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조화가 과제
  • 김당 기자 ()
  • 승인 199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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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통일 부총리, 외교안보팀 화합엔 ‘자신감’



상황의 이중성. 신임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이 가장 즐겨 쓰는 용어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4월30일 통일 부총리 임명 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도 남북 관계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묻는 질문에 평소의 지론인 ‘상황의 이중성’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대결 구도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대가 북한”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시절에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당시 부총리 교체(한완상씨에서 이영덕씨로) 이후 통일정책의 보수 회귀 우려와 자신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상황의 이중성’을 들어 이렇게 답변했다.

“한 분(이영덕 당시 부총리)은 선배 교수이고 다른 한 분(한완상 전 부총리)은 후배 교수여서 두 분 다 잘 알지만, 두 분이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차이 나지는 않는다. 또 통일정책이라는 것은 사실 보수·진보의 양극단으로 흐를 여지가 없다. 바로 상황의 이중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도 나 자신에 대해 중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선 기대되는 것은 통일 부총리로서 그가 맡게 될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의 거중조정 역할이다. 이부총리는 그동안 불협화음을 보여온 현 외교안보팀과의 조화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 친분’과 ‘응원단장역’을 들어 상당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실제로 그가 안기부의 입김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세게 작용했던, 부총리 승격 이전의 통일원장관 시절(88년)에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7·7 선언’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소리나지 않게 입안한 점을 들어 그의 자신감에 별 무리가 없음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적 신뢰를 중시하는 합리적 현실론자인 이부총리가 통일정책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지론은 ‘정책의 일관성’과 ‘국민적 합의’이다. 그가 이미 밖에서 현 외교안보팀의 ‘응원단장역’을 해 왔다고 말한 것도 자기가 수립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틀이 현 정부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의 인터뷰에서도 박관용 비서실장이 당시 통일민주당(김영삼 총재) 몫이었던 국회 통일특위 위원장이었던 점을 들어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의 공동체 통일방안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행정부만의 안이 아니라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를 설득하고 타협해서 내놓은 것임을 의미한다. 당시 통일민주당이 낸 안은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비슷한 ‘한민족연합체 통일방안’이었다. 사실상 김영삼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조정회의’의 또 다른 중요한 멤버인 박관용 비서실장과도 호흡이 통한다는 것은 그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또 ‘통일정책 전문가’인 김대중 아·태 평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도 역대 통일원장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30일 민주당 박지원 대변인은 이영덕 총리 취임과 이홍구 부총리 임명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논평을 대신한다”라는 이색적인 논평을 냈다. 이는 이영덕 총리는 반대하지만 내심으로 이홍구 부총리는 환영하는 데서 나온 엉거주춤한 논평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야당은 신임 이부총리를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한판 승부를 벼르는 야당으로부터 일단 인정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그의 지론인 ‘여·야나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통일정책 수행’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YS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부총리의 임명을 가장 반기는 곳은 통일원인 듯하다. 이부총리는 통일원장관 재임중(88.2~90.3)에 남북교류협력의 근간인 남북교류협력법·남북협력기금법·민족통일연구원법 등을 입안·통과시켰을 뿐만 아니라, 통일원장관의 지위를 부총리(후임 최호중 장관부터)로 격상시킴으로써 통일원의 위상과 역할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라는 것이 ‘옥상옥??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개혁 총리??를 경질할 만큼 안보 문제에 ??최대의 관심??을 가진 김영삼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해 조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외교안보정책이 혼선을 보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강경과 온건을 오락가락한 대통령의 몫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부총리가 당장 맞닥뜨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이중성??에 대한 합리적 대처인 셈이다. 통일 부총리에게 그만한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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