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년, ‘국민잔치’ 연다
  • 허광준 기자 ()
  • 승인 199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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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의 ‘정치성’배제 ...행사 초점은 남북 화합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합동청사에 있는 광복 50주년 기념사업회 기획추진반 공무원 18명은 회식때면 잔을 들고 꼭 ‘광복!’이라고 외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불문율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내년으로 다가온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느라 조직된 총리실 산하 기년사업위원회 기획추진반에 파견된 총무처 . 교육부 . 문화체육부 공무원 들이다.

 정부는 광복 50주년을 대대적인 국민 잔치로 기념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50년이라는 햇수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숨가쁘게 달려온 과거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펼쳐질 한민족의 미래를 새로 그려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을 취지로 내세웠다. 이미 지난 3월 광복5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일찌감치 만들었고, 5월에는 여기서 기념사업 기본계획이 제출됐다.

 기념사업위원회는 김계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고 은(시인),김병익(문학 평론가), 강문규(YMCA 사무총장), 김상하(대한상의 회장), 신용하 . 안병직(서울대 교수) . 임권택(영화감독), 이어령(전 문화부장관) 씨 등 각계 인사 25명으로 구성됐다.

‘광복의 탑’ 건립과 한민족축전 개최

 현재 검토하고 있는 기념 사업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자랑스런 한국인’ ?현재를 주제로 한 ‘하나 되는 한국인’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게 되는 ‘앞서가는 한국인’등 세 부분으로 짜여 있다. 주요 행사로는, 우선 광복절 당일 나라의 심장인 광화문 . 세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경축식을 갖고, 옛 총독부 건물 전체를 무대로 하여 민족 수난사를 표현하는 미술전을 연다. 또 내년 8월 15일에 옛 총독부 건물의 일부를 철거함으로써 일제 잔재 청산을 상징한다. 전국 여러 곳에서는 광복의 그날을 재현하는 행사가 동시다발로 열린다.상징 조형물인 ‘공복의 탑’을 건립하고, 1백19개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1천3백명을 초청하여 세계한민족축전도 연다. 각종 학술대회와 예술 행사도 연중 계속된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남북이 함께 벌일 수 있는 행사이다. 남북 관계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행사를 학정할 수는 없지만, 기념사업위원회는 ‘남북 관계 개선시 추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요 행사 계획을 잡아두었다. 이를 살펴보면 ?남북 합동 기념식을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에서 열고 ?판문점 임시 공간에 이산가족 만남의 공간을 마련 ?비무장지대 생태계 공동조사 및 남북한 문화유적지 공동 발굴 ?축구 . 탁구 등 체육 교류 ?문화예술단 교차 방문 공연 등이다. 이러한 사업은 앞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하는 것을 보아 가며 북한에 제의하려고 예정한 것들이다.

쌓인 갈등 풀고 미래로 나간다

 그동안 있었던 국가 주도 행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했다. 는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정부는 광복 50주년 행사를 민간주도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민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국민 축전의 전형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광복 50주년 행사를 기획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을 맡은 청와대 교문사회비서실 김영준 비서관은 “광복 이후 가장 떳떳하고 정통성 있는 문민 정부에서 50주년을 기념하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사회 곳곳에 쌓인 갈등이 풀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념 사업이 올해 말 예산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내년 초부터는 바로 행사에 들어가야 한다.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고민은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독립 2백주년 기념 행사가 무려 7,8년 전부터 준비되었던 사실을 지적한다. 기획추진반 김석민 총괄 과장은 “국민과 민간 단체의 참여 없이는 이 같은 대규모 기획이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작은 아이디어도 소중하게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광복 50주년이 민족사 속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이 흔쾌히 동참할 수 있는 정치 . 사회적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許匡畯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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