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정치가 日경제 불안요인
  • 도쿄·김용기 통신원 ()
  • 승인 1990.06.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엔화가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년들어 계속되고 있는 ‘3저’(엔·주식·채권가격의 침체)가 가까운 시일내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주식은 지난 2월에서 4월에 걸쳐 무려 네자리에 걸쳐 폭락을 거듭해 지난 87년 뉴욕증시의 ‘블랙 먼데이’(암흑의 월요일)를 무색케 하는 ‘블랙 에브리데이’(암흑 같은 매일)같은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금융부문의 침체가 실물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의 호경기가 너무도 오랫동안 지속돼왔다는 점이 하나의 근거로 지적되고 있고 美·日무역마찰이라는 ‘백년전쟁’으로 수출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그것이 최근의 무역흑자 감소로 나타났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서독이 경쟁적으로 고금리정책을 채택하여 긴축효과가 예상되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 더욱 지배적이다. 3저현상은 주식·토지의 과열투기에 의해 거품처럼 부풀었던 경제를 조정하는 일시적 국면에 불과하며,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첨단의 기술개발 투자와 소비가 균형있게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류경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이같은 단기적 현상에 집착한 비관론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인 구조조정 문제가 늦어져 미·일 무역불균형의 격화나급격한 엔고라는 반동현상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론자건 낙관론자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이 있다. 최근 일본경제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점이다. 자민당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강점은 국내 각 계층간의 상이한 이해를 조정하는데 있었다.

  지난 2월의 중의원 총선에서 정책이슈가 되었던 것은 국내문제인 소비세 문제뿐으로 조만간 닥치게 될 미·일간의 구조조정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즉 농산물 수입 및 금융자유화, 독점금지법의 강화, 미국업체의 일본시장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는 대형소매점의 지점개설규제법 폐지문제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정책논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본의 대외불균형의 시정이라는 국제적 관심사는 국회의원에게는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류정치 때문에 미·일마찰이 감정적인 분위기로 전개될 위험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게 된다. 일류경제의 구조를 갖추어가려면 무엇보다도 일류정치가 요구되는지 모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