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軍 스스로 민심 등돌리게 했다”
  • 편집국 ()
  • 승인 199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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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5 · 17 등 국민 불신감 가중시켜…‘군 본분’ 지키는 것이 위상정립 지름길

 건군 40년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 국군은 숱한 영욕의 세월을 거치면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조국이 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던 6 · 25 당시에는 조국보위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열세한 병력과 장비로 목숨을 던져가며 조국을 수호했다. 휴전 이후에는 국가안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한편,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된 국가 기술인력을 양성하여 사회로 환원시키고 국민정신교육 동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그 외에도 자주국방을 위한 방위산업의 촉진, 국토건설 참여, 국민의 편익을 위한 대민 지원사업 등 국가발전에 적극적 · 선도적 역할을 다해왔다.

  이와 같은 긍적적인 역할은 우리 軍이 본연의 像 구현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로서, 이점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 역시 공감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최근 몇 년간 지켜보아온 것처럼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매우 굴절되고 부정적이며 불신이 팽배하여 좀처럼 씻겨지기 어려울 만큼 깊은 골이 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군의 부정적인 측면만이 유달리 크게 부각되고 국민들의 심정적 불신을 가져온 까닭은 과연 무엇인가? 그 이유는 사회 일부 계층의 악의에 찬 모략과 선전에 기인하는 바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고 아울러 우리 군이 자초한 결과라고 인식하는 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는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의 본질에 충실한 자기혁신 노력이 있었음에도 올바른 軍民관계의 정립과 대국민홍보 및 대내적 공감대 형성과 그 확산 역시 등한히 하여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군 스스로가 군에 대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사건을 유발함으로써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 역시 사실이 아닌가?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1948년 4월3일의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대기 상태에 있던 국군 제14연대의 일부 불순분자가 주동이 되어 동년 10월20일 여수 · 순천 반란사건을 일으킴으로써 2천6백여명의 인명피해와 다수의 민간주택이 소실된 일, 그리고 전쟁중이던 1951년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국민방위군 사건, 1951년 2월초에 국군 제9연대 3대대가 거창군 신원면 일대의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중 공비뿐만 아니라 일부 양민들까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한 사건들은 바로 그러한 예로 상정할 수 있다. 그 후에도 1960년대의 5 · 16사건, 1980년대의 5 · 17사태 등에 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없이 군이 직 · 간접으로 관련됨으로써 국민들의 군에 대한 오해와 불신감이 가중되었다고 생각한다.

  국군창설 직후 6 · 25전쟁이 발발하여 조직면에서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게 된 군은 실질 적인 면에서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으나 군 고유의 모럴(moral) · 가치관 · 기풍 등을 소홀히 하고 권위주의적 자기안일에 빠져들어 부지불식간에 국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군 본연의 상으로부터 멀어진 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우리 군의 현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국민의 신뢰가 저하된 요인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창군 초기 좌익세력 소탕과정에서 있었던 무고한 국민의 인명희생과 재산피해로 인한 것, 둘째 자의든 타의든 국가위기 상황을 어쩔 수 없이 군이 수습할 수밖에 없었던 불행했던 과거, 셋째 자질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일부 간부에 대한 인상, 넷째 과거 군의 각종 부정과 비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마지막으로 구타와 같은 악습잔존 등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군 본연의 상을 지키며 새 군대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시정해나감으로써 개별적 불신을 전체적 신뢰로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 군 전력증각계획에 의 한 투자비 증액, 병영관리를 위한 운영비의 증액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다.

  그러면 군인으로서의 우리의 룰(rule)은 무엇이며 롤(role)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군은 4천2백만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과 임무를 지니고 있는 국가조직의 중추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은 군사 외적인 것은 몰라도 상관없지만 군사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우리 군은 이처럼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外華內貧의 실리없는 형식에 대한 집착, 전체보다 개인을 더 생각하는 일률적인 지시,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근시안적인 업무처리 등 군이 추구해야 할 戰場 가치관에 입각한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지금처럼 국민들이 군을 보는 시각이 굴절되게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므로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그 원인울 깊이 생각하고 군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건군 이후 지금까지 군은 내부의 악습척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가혹행위 · 폭언 · 구타라고 본다.

  군대도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에 과거 한때는 출신지역 및 과정별로 특정지역 · 특정과정출신을 선호하거나 상호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도 겪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능력 위주의 선발과 진출, 인사관리체제가 확실히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를 말하는 이유는 비록 자기 자신은 진급에서 누락되더라도, “나는 소령으로 끝나도 좋고 중령으로 끝나도 좋지만 군대가 똑바르다, 틀림없다”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군 내부 기풍이 진작되어야 바람직한 위상이 보다 더 빨리 발전 정립될 수 있다는 뜻에서이다.

  군대 스스로가 대대적인 의식개혁운동을 전개하재 않으면 안되며, 그 기준은 바로 군 본연의 상, 즉 군의 본분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즉 비군인적인 것을 절대 하지 않고 군의 본분만 똑바로 하는 것, 이것이 국민으로부터 군이 신뢰를 회복하고 군의 위상을 정립하는 지름길이며, 나아가 간부들이 자기 목숨을 먼져 내놓는 진두지휘 · 솔선수범을 행할 때 군의 위상이 튼튼하게 존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인적인 것이냐 아니냐’ 잣대로 검증과정 거쳐야

  제4차 중동전 당시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엄청난 패배를 당했으며, 이집트의 중 · 소위들은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사막을 횡단하여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카이로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이집트의 영관장교들은 패전 이후에도 나비넥타이를 매고 돌아다녔으며, 저녁7시가 되면 어김없이 퇴근하여 스탠드바에 가서 놀아나는 등 문란하게 생활했다고 하니 이집트의 대패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투에서 패한 이집트의 위관장교들은 그 이후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밤을 세워가며 전술토의를 하는 등 전쟁준비에 노력했기 때문에 제5차 중동전에서는 이집트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미군의 경우, 사후평가이긴 하지만 국가이익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전쟁이었고 도덕적으로도 사악한 전쟁으로 규정한 월남전이후 그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약물중독, 갱, 인종차별, 월남전 패배에 대한 끝없는 논쟁 등 좋지 못한 풍조가 만연해 있었으나, 해군대학의 터너 제독이 군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 기운이 육 · 해 · 공 전군에 확산되어 생기있는 군대로 전환될 수 있었으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사람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우리 군도 미군이나 이집트군처럼 환골탈태하여 거듭나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군인적인 것이냐 비군인적인 것이냐는 잣대를 가지고 우리들의 일상행동, 부대지휘, 교육훈련에 대한 열성 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은 결코 외부의 영향에 의해서 위상을 정립할 수 없고 또 그렇게 좌우되어서도 안되며,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없고서는 군이란 결과적으로 군복을 입고 다니며 병정놀이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군의 간부 중에는 단기복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장기복무를 하는 사람도 있으나 최소한 간부로서의 기본적인 요건과, 앞서 필자가 언급했던 야전성과 전문성이라는 잣대와 저울추를 자지고 자기 부대 진단과 자기 자신의 진단, 그리고 반성을 통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과감히 손을 털고 또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집념을 가지고 수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20세기를 마감하는 1990년대, 21세기를 준비하는 1990년대의 원년에 야전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군들의 동지의식을 바탕으로 한 병영윤리, 진두지휘 · 솔선수범의 간부상 확립,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의지와 그 실천으로 생동하는 기운을 복원하고 창조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군의 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러한 기풍이 전군에 퍼져 떠오르는 햇살처럼 온누리에 비치고 병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제2의 창군이념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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