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 도입할 것인가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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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관계자들이 재정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기여입학제’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는 이와 관련된 5개항을 문교부에 건의한 바 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두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이덕호 서강대 교무처장,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 한국외국어대 독어과 졸업. 서독 뮌헨대(독어독문학 박사)

 ●기여입학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날로 치역해지고 있는 국가간의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희망찬 21세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대학의 현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질적으로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구시설 및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국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의 재정이 빈약해 이같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 전입금, 국고지원, 기부금 등이 극히 적어 학생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매년 필요한 만큼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관계자들은 그간 꾸준히 논의해왔던 기여입학제를 더 이상 지연시킬 여유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 어떤 분야를 통한 재원확대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므로 기여입학제만큼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 논란의 여지가 많은 기여입학제 도입에 앞서 대학이 수익사업 활성화, 합리적 경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순서 아닌가.

 물론 대학 자체적으로 재정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또 일부에서 제기했던 학교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의 금액을 모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운영상의 낭비를 없애고 재원활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해도 여기서 얻어지는 이익은 현재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다소 도움은 될 망정 ‘획기적이고 대폭적인’ 투자를 하기엔 미흡한 액수인 것이다.

 ● 기여입학제는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황금만능주의를 부채질하고 학생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원래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은데…

 그런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는 기여입학제와 관련된 5개항을 문교부장관에게 건의한 바있다. 그중 기여입학 인원을 ‘정원외’ 형식에 의해 정원의 2% 정도로 한정시키고, 이 제도로 마련되는 재원을 장학금과 교육 및 연구능력 신장에 쓰도록 한 것은 기여입학제 실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다. 또 기여입학제는 엄밀히 따져볼 때 돈만 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제도는 절대 아니다. 해당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수학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대상인 것이다.

 ● 5개 항목의 건의안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명쾌한 기준과 납득할 만한 사후관리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5개 항목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좀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아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정신적 기여의 기준과 대상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수학능력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기여입학제로 마련된 재원을 공약한 분야에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할 것인가’…등. 그래서 현재 몇 사람이 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학생 및 학부모에게 기여입학의 타당성을 납득시킬 수 있으리라 보는가.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제도의 취지를 미시적으로만 본다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 박혔듯이 기여입학생은 ‘정원외’이기 때문에 기여입학이 실질적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주는 피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여입학생들이 내는 기부금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교육환경의 개선을 꾀할 수 있는데, 이런 효과의 수혜자가 바로 학생들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도포기하거나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하는 대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정원의 2% 이내의 기여입학생들이 내는 돈으로 능력과 의욕은 있으나 경제적인 여건이 여의치 않아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이는 오히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대학의 실상과 기여입학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리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 문교부가 계속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등록금만 가지고도 대학살림은 꾸려갈 수가 있다. ‘수입만큼만 지출한다’는 전제하에 교직원 봉급과 일상경비를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만 교육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의 교육이 과연 의미가 있으며 21세기에 대한 준비를 가능케 할 것인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여입학의 전국적인 동시 시행이 무리라면 책임질 수 있는 몇몇 대학을 시범대상으로 삼아 우선 시행토록 해보면 어떻겠는가. 이번 기회에 대학에 권리와 책임을 함께 맡겨달라고 애기하고 싶다.

이덕호 “대학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반대

  성낙돈 덕성여대 교직과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교육행정 박사).
성낙돈 “학원소요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 왜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성, 신뢰성이 퇴락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 기여입학제르 도입한다면 그나마 유일하게 공정한 평가제도로 남아 있는 대학입시마저 돈에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줄 위험이 많다. 실제로는 기부금입학과 거의 다를 바없는 기여입학은 빈부귀천의 차이없이 능력만 있으면 정당한 평각에 의해 사회에서 떳떳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업적주의에 정면배치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하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뒤쳐지기 쉬운 요즘, 부모가 돈이 맣다고 해서 대학입학의 특혜마저 누린다면 어떻게 사회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겠는가. 또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중 30%밖에 입학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돈이 없어 자식을 대학에 입학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비통한 심정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게다가 기여입학제는 ‘정신적인 기여도 포함시킨다’는 애매한 조항까지 있어 기부금입학제보다도 더욱 잡음의 소지가 많다. 대학마다 전총과 교육조건이 다른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 국가지원이나 등록금 인상 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사학발전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우리 대학들은 경영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운영해온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재단과 학생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단측이 앞으로는 경영내역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솔직히 공개함으로써 잘못된 것은 고치고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해야 한다. 상호간에 대화채널만 마련된다면 적절한 선의 등록금 인상과 기부금 유도도 어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 기여입학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지난해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가 건의한 5개 항목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최소화 할 수 있다는데…

 5개 항목이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합리적인 기준의 제시없이 공정하게 시해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지 않는가. 또 어떤 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도 궁극적으로는 기여입학생들 자신이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인식해야만 한다.

 ● 뾰족한 대책없이 기여입학제를 원천봉쇄할 경우 일부 사학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음성적으로 기부금을 거둬들여 바람직하지 못한곳에 사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양성화시켜 사용내역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발상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부정과 비리가 있으면 이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런 노력은 접어둔 채 가장 손쉽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부정을 양성화시키자는 게 말이 되는가.

 ● 작년 어느 대학 재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이들은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주체인 이들이 찬성하는데 외부에서 이르 반대할 명분이 있는가.

 당장 장학금 수혜범위, 연구비나 시설투자가 늘어난다는 것만 생각했을 때는 기여입학제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로 마련된 재원이 계속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쓰여진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재단·교수·학생들간에 확보된 재원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전통적으로 상호불신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를 상기할 때 학원소요의 또 다른 불씨를 만드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어쨌든 이들이 원하고 지지한다면 끝까지 기여입학을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숨가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 또 경쟁에 치여 한해에 1백명꼴로 목숨을 끊는 어린 학생들을 생각할 때 ‘밀어붙이기’식의 추진이 합당한지는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 문교부가 획기적인 지원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면서 여론에 밀려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도 많다. 사학의 재정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율권을 신장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대학인들이 이 문제에 관한 한 문교부가 해결해주길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문교부에 뭔가를 기대히기보다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현재 있는 돈이나마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재단에 우선투자순위를 정해줄 수있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대학인들은 제정문제보다도 본질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에서의 민주화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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