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왕가 종손 ‘오토’
  • 부다페스트·김성진 통신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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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汎다뉴브’ 재건 운동



작달막한 키에 벗어진 머리,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쓴 그는 오스트리아인이면서도 헝가리 사람만큼이나 정확한 헝가리어를 구사했다.

지난 90년 2월 부다페스트 경제대학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기자가 처음 본 합스부르크 왕가의 종손 오토의 모습이다. 평범한 이 노인에게서 이제는 역사 속의 전설이 되어버린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엄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은 찰스 4세로 오토는 그의 맏아들이었다. 1차대전을 끝으로 풍비박산난 합스부르크제국의 운명과 함께 오토는 등극하지 못한 한을 간직한 채 망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갈 곳이 없던 그의 가족을 그나마 따뜻하게 대해준 나라는 헝가리였다. 그리고 오토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준 나라도 발 헝가리였다. 이 때문에 그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헝가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으며 그 때문에 헝가리에서 공산체제가 몰락한 후 초대국회 개원식에 귀빈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지난해 오토는 그의 모든 가족과 함께 헝가리를 방문했다. 부친인 찰스 4세의 기일을 맞아 그가 여생을 보낸 티하니 수도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티하니 시민들 뿐만 아니라 헝가리에 왕정이 복고되기를 소원하는 왕당파 수십명도 참석해 이채를 띠었다.

오토는 월간《헝가리언 옵서버》지 7월호와의 회견에서 “물론 오스트리아가 나의 실제적인 조국이지만 헝가리는 나를 키워준 모국”이라고 서두를 떼었다.

그는 자신의 지난 반생이 “다뉴브 연안국들을 연결하는 상호협조체제인 범다뉴브연합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삶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남은 여생 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가 제안한 ‘범다뉴브연합’은 사실상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토와 일치하는 것으로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오토의 몸부림이라고 비난하는 일부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일생 해온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도 범다뉴브연합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1526년부터 무려 4백년 동안 유럽대륙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합스부르크 왕가. 이 전통적인 가문의 적자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왕위에 오르지 못한 오토. 그는 진정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비운의 황태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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