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석 70% 우리 것”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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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元基 민주당 사무총장

통합야당 민주당의 살림을 맡고 있는 金元基 사무총장. 내년에 실시될 네 차례의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공동대표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실세’ 김총장의 당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협상의 명수’로 통하는 그의 행동반경은 더욱 넓어질 것 같다. 그는 14대 총선에서 승리를 위한 ‘개혁적’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호남 출신 의원의 ‘물갈이’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조직책 신청 현황은 어떻습니까?
전국 지역구가 2백24개인데 6백98명이 신청했습니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지망자가 많은 편입니다.

합당의 효과라고 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통합으로 인해 아무래도 폭이 많이 넓어졌다고 보아야지요.

신민 · 민주당의 통합만으로는 불완전하다는 시각이 상존하는 것 같습니다만.
형식상으로는 신민 · 민주당 말고 야권의 통합할 대상이 없어요.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정당과 정당의 통합을 출발로 생각하자는 것이지요. 14대 총선 후보자로 명망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인사, 또 수권능력에 도움이 되는 인물들이 보태어질 때 통합이 완성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불완전한 통합이라는 표현보다도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정치권 밖의 인재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민주당이 경상도쪽에서 당선자를 내기가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요
오랜 세월 지역 갈등이 쌓여왔기 때문에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부산은 전국에서 어느 지역보다도 비판의식이 강한 곳입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많이 변화되리라고 봅니다. 현재로선 충분치 않습니다.

신민 · 민주당 합당 이후 예상했던 것보다는 잡음이 없는 편이지요?
민자당이 통합했을 때는 통합 시초부터 말썽이 많았지요. 우리 역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느냐고 많이들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전혀 상상 밖이다” “왜 그렇게 조용한가” “거참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이나 당의 간부들이 어렵게 한 통합을 기필코 성공으로 이끌지 않으면 서로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절실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소리가 나기 시작하겠지요?
그러리라고 봅니다.

신민계에서는 소위 인물본위 공천을 주장하는데 민주계의 지분을 다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만.
통합 때부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지분에 너무 얽매이다보면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분들을 맞아들이는 데 오히려 벽이 됩니다. 그래서 지분은 기준으로만 삼고 지분공천을 없애자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안됐어요. 그러나 그런 정신으로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물본위로 하되 지분에 얽매이지 말자는 서로간의 양해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어느 한쪽에서 열을 서서 들어오는 그런 사람보다는 양쪽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공동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당이 산다는 말이지요.

신인 영입이 잘 되고 있습니까?
모색중입니다. 들어와주었으면 하는 인물들이 야당 입당을 꺼리는 경향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 벽을 튼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합당 후 화합된 정당을 만드는 데 1차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입 작업은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촉을 시작하는 단계지요. 파격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인물들이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천 기준은 뭡니까?
요즘 물갈이란 말 때문에 기존 당직자들이 동요하는 현상이 있는데, 일시적인 교체는 어려움이 있고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14대 총선이 국가발전이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한 고비가 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전의 야당 공천 관행보다는 훨씬 개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민주의 편에 섰느냐, 권력의 편에 섰느냐 하는 것이 야당의 공천에 있어서 절대적인 무게를 가졌지요. 앞으로는 정부에 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있는 사람이 배제되는 그런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수혈 비율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제 입장에서 비율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우리가 욕심낸다고 좋은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고, 외부 수혈로 말미암아 당이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의 내부 상처를 입을 수도 없는 일이죠. 비율을 먼저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천 후에는 항상 금전문제로 뒷말이 따랐습니다. 공천 작업이 순수했다는 평가를 받을 자신이 있습니까?
야당의 경우 어떤 선거를 앞두고도 공천 때문에 뒷말은 꼭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치 지망자들은 공천신청 때까지 일생을 걸고 그것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탈락되면 공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겠지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참으로 모범적인 공천이 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덕성을 지탄받는 일이 없으리라는 점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폭적인 호남 물갈이론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런 여론이 상당히 있습니다. 개중에 활동이 부진한 의원들이 있다는 것이 물갈이론의 배경이긴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한번 거른다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로 봐야지요. 권력이 만든 지역 갈등구조로 호남지역에서는 야당이 예외없이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선거는 거르는 과정인데 선거 과정에서 거르지 못했다면 공천에서라도 한번 거르자는 이야기지요. 활동상황을 보면 잘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근본적으로 호남 출신 의원들의 자질이 모자라서 물갈이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요.

물갈이의 대상은 어떤 사람인가요?
역시 활동이 부진한 의원과 지역 여론이 나쁜 의원이 되겠지요. 그전에는 현역의원의 경우 공천을 받는 것이 상례였으나, 지금의 현실에서 그렇게 해서는 폭발적인 정치 욕구를 해소하기가 어렵습니다.

총선에서 어떤 성적을 기대하고 계십니까?
공천에서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여론 선도층의 경우 정권을 선거로 한번 바꿔 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서울 · 중부권에서는 여당에게 큰 차로 이기고, 충청 일부지역에까지도 서울의 대세가 이어지리라고 봅니다.

서울에서는 몇석 정도를 예상하시나요?
적어도 서울 전체의석 3분의 2 정도는 차지할 것으로 봅니다.

민중당과의 합당은 비관적인가요?
당 대 당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쪽은 우리보다는 훨씬 진보적인 정당 아닙니까?

민중당의 대표주자들은 개인 차원에서 영입할 생각은 없습니까?
영입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의 당 사람을 빼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남의 당을 파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 당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하고, 그 당의 결정을 보고 우리의 태도를 정한다는 입장이지요.

합당 후에 당 살림이 좋아졌나요? 예를 들어 정치자금이 더 많이 들어 온다든지….
합당 후 오히려 살림 규모가 커져 좋아진 것은 없어요. 정치자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국민도 정치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목인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여론으로 뒷받침해줬으면 하는 마음 참으로 절실합니다.

지금 진행중인 정치자금법 협상에서 중요한 쟁점을 정리해주십시오.
우리 당의 입장은 국고보조를 대폭 늘리라는 것이고 여당은 지금처럼 야당의 손발을 묶어놓고 씨름해보겠다는 것이지요. 현재의 제도는 전적으로 여당을 위한 제도이지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예를 든다면 88년부터 7백5억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됐는데 전액이 여당으로 가고, 야당에서는 단 75원도 안 왔습니다. 후원회 제도도 여당의 경우 완벽하게 조직돼 있고 1백% 활용하고 있지만, 야당에서 조직한 사람은 1~2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것도 빈약하기 짝이 없어요. 도대체 정치자금제도가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준 정치자금 총액이 대통령 나들이 한번 하는 데 쓰는 돈에도 훨신 못미치는 액수지요. 오랫동안 잘못 운영돼온 제도에 대해 아무 지적도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선거법 협상은 잘 되리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쟁점은 지역구 증설 문제입니다.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3계파간의 교통정리를 하고 권력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국회진출을 위해서 선거구 증설에 중점을 두고 있지요. 그러나 공천이 연내 혹은 1월초까지 완결돼야 하는 형편임에 비추어 선거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선거구를 급하게 바꾸는 것은 사람 중심의 게리맨더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한 지역의 인구가 몇명이 넘느냐 안 넘느냐의 문제를 따질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 혹은 지역 전체를 봐서 전국적인 조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 협상이라고 하는 것이 1백% 우리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또 우리 당이 선거공영제의 확대에 중점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면 후보자 개인이 돈을 쓰지 말고 신문광고 TV토론 홍보물제작 연설회개최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국고로 충당하자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여야간 의견 폭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공감하고 있어요.

민주당은 전국구 정당투표제를 주장하고 있지요?
어느 헌법학자에게 물어봐도 지금의 전국구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해요. 후보자에게 투표한 것을 정당에 투표하는 걸로 간주한다는 것은 헌법의 명문 규정과도 부합되지 않습니다. 정치안정을 위해 제 1당이 전국구 의석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 역시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지역구에서 과반수 의석을 못 얻으면 전국구 의석 절반을 가져가도 전체적으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단지 여당이 의석을 더 차지하겠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이지 안정 의석 확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도입니다.

상대역인 민자당의 김윤환 사무총장하고는 ‘아’하면 ‘어’할 정도로 환상의 콤비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인물평을 해주시지요.
같은 언론계 출신이고 13대 국회에서 여야당 총무로서 만났지요. 5공청산 협상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잘 맞았다고 지금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정당이 처한 상황이나 당내에서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권력쪽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대화가 되는 사람이지요.

김대중 대표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결이 뭡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김대표께서 저를 믿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당무에 이해관계를 개입시키지 않고, 되도록 사심없이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도 동교동 측근정치가 심심찮게 거론되곤 하는데 김총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총무를 거쳐 지금 총장을 하고 있는데 당무 같은 중요한 일에 소위 측근들이 간섭하거나 영향을 끼친 구체적인 기억이 없습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그러나 그런 인상이 있다면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꿈을 가지고 계십니까?
정치인이 지도자되는 꿈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또 목표를 세우고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합니다. 그러나 경계하는 것은 ‘내가 꼭 무엇이 돼야겠다’는 욕심이 한 사람의 행동을 결정할 때 그 사람 자신이나 정치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저는 정치판을 좋게 만들기 위해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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