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 찾기 부산한 야당가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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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계, 군 출신 인사에 ‘눈독’ 민주계, 각 부문 사회운동가에 역점

지난 23일 민주당은 서울 마포 새 중앙당사의 입주식 겸 현판식을 가짐으로써 통합에 따른 외형적인 절차를 마무리 했다. 이제 정가의 관심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일’, 즉 통합의 꼴을 마무리할 외부인사의 영입에 쏠려 있다.

과연 어떤 인물이 정치권의 새 얼굴로 등장할 것인가. 23일 오전 민주당 최고회의는 그 윤곽을 거칠게나마 짐작케 했다. 金元基 사무총장과 함께 민주당의 영입창구역을 맡은 李富榮 최고위원은 “민주화의 의지가 있고 국민적 신망이 있는 사람, 지난날 독재정권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 각 분야 · 지역에서 대표성을 가진 사람, 전문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영입 4원칙’을 제안했다. 그러나 金大中 공동대표는 “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면 안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정부기관 출신들도 정책야당 수권정당을 위해서는 큰 도움이 되므로 선별해서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의 영입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민계와 민주계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신민계는 군출신 인사와 행정 · 관료 출신의 영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김대표는 군 출신 영입에 상당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대표는 군 출신 야당인사의 부재로 말미암아 한국사회의 주요한 세력집단인 군에 대화 · 정보 채널을 갖지 못한 채 오히려 군으로부터 ‘오해’를 받는 데 대해 늘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따라서 총선에 이어 곧바로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김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군 출신 인사를 영입했으면 하는 입장이다. 김원기 사무총장은 “물리력을 가진 군이 어느 한쪽에만 편중되면 민주화에 장애요소가 된다. 야당쪽에서도 수권에 대비한 군과의 이해증진과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군 인사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 관료출신에 큰 비중
그러나 신민계의 군 인사 영입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다만 정상적인 대화통로 확보를 위해선 鄭昇和 전 참모총장이나 鄭雄 민주당 의원처럼 불행하게 군 생활을 마감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정상적으로 예편한 예비역 장성급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윤곽만 제시되고 있다. 올 연말께 6공 최대의 군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고 그 대상자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 때 예편될 장성들도 영입 표적이 될 공산이 크다.

야당의 ‘희망사항’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군 하부구조의 민주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군 상층부의 의식은 여전히 보수성을 보이고 있는 데다, 정상적인 예비역 장성에게는 국영기업체 등 여권 내 자리가 보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명이라도 야권에 끌어들이게 된다면 외부인사 영입의 최대 사건이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대표의 최고회의 발언이 시사하듯이 행정 · 경제관료 출신들도 신민계의 집중 공략대상이다. 구 민주당 시절 張基玉 전 문교부 차관, 車和俊 전 경제기획원 차관보 등 고위관리 출신이 영입된 바 있지만 야당가의 관료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행정부의 전문화 추세를 따라잡고 독주를 견제하기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어, 14대에서의 충원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와 관련, 호남 출신의 차관급 출신 정도가 주 공략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이보다 비중은 낮지만 민주화 기여도가 높은 李文玉 전 감사관의 경우도 ‘고려대상’이 되고 있다.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도 영입과 관련, 여러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 ㅂ씨, ㄱ씨 등은 당과 언론계의 ‘기대섞인 관측’일 분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하는 형편이다. 학계의 경우도 마찬가지. 언론에서는 李文永 교수(고려대 · 행정학), 明魯勤 교수(전남대 · 정치학), 金弘明 교수(조선대 · 정치학) 등 이른바 재야 운동권 학자들을 거명해 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그동안 가족과 주위의 만류로 입당을 꺼려왔던 데다 당에서도 외부에 ‘혈연관계’로 비쳐지는 이들의 입당이 전력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이광우 교수는 평민당과 신민주연합의 합당 당시 입당했다가 ‘평민당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며 당을 떠난 입장이어서 영입과 관련짓기는 힘들다. 다만 지난 영광 · 함평 보궐선거 당시에도 입당 이야기가 오갔던 김홍명 교수의 경우, 25일 조직책 신청1차마감에서 광주 북구를 희망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학계 인사 영입과 관련, “언론이 재야 출신 학자 위주로 보도하는 건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못박고 “다만 저명한 학계인물로 할 것이냐, 새로운 정치를 위해 40대 소장학자로 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평민당과 신민주연합과의 통합 당시 당대표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姜汶奎 YMCA 사무총장의 경우, 사회적 이미지와 영향력을 감안한 당지도부가 강도 높게 원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부영 최고위원이 창구로 나선 민주계는 윤곽만 세워둔 신민계와는 달리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대표의 유엔방문에 동행했던 이최고위원은 귀국 즉시 영입 대상인물들을 은밀하게 접촉해왔다. 인물의 비중과 전문성이 신민계의 초점이라면, 민주계는 민주화 기여도와 전문성을 영입잣대로 삼고 있다. 따라서 각 부문 사회운동가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최고위원이 접촉한 인물은 다음과 같다. 서초동 꽃마을 집단민원 사건과 韓相震 서울대 교수의 언론 왜곡 보도 소송 등 주로 시민적 권리와 결부된 소송을 맡아온 鄭聖哲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대표적 빈민운동가로 최근엔 한국화약을 상대로 인천 소래포구 주민들의 집단투쟁을 이끌어 기업측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받아낸 諸延坵씨, 6 · 3세대의 주역으로 학생운동의 한 세대를 이끌었던 김도현씨(영남일보 논설위원), 환경부문 시민운동을 최초로 조직화해내고 이 분야에 관한 한 정책당국에서도 인정할 정도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崔洌씨(공해추방운동연합 공동의장), 노무현 의원을 배출해낸 울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통하는 송철호 변호사 등이다.

참신한 인물 당선 불투명
이밖에 “통합야당이 아니면 정치 안한다”며 정계를 떠났던 李重載 전 평민당 부총재에게는 민주당 전체가 전방위로 영입 교섭을 벌였는데, 이번 조직책 신청에서는 강남 갑을 희망했다.

개별인사 영입보다는 더큰 범주로 진행됏던 민중당과의 통합은 지난 20일 민중당 중앙상임집행위가 “14대 총선에서 당을 독자 유지하고 야당과는 ‘연합공천’ 형식으로 협력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일단 물건너갔다. 왕년의 동지였던 민주당측 이부영 최고위원, 민중당측 張琪均 정책위의장 선에서 은밀히 진행된 막후교섭이 깨진 것은 지분 절충의 실패 때문이다. 이최고위원은 “서울 2곳, 전국 10곳의 조직책”을 민중당 측이 수락하면 당에 이야기를 꺼내보겠다고 제의한 반면, 장위원장측은 민중당 하부조직 설득과 진보세력의 명분 보장을 위해 “서울 4곳, 전국 20곳의 조직책”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 막후교섭이 성공했다고 해도 양당 내에서 수용 가능했을 지는 미지수다. 범민주세력의 대연합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선 민중당 영입이 필수적이라는 이최고위원의 인식과는 달리, 신민계에서는 민중당의 진보적 색채와 하부조직의 급진성이 당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민중당 전체와의 통합보다는 李佑宰 상임대표, 장기표 정책위의장 등 몇몇 명망가의 개별영입을 선호하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민중당 하부조직 역시 지도부와는 달리 “독자적인 진보정당의 유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지분협상이 됐더라도 설득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의 통합은 일단 중지됐지만, 14대 총선을 맞는 민중당의 입지가 워낙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만큼 재개될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 있다. 민주당과 민중당 일각에서는 민중당 지도부 2~3명의 개별 영입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개별 영입을 시도할 것이나 불가능할 경우에는 훗날을 기약하고 민중당 인사의 당선이 가능한 3~4곳에 전략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도 고려중이다”라고 말했다.

새 인물 영입폭이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외부인사 영입이 안된 상태에서도 극심한 공천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내 현실, 참신한 인물들의 불투명한 당선 가능성, 당사자들의 정당참여 거부감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표가 최근 당직자들에게 25일 조직책 신청에서 ‘비중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점에 크게 불만을 표시하며 영입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비추어 그 폭은 의외로 커질 수 도 있다.

결국 새 피 수혈의 폭은 ‘당이 출혈을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대한 영입’으로 귀착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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