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계 “14대 총선이 불안하다"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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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당선 불투명 野, 민주계 집중공략 예상

 민주당 내 ‘金泳三 대세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둔 민주계 의원들은 우울하고 초조하다.  대세론이 아무리 세를 얻더라도 손에 쥐어진 떡은 아니다.  총선 전에 대권후보가 결정되지 않는 한 민주계는 공천전부터 선거전에 이르기까지 민자당 내 어느 계파보다도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에게 확실한 승부수를 촉구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마저도 최근 김대표가 표방하는 입조심 원칙에 묶여 쉽지 않다.  민주계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목요회??는 지난 17일 대권후보 조기 확정과 총선전략 등 당면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려 회동을 계획했다가 당일에야 ??불필요한 잡음을 낳을 우려??를 들어 돌연 취소했다.

  민주계의 불안요인 중 하나는 민자당 내에서 “노대통령의 전권행사"가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물론 합당 당시의 계파 지분이 유지될 것이라는 게 당내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김대표가 초계파적 입장을 강조하는만큼 대권후보로서의 운신폭을 넓히기 위해 민주계 내에서 ??희생양??이 나올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수도권 민주계 의원 ‘사면초가'
공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해도 선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민주계는 ‘사면초가’의 처지다.  우선 ‘야합'을 강조하는 정치공세에 초점을 맞춘 야권의 집중포화가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민주계 지역에 야권의 출마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면서 ??총선은 정치적 이슈가 않 통하는 기초?광역선거와는 다르다.  민주계는 비판적 성향이 강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대공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경제관료·대학총장 등 화려한 경력을 내걸고 재선을 노리는 김대표의 정책참조 황(黃)     태(泰) 의원(강남 갑)은 비교적 튼튼한 지역기반 때문에 느긋했던 편이다.  그러나 최근 “황의원을 꺾을 배책이 있다??면서 이 지역 출마의사를 강하게 표시한 민주당 이(李)    인(仁) 의원(영광?함평)을 비롯, 이(李)중(重)  전 신민당 부총재, 張基   전 의원 등 야권인사들이 이 지역을 넘보는 바람에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같은 경제통이자 3선을 노리는 金東圭 의원(강동 갑)도 5공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으로 자신을 호되게 몰아붙였던 김의원에게 ??원망의 염??을 가진 張世東 전 안기부장, 야권통합의 실질적 막후로 비중이 커진 李   榮 민주당 최고위원 등 ??거물??들의 이 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어 불안한 형편이다. 

지역구 형편이 취약한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민주계의 한 현역의원은 “민중당조차도 거물들을 한결같이 민주계가 공천받는 지역구에 출마시키려고 한다.  그만큼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여권 내 조직분규도 민주게를 괴롭히고 있다.  민자당 전체가 5공 인사와 행정부 관료 출신 거물급 인사, 옛 민정계 등 친여권 인사의 난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민주계가 조직책을 맡은 지역구의 갈등은 좀더 심각하다.  민자당 출범으로 ??어느날 갑자기??조직책에서 밀려난 민정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와신상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민정동우회??소속인 이들은 ??물과 기름을 억지로 섞어놓은 3당 합당의 사필귀정으로써 총선 전의 분당사태를 기대하고 있지만, 끝내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다는 각오 아래 뛰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   信玉 의원(마포을) 옛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淸源 의원(동작 갑) 수서사건으로 구속된 이원배 의원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대표 측근은 李源  씨(강서 갑) 등은 각 각 민정동우회 출신인 朴柱天 韓甲    전 위원장의 끈질긴 도전을 받고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따라서 후계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을 치른 끝에 민주계가 쇠퇴하는 양상이 나타난다면 ‘김영삼 대세론??은 큰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로서 가장 큰 강점을 ??대중적 기반??으로 내세우는 김대표에게 정치적 지지기반의 붕괴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자파의 선거 참패야말로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게 된다.  민정?공화계로선 자연스럽게 김대표를 고사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현재로서는 대세론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14대 총선,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의 선거 결과??라고 예측했다. 

박철언 장관 “14대서 큰 이변 있을 것??
 정치적 실각의 타격을 극복하고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도 이와 비슷한 사황 인식을 비쳐 주목을 끌고 있다.  박장관은 최근 기자들에게 “14대 총선에서 큰 이변이 있을 것이니 두고 보라??고 장담했는데, 이는 민주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민주계에서는 박장관이 14대 총선의 큰변화를 ??적극적으로??만들어내려 한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안팎 곱사등이??의 현실 속에서 김대표가 계파를 초월한 당 관리자의 역할을 자임하며 민주계와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자제하고 있어 민주계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는 합당 이후 계속된 민정?공화계의 고사작전과 박철언 장관의 도전을 오히려 대세론을 역전시킨 탁월한 감각을 지닌 ??정치 9단?? 김대표가 적절한 시점에서 불가측의 승부수를 둘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대권후보 확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민주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는 민주계의 선거결과가 곧바로 김대표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변수??이므로 선거 막바지에는 민주계에 대한 집중지원이 불가피하리라 판단하고 있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3당 합당 후 처음 맞는 총선 결과가 대권문제를 비롯, 민자당 내 3계파의 역학관계 재조정을 낳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변수는 민주계의 선거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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