가 있으며, 학문적으로도 철학 과학(기술) 사회운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다.

환경학계의 쟁점 ‘기독교의 자연관’
  이 책은 환경문제가 서양의 고대 자연관에 그 연원을 두고 있음을 일러준다. 이를테면 환경문제 논의의 주요 이슈였던 ‘기독교 성서의 자연관’이 그 좋은 예이다. 기독교 성서 이전의 자연관은 , 서양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신을 동일시했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은 금기였다. 그러나 기독교시대 이후 정령숭배는 성자(신)숭배로 변했으며, 인간은 그 유일신으로부터 자연을 다스리는 권력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교수는 서양 과학기술의 오류를 동양의 세계관으로 대치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삼지는 않는다. 동양사람들이 버리는 현재의 과학기술 활동도 서양인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온갖 부정적 측면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환경학에 덧붙여 환경윤리학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만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서 가능해질 것이므로 철학과의 만남이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이 책이 제시하는 접근법은 사회경제체제·과학기술, 그리고 가치체계 즉 환경의식 등 세 갈래이다. 자본주의는 물론 환경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주장했던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체제의 더 절망적인 환경오염을 직시할 때, 세계 양대체제보다는 독일 녹색당이 내세운 ‘탈 중앙집권적 기저민주주의’와 여성들의 환경운동 등에 지은이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학기술 측면에서 보면 국제적인 환경 과학기술은 발전단계에 있지만, 한국은 이제 개막 단계에 머물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은 체제나 새로운 과학기술보다는 결국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의 ‘혁명적 변화’에서 가시화될 것이라고 지은이는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암세포와 그 숙주(인간 신체)와의 관계가 보여주듯, 인간과 우주의 관계는 숙주인 우주의 생명이 끝남으로써 암세포인 인간도 종말을 맞는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 듯하지만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 자체로는 진정한 생명 단위가 될 수 없는 우주 속의 한 유기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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