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정치현실 내각제가 정답인가?
  • 편집국 ()
  • 승인 1990.07.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각제 개헌을 시도하려는 정부ㆍ여당쪽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내각제 개헌으로 지역감정 등 산적한 정치적 현안들이 풀어질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꼬일 것인가? 한국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내각제는 과연 바람직한 제도인가?

 정부ㆍ여당의 의원내각제 개헌의도가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내각제가 지니는 본질적 장단점. 그리고 개헌에 대한 찬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심심찮게 벌어졌던 내각제를 둘러싼 논쟁은 서로 갈등을 빚으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여러 정치세력간의 현실적 힘관계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범주 안에서 맴돌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듯하다.

 정치는 현실이다. 따라서 모든 정치제도는 그 제도가 운용될 그 사회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현실을 전제로 검토되어야 한다.‘한국의 정치상황??을 전제로 내각제 개헌에 의견을 달리하는 두 학자의 찬반토론을 싣는다.

찬성

 요즘 여당에서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처럼 국운을 건 대접전을 피하고 더 많은 당내인사를 국정에 참여시켜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연대책임의 의원내각제 실시를 바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제2공화국 시절 1년 미만의 의원내각제 실시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제로 일관해왔다. 제1공화국의 이승만대통령과 제3ㆍ4공화국의 박정희대통령은 대통령제하에서의 1인독재를 해오다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제5공화국의 전두환대통령도 12ㆍ12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 탄압으로 집권하여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를 운용하였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현행 헌법에서도 대통령에게 중요 국가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원활한 국정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예컨대 물가고, 빈부격차, 무역적자, 수출부진, 사회치안 등). 그렇다고 대통령이 확실히 책임지는 것은 없다. 다만 있다면, 국정의 실패에 대하여 대통령은 그 휘하에 있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물러나게 하는 것뿐이다. 임기동안의 失政이나 무능에 대하여도 탄핵이 없는한 임기가 보장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이 직접 선출했다는(국운을 겉다시피 한 대선거 접전) 정통성의 바탕 위에 1인의 독재의 소지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한 관계로 해서 오늘날까지 대통령제로 인한 민주화 지연과 국민의 자유와 권익의 침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권한'만 크고 '책임' 안지는 대통령제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도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도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제하에서는 그 권위주의적 1인정권의 독재를 방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의원내각제 개헌을 통하여 내각에 연대책임을 지우고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에는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내각제에서는 국회의 다수당에 의해 정부가 구성되므로 중대한 국정의 실패에 대하여 정부는 곧바로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퇴진하게 된다. 내각 구성은 의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하고 책임정치를 하기 때문에 중대한 국정의 실패가 있거나 또는 총리가 독주하는 경우에는 국회가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만약 총리가 이에 불복하면 의회를 해산하고 민의를 다시 물어 국회를 구성, 신임을 묻게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제에서와 같은 임기 동안의 무책임은 없어지고 책임을 지게 된다.

 지역편차가 심한 불균형한 국토개발과 그로 인한 지역감정도 근본적으로는 과거에 대통령이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대통령 자신의 출신지역의 발전과 편파적인 인재등용으로 동서남북의 지역에 차별적인 발전상과 낙후성을 가져왔다. 물론 이 점은 앞으로 대통령의 시정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 보다도 의원내각제하에서 총리와 대통령을 지역적으로 안배하고 내각을 다양한 지역출신으로 구성하여 이들의 연대책임하에 국정을 운영케 함으로써 종래의 지역격차와 지역감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내각제 실시될 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가능

 또한 대통령제하의 공무원제도는 대통령의 권위나 자세에 영합하는 관료주의적 사고가 팽배하는 경향을 낳게 된다. 그러나 의원내각제하에서는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직업공무원제가 가능하므로 공무원의 신분은 보장되고 그 직무수행은 압력없이 안정된 상황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점은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국회는 우수한 관료들의 두뇌와 정보를 활용하고 그것을 토대로 진일보한 국회활동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다수당의 국회와 내각제의 협조는 비교적 잘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 야당의 비판과 견제기능이 특히 중요하게 된다.

 당ㆍ정의 지나친 밀착도 경계해야 하지만 의회와 내각 사이에 극한적인 대립이 있게 되면 내각의 의회해산과 의회의 내각불신임으로 해결하게 된다. 이렇듯 국회는 민의에, 내각은 국회에 각각 책임을 지게 되어 대통령제보다는 훨씬 민주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의원내각제하에서는 재벌이 내각과 의회를 좌우할 염려가 있으나, 이 점은 대통령제하에서와 상황이 동일하다. 대통령제라고해서 정경밀착이 덜하고 의원내각제라고 하여 정경밀착의 위험이 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밀착 여부는 여야 정치지도자와 재벌의 양식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통일정책 역시 대통령 1인에게 책임지우는 것보다는 국민에 기반을 둔 국회와 내각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민의를 더 반영하는 통합적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서독의 기본법에서와 같이 통일헌법이 발효될 때까지의 기간에만 적용한다는 점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의원내각제 실시에는 반드시 양대 정당의 확립이 바람직하므로 이에 따른 정당법 개정과 선거제도의 확립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국회의 양원제 여부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와 사회발전을 더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ㆍ법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를 운용하는 정치권력 담당자ㆍ법집행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작동시켜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대

 의원내각제를 생각할 때마다 중국 강남에서의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되었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의원내각제가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나라는 영국이다(물론 여기에도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 영국의 의원내각제가 일본으로 와서는 금권정치를 심화시켜 일상화하는 제도가 되었고, 한국의 제2공화국에서는 파쟁과 군사쿠데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 역사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같은 의원내각제가 어떤 곳에서는‘웃음의 제도??가 되고 어떤 곳에서는??울음의 제도??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제도보다는 그러한 제도가 운영되는 현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정치학은 무조건 대통령중심제가 좋다거나 무조건 의원내각제가 좋다는 등 제도를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법적ㆍ제도적 접근방식의 오진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사회 내부에 있는 각 사회세력들의 현실적인 힘관계를 중심으로 문제를 볼 것을 권고한다. 즉 국민 전체가 더불어 잘사는 정의의 입장을 가지되, 그럴수록 현실의 힘관계를 더욱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힘의 원천으로는 국민의 숫자의 힘ㆍ조직력ㆍ선전력ㆍ경제력ㆍ강제력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사회에는 군부, 재벌, 언론, 정당, 관료, 학생, 국민의 여론과 선거권, 민심 등이 실질적인 힘과 세력으로 움직이고 잇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분단사회이니만큼 분단 이데올로기의 힘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는 경쟁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ㆍ정치적 다원주의는 역사적으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권력 통제할 수 있어야

 이런 상태에서 의원내각제가 실시된다면 그것은 의원내각제가 갖고 있는 장점인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하고 권력의 개인집중을 방지하는 측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최고권력‘간접적 형성??이라는 측면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가 의원내각제와 간선대통령중심제를 반대하고 직선대통령중심제를 찬성하는 핵심은 바로 이 점에 있다.

 권력이 간접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적 힘 중에 권력통제의 가장 핵심적 요소인 국민의 선거권과 여론ㆍ민심이 상당한 힘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긴 하지만 국민의 이익과 국회의원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의 상황에서 비록 몇 년에 한번이라도 선거를 통해 권력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권력에 대한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만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전후해서 정치나 경제가 좋아지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힘??을 반영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영국사회에 의원내각제를 출현시킨 균형적인 힘관계가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균형적인 힘관계란 군대에 대한 민간통제, 균형적인 복수정당제도, 공정한 선거의 실시를 의미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의 경우에는 과대성장한 군부와 재벌, 관료제도가 존재함은 물론이고 스포츠와 비교되기보다는 전쟁(강제력ㆍ선전력ㆍ경제력이 초법적으로 동원된다는 의미에서)에 비교되는 선거풍토를 갖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각이 재벌ㆍ군부와 밀착할 위험 다분

 이런 우리 현실에서 내각제를 통해 권력이‘간접형성??될 경우, 권력은 국민의 의사보다는 기존의 우위정당이 군부ㆍ재벌 등의 영향을 받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권력내부에 이중구조의 균열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즉 내각과 총리가 군부와 재벌ㆍ관료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재벌과 군부ㆍ관료의 집중 로비와 유혹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직선제에 의해 뽑힌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군부와 재벌ㆍ관료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직선제대통령제하에서는 개혁이 가능한 반면 의원내각제하에서는 설령 문제가 있어도 개혁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 정치현실에서 더 중요하게 짚어져야 할 것은 영국을 모델로 생각하눈 순수한 내각론자들의 논의가 아니라, 정부ㆍ여당 중심의 구체적인 개헌의도와 그 움직임이다. 이 논의에서는 아무리 의원내각제 헌법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정부조직법상 군과 정보ㆍ감사기관ㆍ통일정책기관을 대통령이 갖게 됨으로써 실질적인 이원집정부제가 출현하게 된다. 또한 압도적인 세의 우위정당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 정당의 실권을 맡은 특정정치인이 존재하는 한, 이 의원내각제는 특정정당ㆍ특정정치인의 장기집권을 오히려 확실하게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내각제의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볼 때. 내각제 개헌은 우리사회의 정치적 난제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다. 대통령직선제에도 선거과열과 지역감정 등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푸는 길은 국민의 정치참여를 봉쇄하는 내각제로서가 아니라 평화적 정권교체의 경험과 부통령제의 신설, 그리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풀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