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여자가 된 남자’ 모성애도 뭉클
  • 김창엽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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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 후 ‘결혼’해도 법적으론 불인정… ‘특별신분’ 취급 있어야

性은 누구의 것인가? 神의 것인가, 인간의 것인가? 남성이란 무엇이며, 여성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국가는 비록 일부일지라도 개인에게 삶의 형태를 강제할 수 있는가?

 최근 30대의 한 남성(金모씨·충남 천안)이 법원에 제기한 성별정정신청은 위와 같은 질문을 새삼스럽게 던지도록 만든다.

 방위병으로 군복무까지 마친 이 남자는 지난 2월 부산대 의대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신체 적으로 완전한’ 여성이 되었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1심에서 이른바 ‘염색체설’에 근거해 기각됐지만, 김씨가 이에 불복할 경우 ‘성전환 파장’은 상급법원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염색체설은 타고날 때부터 지니는 염색체를 후천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학설로,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 역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의 근거다.

 

호모·게이와 다른 성전환증 환자

 “16살 때부터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해 왔으며, 사회적 · 법률적으로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김씨. 그렇다면 그는 과연 남성인가, 여성인가? 의사들마저 외형상 완전한 탈바꿈을 인정하는 ‘성전환수술’은 어떤 것인가? 고려대 의대 金泰淵교수(성형외과)의 설명을 들어본다. “성전환수술은 성기를 바꾸는 외과적인 테크닉에 불과할 뿐이며 ‘성전환’의 본질은 정신적 · 심리적 문제입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성전환증’이라고 합니다. 성은 보통 ‘섹스(sex)'와 ’젠더(gender)'로 구분되는데 섹스는 외형에서 느껴지는 성을 말하고, 젠더는 태도나 몸짓 등에서 느껴지는 성을 말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섹스와 젠더는 일치합니다. 그러나 성전환증 환자는 양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외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전환증은 5만명에 1명꼴로 생기는데, 최근에는 그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성전환의 유형에 있어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이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전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전환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나 학설은 없는 실정이다. 김교수는 “최근 다섯명의 성전환증 환자를 수술하면서 후천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느껴졌다”며 “환자의 대부분이 딸이 없는 집에서 딸의 역할을 강요받거나, 아버지를 혐오해 어머니에 집착한 경우, 아버지만 있고 어머니가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해온 경우 등이었다.”고 말한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간단한 이력은 김교수의 말을 상당부분 뒷받침한다.

 환자1 : 27세. 부모와 어려서 사별.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쭉 여자옷을 입었음.

 환자2 : 27세. 어려서 어머니와 헤어진 후 중학교 때부터 여자처럼 생활해옴.

 환자3 : 29세. 4살 때부터 계모 밑에서 성장. 고등학교 때 남자와 동거

 성전환증은 동성연애 · 의상도착증 · 정신분열증 등과 전혀 다르다. 동성연애의 경우 동성과 성교시 발기와 사정이 이루어지지만 성전환증에서는 전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김교수는 “성전환증 환자 중 상당수가 나이트클럽 등에서 호모나 게이 등과 섞여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호모나 게이를 근본적으로 혐오하고 있다.”고 전한다. 부산대 의대 鄭永仁교수(정신과)도 “어떤 성전환증 환자의 경우 자신과 동거하고 있는 남자가 동성연애자일까봐 걱정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정신치료 불가능할 땐 수술이 최선

 김교수가 수술한 환자의 경우에는 이혼한 남자와 동거하면서 전처 소생의 어린 자식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수술을 받으면서 “애들 밥먹이고, 등교준비를 못시켜 마음에 걸린다”며 울먹이기까지 하는 ‘모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성전환증 환자의 일부는 정신적 치료에 의해서 상당한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적 · 심리적 요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한 성전환증 환자에게는 수술이 최선의 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법은 성전환수술 자체를 금하고 있지는 않지만 성별정정신청건의 판결에서도 읽을 수 있듯 심리적 · 외형적 성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내 · 외부성기의 구조나 호르몬 분비,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감 등은 남녀를 구별하는 판단기준은 될 수 있지만 법률적 판단기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은 성전환 인정이 몰고올 도덕적 · 사회적 가치혼란을 막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개인이 하나의 성으로서 법적 · 사회적 신분을 보장받을 권리 또한 중요하므로 성전환자를 ‘특별한 신분’으로 관리하는 등의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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