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自, 6대도시 선거 제의할 듯”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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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相賢 민주당 최고위원

金相賢 민주당 최고위원은 여당의 날치기를 막는 과정에서 박준규 의장을 밀착 마크하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박의장과 김윤환 전 민자당 총장과 가진 막후 접촉을 통해 3당 대표회담과 양김회담을 성사시켰다. 친화력이 뛰어난 김최고위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폭넓은 인맥을 가진 ‘정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인터뷰중에도 평소 김최고 위원을 형님처럼 생각한다는 민자당 박주천 의원(서울 마포 갑)이 찾아왔다. “양보와 협상의 주도권”을 강조한 그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여당이 6대 도시 실시안을 역으로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신 때 의원직을 박탈당한 이래 20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에 선출되어 생명력이 강한 ‘잡초’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두 김씨 회담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선거 문제는 아직도 불분명한데,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합의된 것이 아닙니까?

 두분 사이에 발표하지 못할 합의사항이 있지 않겠느냐고 추론하자면 한이 없지요. 8월28일 김영삼 대표가 민자당 총재에 위임하면 그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강력한 바람이 지자제법 개정안 강행처리라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광역단체장 선거 연내 실시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입니다. 여당의 대응에 따라 정국이 불투명해집니다. 여기서부터 두 김씨와 민자·민주 양당 정치인들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만약 민자당이 강행처리를 했다면 어떤 양상이 벌어졌을까요?

 강행처리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인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았지요. 또한 민주당은 원내외 투장, 즉 1천만 서명운동·노태우 대통령 하야 결의·의원직 사퇴·대선 보이콧 등 최강공책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김윤환 전 민자당 총장과 만난 후 6대 도시 시범실시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셨는데, 정확한 내용이 뭡니까?

 그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전 김총장과 저는 여기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최악의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양김회담을 주선하자는 데 초점이 두어졌지요. 이번 양김회담의 성사에는 전 김총장도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 김총장은 “일부 신문이 여권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만약 민자당에서 그런 안이 나오더라도 현재 민주당 입장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요.

 여당이 저토록 단체장선거 연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지난 총선에서도 보았지만 시장이 지침을 내리면 구청장·동장은 여당을 위해 전력투구합니다. 만약 단체장선거를 대통령선거 전에, 혹은 동시에 실시하면 구청장·동장이 목숨을 걸고 부정선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어느 선에서 타협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여권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받아들이지 않으며6대 도시 선거안을 역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때 민주당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김대중 대표와 민주당의 결단에 달렸다고 봅니다.

 강행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돋보이는 행동을 하셨는데, 구태 혹은 쇼맨십이라는 눈총을 받지 않았습니까?

 박준규 의장과 맞고함친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강경하게 나갔지요. 협상노력조차 하지 않고 의장이 강행처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어요. 그 다음에는 대화가 돼서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여당이 청와대를 의식해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 한국 정치의 구태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구태를 청산하고 쇼맨십을 철저히 배제하자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과거에 대여투쟁할 때와 비교해 어떤 차이를 느끼십니까?

 6·7·8대 국회에는 낭만이 있었어요. 지금은 적과 동지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은 각박함을 느낍니다. 개방화·민주화로 가면서 오히려 냉전 의식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시대의 정치인은 사회 통념을 선점하는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어는 지도자가 양보와 협상을 통해 이 위기 국면을 주도하고 돌파구를 마련하느냐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14대 총선에 당선된 뒤에 제 선거구 유지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도 우리 선거구 내에 사니까, 인사를 드리러 간거지요. 40분 정도 이야기했는데 정치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분은 남북회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어요. 잘못 진척되면 오히려 우리가 상당히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안보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고 판단되면 자기도 한마디해야겠다고 했어요. 그때 한번 접촉하고 그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주류인데, 각 후보가 전씨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떻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 세력의 중추라 할 수 있고, 그는 집권 기간 동안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점에서 지금의 노대통령과 대비되지요. 김대중 대표에 대해 사형선고까지 내렸던 전직 대통령이 김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정치 경험에 비추어 대선 때까지 4개월간 정치가 어떤 모양으로 굴러가리라고 보십니까?

 9월 정기국회 정상화는 단체장선거 문제의 타결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 김씨가 어떻든 협상으로 타결해야 한다고 봐요. 경제 문제·남북 관계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때에 최소한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두 김씨와 정치권이 위기 국면에 직면하게 되지요. 그렇게 보면 두 김씨가 최악의 선택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민주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집권할 가능성을 높은 정치 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민자당이 선거전에 전력투구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장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자당 내와 관료 중에 있거든요. 일사불란하게 단합되지 않으면 선거에 이길 수 없어요. 김대중 후보는 통합된 정통야당의 후보입니다. 그리고 경제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세 후보 가운데 단연 김대중 후보가 적합한 인물이지요. 정주영 후보가 경제를 안다는 것은 기업과 경영을 안다는 이야기지 한국 경제 전반을 안다는 말은 아니지요. 도덕성 회복·사회정의 확립·정치불신 해소·민족정기 고양이 강조되는 형국임을 감안할 때 김대중 대표가 승리할 것으로 봅니다.

 87년에는 비슷한 당위성을 내걸어 김영삼 후보를 밀지 않았습니까?

 그 당시에는 양김씨가 합의해 단일화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것이 안되면 경선을 해서 단일후보를 내자는 것이 제 입장이었지요. 저는 후보 단일화 신념을 가지고 평민당에 갈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통합된 통일민주당을 지키는 것이 공인의 도리라고 나름대로 정리한 겁니다

 정치 노선을 그렇다치고 당시에는 김영삼 대표가 가장 탁월한 지도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양김씨 다 가장 탁월한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어떤 연설에서도 김대중 선생이 탁월한 지도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단 단일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했지요.

 당시 정황으로 볼 때 야권 단일후보 주장은 김영삼 총재로의 후보 단일화가 아니었던가요?

 그 당시 김대중 선생이 양보했더라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것이고, 장차 통일시대의 대통령으로서 경륜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또 만일 김영삼씨가 양보했더라도 역시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지도자가 됐겠지요. 그러나 김영삼씨가 양보했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는 데까지는 안 가거든요. 그 당시 모든 환경을 봐서는 김대중 선생이 양보했다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때 김대중 대표에게 미움을 받다가 지금은 동교동 안방을 차지한 셈인데, 다른 사람에 비해 특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웃음)동교동 안방을 차지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17세 때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가 살아난 이후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근다는 생각으로 매일을 살아갑니다. 때문에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요. 제게 섭섭하게 한 사람일지라도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정치는 제 인생입니다. 생활이 정치이고, 정치가 제 생활입니다. 그래서 매사에 전력 투구합니다. 저는 많은 미덕과 미담을 가진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김대중 대표가 대선 후 정계 개편을 예상해 일종의 방패용으로 김의원을 중용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사실 중용이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들이 경선을 통해서 저를 중용했지요. 김대표께서는 정말로 침묵을 지키셨습니다. 제가 최고 득표할 줄은 김대표도 예상을 못하신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김대중 정권을 창출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직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으십니까?

 사실 저는 킹 메이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정치 지도자의 좋은 전형이 없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저는 장사꾼인데 사람장사를 하는 사람이고, 투기를 하는데 사람한테 투기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합니다. 대권을 잡아 경륜을 펴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최선의 길이지요. 그러나 판을 깨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배·동지·후배를 통해서 좋은 정치 지도자를 배출해내는 산파역으로 역사에 남기를 원합니다.

 야당 당수 자리는 바로 눈앞에 있지 않나요?

 (웃음) 우리 민주당은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히 이기택 대표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이기택 대표를 평가해주시지요.

 이기택 대표는 좋은 학벌과 가정, 그리고身言書28p●이 좋지요 이기택 대표만큼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여야에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정치인인데 그 점도 정치력에 포함돼야지요. 위기관리를 잘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해 조화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간다면 좋은 정치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판의 물갈이 여론은 항상 높습니다. 김최고위원의 경우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제 자신이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나 물갈이 대상이 되는 거지요. 제 자신 얼마나 새로워져 변화 속도를 따라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계에 몸담은 후에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습니까?

 두 번의 고비가 있었어요. 72년 유신 헌법 선포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나 강창성 보안사령관이 국회의원을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을 하고 싶으면 시켜주겠다고 했어요. 현실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선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부당한 제도에 반대하는 편에 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감옥에 갔습니다. 또 한번은 87년 대통령후보 단일화가 실패로 끝난 후 김대중 선생이 평민당을 만들 때가 저에겐 최대 위기였어요. 인간적으로 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보나 무조건 김대중 선생을 따라가야 하는데, 공인으로서의 길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할 때 정말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고비였습니다.

 한국의 5년 후 정치상황을 전망해주시지요.

 대통령선거 후 여당에 의해서 내각제 문제가 제기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제기할 가능성은 없어요.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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