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조국 구하겠다"
  • 여운연 편집위원보 ()
  • 승인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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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家출신 바르가스 요사, 페루 선거전서 선두 질주

군사독재정부를 비롯해 선거민주주의, 사회주의 정권 등 다양한 정치체제가 병존해온 南美 대륙이 10년간의 민주화 진통을 거친 끝에 마침내 90년대 들어 명실상부한 정치적 선진대열로 진입하고 있다. 바로 10여년전만 해도 남미 12개국 중 무려 9개 국가가 군사독재정권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지난 79년 이후 민주화 기운이 일면서 文民정치가 실시된 지역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파라과이, 페루, 수리남, 우루과이 등이며 최근 칠레의 민정이양을 大尾로 남미는 1800년대초 국가형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모든 나라가 民選정부가 되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는 황금산 앞에 있는 거지와 다를 바 없다"는 말처럼 남미의 경제위기는 정치 이전에 전대륙이 앓고 있는 절박한 문제이다. 잉카문명의 중심지였던 페루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의 경우 남미국가 중 최악의 경제상태를 기록했다.  

  남미 민주화 바람을 선도했던 페루는 높은 인플레율(89년의 경우 2천7백75%), 게릴라들에 의한 테러, 마약밀매등 압박요인들로 현재 매우 어려운 도정을 걷고 있다. 지난 85년 사회주의 기치를 내세우고 집권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크게 실망한 페루 국민들은 오는 4월8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작가 출신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53)후보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다. 

  한때 노벨문학상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바르가스 요사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소설가이나 공직경험은 전무한 정치초년생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치는 아주 더러운 비즈니스"로 치부해버렸던 그가 빈곤한 페루를 구해보겠다는 포부를 안고 대통령후보에 나서자 지금은 페루 최고의 '정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민주전선연합을 이끌고 있으며 4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이번 선거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右로부터의 국가재건'을 내세우며 시장경제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바르가스는 쿠바의 카스트로를 가리켜 "한때는 진보의 길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공룡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右派인물이다.

  지난달 바르가스 요사는 아마존강을 건너 역시 시장경제 옹호자인 페르난도 칼라 드멜로  브라질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환대를 받았으며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정권에 승리를 거둔 차모로 대통령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80년대 남미 좌익 정권들을 향해 비판을 가해 동료 지식인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던 그는 최근의 이같은  정세변화에 홉족해하면서 "마치 나 자신을 해명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미의 모든 국가가 이제 자유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며 격세지감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걷잡을 수 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든  국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자유시장 충격요법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극작가이자 사상가인 체코의 하벨 대통령에 이어 페루의 作家대통령후보의 당선 여부는 남미의 전반적인 정세흐름과 관련해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오면서 언론으로부터도 대대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바르가스 요사는 단연 유리한 입장이나 선거 결과란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일. 현재 그를 추격하고 있는 후보는 가르시아 현대통령이 지원하는 美洲인민혁명연맹의 루이스 알바 카스트로이다. 수상을 역임한 그는 현 정권의 경제실책 때문에 불리한 입장이다. 여론조사 결과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후보 알폰소 바란테스는 바르가스 요사를 향해 "페루 제일의 정치초년생은 이번 선거로 훌륭한 소설거리를 얻어낼 것"이라며 야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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