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민족공동체 이루고자 노력"
  • 편집국 ()
  • 승인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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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현실참여는 당연…병든 정치·경제에 도전하되 대안 제시해야

서울 강남YMCA 뒤켠에 있는 두레선교회 사무실에서 김진홍목사를 만났다. 그는 매주 목요일 낮과 금요일 저녁 강남YMCA에서 '두레성서연구모임' 여성반과 직장반에서 강의한다.

 

● '활빈'이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금은 70년대의 절대적 빈곤은 극복했지만 경제가 향상되면서 현대인은 새로운 빈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념·정서의 빈곤 등 정신적 빈곤의 대안으로서 활빈은 중요합니다.

● 빈민선교에서 시작하여 민주투쟁, 농민운동, 두레공동체운동 등 활동형태가 변화돼왔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변화라기보다 시대상황에 따라 '발전지양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유명해지면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려우실텐데.

  유명인사 체질로 변질되지 않도록 틈만 나면 농장에서 땀흘려 노동하고 인간관계를 소박하게 유지하지요. 또 재산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매월 인세·강사료 등 1천여만원의 월수입이 있으나 제 봉급은 다른 두레마을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7만원에 국한시키고 있지요. 이 원칙을 평생 지킬 것입니다.

● 종교인의 현실참여를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한 요청인데 내용이 문제지요. 정치 현안과 사회병폐에 대한 공격 이전에 자기정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다음에 부당한 정치, 부패한 경제에 도전해야겠지요. 그러나 병든 시대를 비난하는 것만으로 끝나면 세속운동과 질적인 차이가 없어요. 그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진정한 참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십니까?

  기독교는 비판받음으로써 발전해왔습니다. 4대 질병에 시달리는 한국교회 또한 신랄하게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아울러 진실하지 못한 점, 물량주의적 발상으  로 교회를 운영하는 점, 비민주적 풍토에 젖어 있는 점, 그리고 치병·기복을 중심으로 무속 성에 젖어 있는 점 등이지요. 교회가 참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민족의 개혁과 통일을 지향하는 역사의식을 확고히 가져야 할 것입니다.

●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신다면 누가 왜 비난합니까?

  전에 같이 일하던 행동그룹에서는 '수정개량주의자', 보수교회는 '과격파', 운동권 학생들은 '기존체제를 합리화하는 시녀', 여권에서는 '반체제'라고 비판하고 그밖에 '정치목사' '경건성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판하는 관점에 대해 이해할 뿐 아니라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 개량주의자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부심을 가집니다. 혁명주의자는 모르는 사이에 나라를 후퇴시킵니다. 바람직한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가 개량주의자들에게 맡겨져야 합니다. 소위 운동권과 재야가 개량주의로 질적인 변신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정치목사란 비난에 대해서는?

  목사는 당연히 정치목사가 되어야 해요. 단 정당활동을 하는 목사가 아니라 정치적 식견과 판단력을 가지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목사를 말합니다. 종교는 그 시대의 뿌리요, 정치는 나뭅니다. 종교없는 정치는 인간을 유린하고 정치 없는 종교는 空論에 불과합니다.

● 그렇다면 3당합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간의 한국정치가 4당분립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현실에 비추어 하나의 돌파구로서  합당 경위는 이해하나 문제의 핵심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한번도 구악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그리하여 구악이 항상 신악으로 계승되어 국민정기가 떨어지고 나라기틀을 세워오지 못했습니다. 야당하던 사람이 여당과 손잡아 한식구가 됨으로써 유신· 5공의 악을 그대로 수용, 다시 한번 역사쇄신의 기회를 잃은 것을 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줄로 압니다만…. 

  남과 북의 현실이 어두운 만큼 대안은 청년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들이 주인될 미래에 도전하지 않고 어두운 현실에 함께 몰입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청년들이 민족현실에 대해 화염병을 던지는 뜨거운 가슴은 이해하나 그것은 길잃은 정열입니다. 위대한 민족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정열이 쏠리기를 바랍니다. 뜻을 가지고 꿈을 꾸는 기간이 중요합니다.

● 철거민·세입자 문제를 보는 눈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우리정부와 국민들이 철거민·무주택자들에 대해 그렇게 가혹하고 몰인정할 줄은 몰랐습니다. 세계국민·올림픽·고소득 다 좋으나 집없는 사람의 서러움을 모르는 국민은 일등국민이라고 할 수 없으며 집세 때문에 목매 자살하는 사람이 있는 한 사회복지는 거짓 복지입니다. 과소비 등으로 낭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국력은 전세값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앞으로 무엇을 하시렵니까?

  90년대를 두레공동체운동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20년 전 빈민촌에 들어간 이후 가난한 자들의 아픔, 그리고 있는 자와 없는 자,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의 갈등을 살펴왔습니다. 양자가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요 시대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상의 두레정신과 성서의 성령공동체가 합쳐지면 이 한반도에 새로운 미래와 역사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운동을 통해 농촌공동체·산업공동체·민족공동체를 이루고자 합니다.

● 하시는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미래의 지도자를 기르는 일입니다. 지난해 5억을 들여 완공한 두레선교훈련원에서 농촌청년·대학생·교회청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요. 이 훈련사업을 통해 착한 백성들에게 비전을 주고 꿈을 심는 일꾼들이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는?

  한경직 목사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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