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손짓하는 소인국 세계 일주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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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소·유적을 축소 모형으로 꾸민 공원 개장 어린이 꿈 키우는 교육적 오락 공간…국내 최초


지난 9월5일 국내 처음으로 미니어처(정교하게 만든 축소 모형) 공원이 생겼다. 르네상스 월드(대표 崔明南)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세계 일주 한시간’이 서울 어린이대공원 한 모퉁이에 문을 연 것이다.

이 미니어처 공원은 1천2백평 규모의 공간에 세계지도 모양의 잔디밭을 만들고 그 위에 1백20여개 나라의 대표적 건축물, 문화유적, 관광 명소, 그리고 전통 가옥과 민속 등 모형 10만여점을 50분의 1에서부터 1백분의 1까지 축소해 전시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소인국을 찾아온 걸리버처럼 세계 유수의 볼거리를 내려다보며 여행할 수 있다.

르네상스 월드는 이 모형들을 오는 12월31일까지 전시할 예정인데 관람객의 반응 여부에 따라 영구 전시하거나 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호주 시드니에 2천평 규모로 또 하나의 ‘세계일주 한시간’을 만들기로 계약했고 그밖에 11개국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르네상스 월드측은 밝혔다.

지난 89년 3월 이 공원을 처음 구상했다는 최명남씨(41)는 “어린이에게 꿈과 상상의 세계를 넓혀주는 교육적 오락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일주 한시간’은 에펠탑·앙코르와트 유적·타지마할 묘·시드니 오페라하우스·크렘린궁·콜로세움·잉카 유적 등 세계 명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이같은 기념물들의 지리적 위치를 함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모형 간에 서로 틀린 축척이 단점

그러나 이 공원은 몇가지 점에서 졸속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계일주 한시간’은 외국의 미니어처 공원에 비해 규모와 설비, 그리고 정교함에서 적지 않은 수준차를 보인다. 이곳의 축소 모형들은 주로 플라스틱 수지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목재 금속 석재 등 실제 건축 재료를 사용하는 대개의 미니어처와는 거리가 있다. 또 각 모형 간의 축척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실물의 크기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 공원용 미니어처 기물은 대개 25분의 1로 축소 제작되는데, 이 축척은 관람객이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고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라는 것이다.

세계의 유명한 미니어처 공원의 실상을 살펴보면 이같은 차이점이 명확해진다. 미니어처만으로 만들어진 ‘소인국’ 공원은 현재 네덜란드 대만 독일 이탈리아 네 곳에 있는데 대부분 그 나라 유적이나 기념물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이 공원들은 전문가가 수년간 매달려 완성한 작품을 정부가 제공한 수만편 부지에 철근 콘크리트 공사로 기초를 다진 뒤 실제 건축하듯이 설계하고 배치한 것이다. 이 공원의 건물이나 기차, 그리고 선박 등은 실물을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밤이면 이것들이 밝힌 조명으로 공원 전체가 불야성을 이룬다. 기차 선박 등은 전기를 동력으로 모형 철로와 바다를 누비고 다닌다.

미니어처 공원의 원조인 네덜란드의 미두로 담은 헤이그시 부근 해안가에 있다. 1950년 마두로 드 쿠라샤요 부부가 2차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었던 아들 게오르게 마두로를 기념하기 위해 재산을 기부하자 헤이그시에서 약 6천평의 부지를 제공해 1952년 개장했다. 매년 수익금 중 50만 플로닌을 이 도시의 확장과 보수, 그리고 새로운 건설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시 근처에 있는 미니탈리아는 이탈리아반도와 섬, 바다의 모양을 공원안에 조형한 다음 각 지역의 문화재와 기념물을 실제 위치에 배치해 자국의 전통문화와 관광 정보를 주는 자리로 삼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2만여평 규모의 미니돔은 견고함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다른 나라의 미니어처 공원은 겨울철에 기물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을 씌우지만 미니돔은 눈이나 비를 맞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철근 콘크리트 공사로 기초를 단단히 다진 것은 물론 축소 모형물의 재료를 선택할 때 한파와 혹서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열팽창 정도까지 계산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만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니어처 공원 소인국은 3만2천평의 공간을 고대 경관·근대 경관·현대 경관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중국대륙에 있는 유적을 총망라해서 보여준다.

미니어처 공원은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구실을 한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미니어처 공원이 생길 날이 멀지 않았다. 국내 모형제작의 대부로 불리는 奇興聲씨(55)가 경기도 양평에 2만여평의 부지를 마련해 ‘축소모형 박물관’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102쪽 관련 기사 참조).

기씨의 모형제작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미니어처를 보완하는 축소 조경과 인형 등 보조물 환경이 얼마나 사실적 분위기를 연출해줄 것인가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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