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승용차, 또 한번 ‘부르릉’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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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 시장부터 진출” 전략 펼 수도 ...상공부 ‘곤혹’

삼성중공업의 승용차 시장 진출 재시도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특히 승용차 시장 진입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상공부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상공부는 현재 삼성의 재시도 전략이 어떤 것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삼성측이 과거와 다른 방법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공부 담당자들이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그룹이 승용차 시장이 아니라 승합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해오면 이를 수리하거나 반려함으로써 사실상 삼성그룹의 승용차 시장 진출 여부를 판단하게 될 상공부로서는, 삼성중공업이 기술도입 품목을 승용차에서 승합차로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을 기술 합작선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승합차 시장 진출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다만 지난 5월 상공부의 반대로 승합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보류할 당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재진입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내의 승용차 관련 조직이나 인원에는 변함이 없다. 재진입을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노력이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상공부가 기술도 입신고서를 수리할 경우 사업계획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 기술도입신고서를 내느냐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일이다. 특히 올해 기술합작선을 발표하면서 기술도입서를 내려다 상공부의 반대 방침을 확인하고 이를 미뤘던 삼성으로서는 기술도 입신고서를 제출 시기를 정하는 데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그룹이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고 승합차를 시장에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은, 최근 현대그룹과 삼성 그룹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미묘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정공은 일본 합작선인 미쓰비시로부터 7인승 왜건형 승합차인 ‘샤리오’의 제조 기술을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곧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상공부와 재계는 삼성그룹이 기술도입신고서 제출 문제를 현대정공과 연계하려 들지 모른고 보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6인승 이상의 자동차는 승용차가 아니라 승합차로 구분된다. 상공부가 현대정공의 기술도입 신고서를 수리하면 삼성중공업의 기술도입서를 반려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반면 현대 그룹은 현대정공이 이미 승합차를 생산한 바 있음을 내세워 두 회사의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그룹은 부인하지만,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서로를 의식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삼성그룹이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해 공장 입지로 부산 지역의 여론을 활용하는 것을 의식한 현대그룹은, 부산 가덕도에 포항제철에 이은 제2 제철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상공부와 삼성그룹 양쪽이 공식으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서로의 공식으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상공부의 반대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혹은 최고위층과 얼마나 교감이 이루어졌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성이 승합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 때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金芳凞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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