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마에서 1승만 거둬도 성공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0.06.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멕시코 월드컵 때 골문 열었으나 무승부가 고작…아시아선 북한만이 승리 기록

세계 10억 축구팬들의 관심은 제14회 월드컵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로 집중되고 있다. 1년7개월 동안의 격전 끝에 지역예선을 통과한 24강이 벌이는 ‘꿈의   '에서 한국은 당초 목표대로 16강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아시아 국가들의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보자.

 한국은 54년 제5회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앗다. 한국팀은 64시간의 장거리여행 끝에 대회 개말일 늦게 취리히에 도착, 첫경기에서 헝가리와 격돌했다. 당시 유럽 최강의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헝가리와 맞붙은 한국은 겹친 피로와 두드러진 실력차로 완패했다. 스코어는 0대9.

 그러나 유럽의 강자인 서독조차 헝가리에 8골을 먹었다는 것과 비교하여 오히려 선전했다는 격려도 있었다. 2차전에서도 한국은 터키에 0대7이라는 일방적인 점수차로 무릎을 꿇어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아시아의 2번타자로 66년 런던대회에 출정한 북한은 “평균신장 1m65cm, 선수전원 미혼, 주력이 놀랍다??는 것이 소개됐을 뿐 실력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북한이 1차전에서 소련에 0대3으로 무너지자 매스컴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칠레와 두 번째 경기에서부터 북한의 돌풍은 시작됐다. 전반에 PK로 1실점한 북한은 경기종료 3분전 동점골을 터뜨려 게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북한은 16개, 칠레는 9개의 슈팅을 날려 내용면에선 북한이 압도한 경기였다.

 예선 마지막 상대는 우승후보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월드컵을 두차례나 제패했으며 소위 스위핑 디펜스(빗자루 수비)라는 신무기로 상대방 공격진의 기를 빼놓는 수비위주의 팀이었다.

 그러나 ‘동양의 진주??박두익을 선봉장으로 내세운 북한은 뛰어난 주력과 단련된 팀워크로 이탈리아의 ??빗자루 수비??를 뒤흔들어 전반 42분경 결승골을 터뜨렸다. 센터 서클에서 하정원의 헤딩패스를 받은 박두익이 이탈리아의 태클을 교묘히 제치고 대각선 땅볼슛을 성공시킨 것. 후반 들어 이탈리아는 거센 반격에 나섰지만 북한의 거머리 수비진이 이를 완벽히 차단, 이탈리아를 예선탈락이라는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탈리아의 對북한전 패배는 미국이 영국을 1대0으로 꺾은(50년·브라질대회0 것보다 더 쇼킹한 그라운드의 쿠데타였다. 8강전에 오른 북한은 포루투갈에 3대0으로 리드하다가 ‘검은 표범??에우세비오에게 4골을 허용, 결국 3대5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북한은 경기 시작 23초만에 선취골을 넣어 월드컵사상 가장 빠른 득점을 기록한 나라가 됐다.

 88년 멕시코대회는 한국이 32년만에 재도전한 무대였다. 82년부터 월드컵 진출팀이 16개에서 24개팀으로 늘어나 쉽게 본선에 오른 한국은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신동 마라도나에게 철저히 유린당해 1대3으로 패배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 시합에서 후반 27분경 박창선의 중거릴 직격탄이 골인돼 월드컵대회 득점팀 대열에 처음 섰다.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불운의 스타 김종부의 동점슛으로 대회 출전 사상 첫 무승부를 기록했으며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탈리아에 2대3으로 졌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분전, 세게 축구전문가들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국과 함께 출전한 이라크는 3전 전패를 기록했다.

 지난 멕시코대회까지 월드컵 본선출전 티킷을 거머쥔 나라는 55개국,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은 아직 한차례 승리도 거두지 못했고 이라크, 뉴질랜드 등 10개국은 무승부조차 끌어내지 못한 채 전패했다. 이제가지 아시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명단을 내놓았던 나라는 한국, 북한을 비롯해 모두 6개국, 이들 나라의 종합전적은 1승 6무14패. 득점 15점. 실점 51점.
 아직도 아시아축구는 남미·유럽축구에 비해 개인기와 체력서 열세가 분명하다. 그러나 한번의 실수로 게임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축구계의 철칙으로 통용되고 잇다. 이번 로마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 철칙을 사실로 증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