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에도 꼬리무는 돈봉투 추문
  • 편집국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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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자당 선거사무실에 “돈 못받았다” 항의 주민 줄이어

보궐선거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나서도 대구 西甲지역에서 돈봉투와 관련된 소동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평리5동 51통 주민들이 통장이 활동비로 지급받은 돈 1백71만원을 주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유용했다고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는가 하면, 그에 앞서 같은 동 50통 주민들도 역시 비슷한 내용의 소동을 벌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로 투표율이 뚝 떨어져버린 투표 당일, 대구시 서구 민자당文熹甲 후보의 선거사무실.

  평리 4동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는 꼬마를 등에 업은 채 찾아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열심히 호소했다. 사연인즉, “우리 동네의 활동장은 활동비 받아가지고 갈비 사먹고 관광다니고 그러는데 나는 돈준다고 그래서 입당원서를 무려 2백장이나 받아줬는데도 활동비는커녕 비누 한 장도 받을 수 없으니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보다 앞서서는 내당4동의 아주머니 20여명이 무더기로 찾아와 역시 비슷한 항의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우리 동네 통장이 돈 3만원씩 든 돈 봉투를 돌렸는데 몇몇 집은 빼놓고 돌렸다. 다같은 주민인데 누구에게는 돈을 돌리고 누구는 안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그 통장에게 항의했더니 돈은 민자당에 다시 반납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왔다”는 것이었다.

  이들과 선거 사무원간의 해프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자당 서갑구 조직국장은 그들에게 “우리는 돈준 일이 없다”며 문제의 통장을 데려오라고 요구했고 내당 4동의 아주머니들은 급기야 그 사람을 사무실로 데려와 돈돌린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민자당측은 “그것이야 통장이 준 돈이지 민자당이 준 돈이냐”며 궁색한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투표일이었던 3일 文후보 사무실은 이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소동으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물론 이들은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사무국장의 강한 부인에 짓눌려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진천·음성 지역의 경우 투표 당일 음성군 소이면에서는 민자당원인 조모씨가 최모씨 등 4명의 대리로 부정투표를 하려다 민주당측 운동원들에게 적발됐다. 민주당측은 이들 4명의 신원을 확인, 이들이 민자당측으로부터 회유를 받고 자신들의 투표용지를 건네주었다는 확약서까지 받았다.

  한편 민주당측은 민자당이 선거유세 기간중 진천군청 소속버스를 동원, 초평·진천면 주민들을 각 면사무소 회의실에 불러 모아 당원단합대회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또 음성군청에서 치른 개표작업중 민주당 참관인 23명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모두 밀려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가칭)은 7일 상오 李基澤위원장 주재로 위원장단회의를 열어 4·3보궐선거와 관련, 2개 지역 부정선거진상조사단을 구성, 이번주부터 현지에 내려가 부정선거사례 수집 등 조사활동에 착수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승리한 진천·음성에서 보다는 대구 서갑지역에서 부정선거를 둘러싼 시비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측의 공세 여부에 따라서는 민자당의 문희갑당선자가 곤경에 처할 개연성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현지에서 돈봉투와 관련한 주민들의 소동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선관위의 태도 여하에 따라 또 한번의 선거가 치러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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