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소금장수’의 詩 나들이
  • 이흥황 차장대우 ()
  • 승인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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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 털보’ 강기주씨(41)가 오랜만에 서울땅을 밟았다. 9대째 토박이로 살고 있는 화개 쌍계사골 모암 마을에 파묻혀 도회지에는 좀체 발길을 주지 않던 그가 서울 바람을 쐰 것은 시집을 내기 위해서이다. ‘날자, 내 뜨락에 꽃대궁 올리면서/먼 산봉우리 껴안아 밤을 새며/메마른 혈관 속에다/꽃물을 들이고 싶다.’ 시집에 실릴 시의 한 구절이다.

 털보 시인은 ‘문단 데뷔’니 ‘처녀 시집’이니 하는 말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저 화개 털보라는 소리가 듣기 좋고, ‘지리산 소금장수’라 불리는 것이 좋다. 죽염 좋다는 소리를 듣고 마을 친구들끼리 진짜 아홉 번을 구워 먹어보자 해서 시작한 죽염 굽기가 이제는 생업이 되다시피 해 얻은 별명이다.

 시집 출판 같은 것은 애당초 생각도 하지 않았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아우뻘 되는 한문학자 유영봉 박사에게 등을 떠밀려 쑥스럽지만 시집을 내기로 했다. 화개골 최초로 자가용차 영업을 하기도 했고, 부산에서 레코드 가게도 운영해 보았으나 모두 들어먹고 말았다. 그런 그를 주위 사람들은 ‘섬진강 노을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李興煥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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