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중 하나는 신기로 좇는 서민층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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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별 용어 기준 달라… 전체 국민 70%~20%까지 큰 격차

막연하게마나 사회의 ‘허리’를 통칭하는 용어로 불려지면서 사회 민주화의 잠재적인 주체섹력으로 점점 그 중요성이 부각되어 가는 ‘중산층’은 과연 누구인가.

80년대부터 사회과학계가 연구해온 중산층은 그 이론적 근거에 따라 중간계급 중산층 중간제계층 중민 등 여러가지로 표현된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용어는 徐寬模 교수(충북대 · 사회학)의 ‘중간제계층’과 韓相震 교수(서울대 · 사회학)의 ‘중민’일다. 전자의 경우 마르크스적 계급론의 관점에서 사회를 크게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라는 양대 계급으로 나누고, 이 중간적 위치로 중간제계층을 잡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중간제계층은 슈퍼마켓주인(도시 자영업자 상층) 및 잘사는 농부(부농 중농 등의 구중간층), 대졸 이상 사무직 · 관리직 · 판매직 · 기술직의 화이트칼라와 경찰공무원(임금취득 중간층), 그리고 교사 · 종교인 · 언론인(인텔리층) 등을 포함한다. 서교수에 따르면 신중간 제계층은 전체국민에서 70년 5.7%, 75년 6.8%, 80년 8.7%, 85년 10.6%로 계속 늘고 있고, 비농업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도시중간층은 85년 현재 전체의 20%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서교수의 논리는 중간제계층이 자본가의 하수인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에 비해 한상진 교수의 ‘중민’은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등장한 민주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한교수에 따르면 “중민은 70년대 이래로 급속한 경제적 성공에 따라 사회중심에 크게 증가한 젊고 학력이 높은 새로운 집단”이다. 이들 중산층은 그 자체가 변혁을 추진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을 쟁점화하고 확산싵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교수가 중민분류를 위해 채택한 객관적 기준으로는 소득 · 직업 · 교육 · 주택이, 주관적 기준으로는 중산층 귀속의식이 적용됐다. 이 결과에 따라 88년 당시 경제기획원의 사회통계조사를 살펴보면 객관적 중산층은 47.6%로 추정된다. 어기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을 교차시키면 54.8%이다. 그리고 객관적 주관적 관점에 모두 합격한 ‘진짜 중산층’은 35%이나 그 어느 하나만을 만족시키는 ‘반쪽 중산층’도 34.87%가 되어 결국 전체인구의 70%가량이 중산층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교수의 이론은 중산층을 잠재적인 사회변혁의 주체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중산층옹호론 입장을 띠나, 방 2칸에 세들어 사는 국졸 40대 가장이 중산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기준 자체에 엄밀성이 결여되어 있어 중민 자체가 동질적이기보다는 이질적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위와 같은 이론적 접근이 상당히 추상적인데 반해 사회조사를 통한 중산층에의 접근은 보다 구체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88년 전국 4천8백76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분석하여 지난해 11월 펴낸 ‘중산층 실태분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은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30대 이상 남자(가구주가 여성인 경우는 극소수)로서 먹고 살기에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 취업 · 학력 · 귀속의식 등 네가지 기준을 중심잣대로 삼은 결과 한국의 중산층은 도시지역의 경우 사무직 판매직 전문기술직 등 소위 화이트칼라나 경력이 있는 생산직종사자로서 표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갖고 ‘중’ 이상의 귀속의식을 갖고 있으며 30평 안팎 되는 자기집이나 전셋집에서 생활한다. 자산규모는 3천만원 수준 이상으로 약간의 부채도 가지고 있다. 소득은 연간 6백만원 수준 이상.

이 조사에서 나타난 흥미있은 사항은 도시의 경우 스스로 ‘중’ 이상의 계층에 속한다는 응답이 61.5%였으나 한국개발연구원에 의해 중산층으로 판명된 것은 36.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자칭 중산층 네명 가운데 한명은 중산층이 아니면서도 중산층 신화를 좇는 ‘중산층이 되고자 열망하는 서민층’으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을 도식화하는 과정에서 학자들의 진정한 의도가 다소 퇴색하는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중산층 실체는 많게는 전체 국민의 70%로부터 적게는 20%를 약간 넘는 수치로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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