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노동력 확보 전쟁
  • 도쿄·채명석 객원핀집위원 ()
  • 승인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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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봄 나고야에 본사를 둔 설계기술자 파견회사 메이테크의 신입사원들은 호텔 연회장에 차려진 입사식장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50대 중반의 사장이 경주차를 타고 레이서 복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휘둥그레진 1천2백개의 젊은 눈동자 앞에서 사장은 “사람이 재산, 기술이 생명”이라는 두어마디의 인사말을 남기고 곧바로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어 입사직장은 현란한 조명과 찢어질 듯한 음악으로 가득찬 디스코텍으로 돌변해 그들은 또 한번 크게 놀랐다.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일손부족 도산’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 기업사회는 지금 이러한 ‘디스코 입사식’과 같은 기발한 인재확보 대책에 여념이 없다. 특히 위험하고 불결하고 힘이 든다는 이른바 ‘3K 직종’(3K는 우리나라의 3D와 같은 의미)에서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없이는 완전가동이 어려운 지경에 있어 타업종보다 노동력 확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력 부족이 ‘3K 직종’에만 국한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 기업사회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근 경제기획청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70% 이상이 노동력 부족을 절감하고 잇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지금 일본에서 불고 있는 ‘고용혁명’이다. 이른바 ‘일본적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제가 서서히 무너져가고 중간채용과 능력제를 중시하는 현상도 바로 이 노동력부족과 인재확보 대책의 일환인 것이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근로제도 개선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얼마 전 ‘플렉서블 타임제’를 도입, 종업원들의 근로시간을 자유화하는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중견 슈퍼체인점 야오한백화점은 주2일 휴무제가 정착되기도 전인 89년 8월 이미 주 3일 휴무제를 선언했고, 영업사원들에게는 아예 매일 출근하는 의무를 면제해 주는 ‘無出社 근무제도’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현상은 이러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선 젊은층 노동자들의 노동가치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일본 젊은이들은 ‘일벌레’보다는 ‘여유있는 삶’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노동력의 제조업 이탈현상은 일본의 산업구조가 3차산업 편중의 선진국형에 근접해가고 있으며 제조업 자체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정부와 재계에서는 노동시장의 대외개방파가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6월 전문직에 한해 외국인 취업을 인정한 데 이어 내년중으로 외국인 단순노동자에게도 연수생제도를 활용해 취업을 허용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의 노동력부족이 노동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왜곡현상이라는 점을 들어 노동시장개방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연령·지역·산업 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노동수급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 급선무지이지 노동시장 개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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