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 맞서면 “김영삼씨 승산”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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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출마 않는 게 좋다” 64%…유권자 당 지지도는 野 조금 앞서

 14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정치권의 일대 파란을 예고한다. 총선으로 가는 길은 불투명하다. 민자당이 과연 5공세력을 포함해 범여권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민주당이 인물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총선은 임박해오고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초쯤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거는 민자ㆍ민주 양당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여당이냐 야당이냐의 양자택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시사저널》은 일반 유권자 1천명에게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다면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10명 중에 5명만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쪽의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28.0%는 민주당 후보를, 23.4%는 민자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함으로써 민주당 지지도가 집권당인 민자당 지지도를 약간 앞질렀다. 민자당이나 민주당 소속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16.1%는 야권의 무소속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했고, 2.9%는 여권의 무소속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2명꼴인 19.0%가 민자당과 민주당을 거부한 셈이다.

 나이별로는 20대(29.2%)가, 지역별로는 충청ㆍ대전(24.7%)이 야권 무소속 후보를 선호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충청ㆍ대전 지역에서 민자당과 민주당을 거부하는 대신 3분의 1에 가까운 유권자가 야권 성향의 인사를 원한다는 사실은 중부권의 여론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밖에는 민주당이 전라ㆍ광주(64.2%)에서, 민자당이 경북ㆍ대구(35.7%)에서 강세를 나타냈는데, 민자당은 경남ㆍ부산에서도 31.4%의 지지를 얻었다.

 전문가 집단은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뚜렷한 편차를 보였다. 민주당 35.1%, 민자당 14.4%의 지지율을 보여 여당보다는 야당에 2배 이상의 지지를 보냈고, 여당 지지율에 맞먹는 14.2%가 야권 무소속 후보를(여권 무소속 후보는 1.5%만이 지지) 지지함으로써, 정당 소속 여부를 떠나 여야로 구분할 경우 야권 49.3% 여권 15.9% 지지의 큰 차이를 나타냈다.

 총선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특히 집권당인 민자당이 가야 할 길은 더욱 멀고 굴고도 심하다. 우선 공천과정에서 계파간의 일대 접전이 불가피하다. TK와 민주계의 일전은 이미 예고되고 있다. 6공에서 소외된 5공 인사들의 지분 요구, 경제계 인사들의 옥자적인 정치세력 구축 의도 응 범여권을 ‘내전??으로 끌고갈 만한 요인은 수두룩하다. 게다가 통합야당인 민주당의 탄생으로 민자당은 나름대로의 정치일정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민주당도 결코 편안하지 않다. 당내 계파간 갈등이 민자당만큼 격심하지는 않지만 ‘교통정리??를 하는 데에 따른 잡음은 불가피하며, 총선용 인물 영입이라는 커다란 과제도 안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전략은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선 구민주당의 지지기반을 굳혀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민주당은 곧 김대중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켜 지역대결로 몰아가는 것이다.

서울 유권자 46.2% 야권지지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곳은 서울이다. 영남권과 중부권 진출도 목표이긴 하지만 ‘서울 점령??의 상징성이나 중요성에 비하면 다소 뒷전인 것이 사실이며, 서울 의석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자당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으리라는 법 또한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서울은 14대 총선의 최대 격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유권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민주당을 조금 더 선호한다. 민주당이 31.6%, 민자당이 20.9%이며, 야권 무소속 후보지지 14.6%와 여권 무소속 후보지지 1.2%를 보태면 야권이 46.2% 여권이 22.1%로, 최대 허용오차 ± 3.1%를 감안 할 때 전국 지지율(야44.1%, 여26.3%)과 엇비슷한 결과다.

 13대 총선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후에 치러졌다. 총선 결과가 권력 향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다만 집권층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野大??가 형성되었을 뿐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14대 총선은 13대 때와는 정치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 총선 결과가 권력 향방의 최대 변수가 되는 동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집권 가능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만큼 총선으로 가는 길은 험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유권자의 생각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여론조사의 정당 후보 지지도는 총선 결과의 절대적 기준치를 마련한다기보다는, 양당구도에 대한 유권자 의식과 현재의 정당 지지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다.

 시ㆍ도의회 선거와 야당통합을 거치면서 정당 지지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수서사태 직후인 지난 4월초의 여론조사에서(《시사저널》 78호 참고) 민자당은 12.0%, 평민당은 13.4%, 민주당이 5.9%의 지지를 얻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무려 58.4%에 이르렀다. 그랬던 것이 시ㆍ도의회 선거 직후인 지난 6월에는 민자당 지지도가 26.1%로 올라선 반면 신민당은 12.6%로 떨어졌고, 지지 정당 없다는 반응도 46.1%로 낮아짐으로써 정당에 대한 인식이 호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야당 통합으로 민주당이 출범한 후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모름ㆍ무응답이 18.8%로 뚝 떨어져 양당구도 정착과 민주당에 거는 기대치를 반영시켰다.

 내년 하반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여론은 한마디로 ‘착잡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김영삼ㆍ김대중 두 김씨 모두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데, 여야에서 두 사람이 각각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며, 두 김씨가 맞선다면 김영삼씨가 유리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반응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서 얻어진 것이다. 첫번째 질문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여권과 야권의 대통령후보로 결정되리라고 보는가??였다. 일반인과 전문인을 구분해서 물었다. 정당후보 지지도와 마찬가지로 전문가 집단의 대답이 보다 확실한 예상도를 나타냈다.

 일반인 47.2%가 김영삼씨를 여권후보로, 65.8%가 김대중씨를 야권후보로 꼽은 반면, 전문가 집단은 63.7%(김영삼씨) 82.2%(김대중씨)로 예측했다. 여권후보에 관해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들이 이른바 ‘김영삼 대세론??에 조금 더 기울어 있으며, 동시에 김대중씨가 세번째로 청와대 입주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여권의 예상 후보로 김영삼씨 외에 이종찬(3.3%) 박철언(2.5%) 박태준(1.3%) 김복동(0.7%) 노태우(0.5%) 김종필(0.5%) 강영훈(0.5%)씨 등을 거론했으며, 야권의 예상 후보로는 이기택(1.5%) 박찬종(0.3%) 정주영(0.2%)씨를 꼽았다. 일반인들도 전문가 집단과 비슷한 인물들을 거론했으나 여권에서는 노재봉씨(0.3%)를, 야권에서는 정주영씨 대신 이철 의원(0.2%)을 예상했다. 새 인물이 나오리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일반인은 0.5%만, 전문가는 0.3%만 그 가능성을 내다보았다.

10명 중 2명이 “두 김씨 나오면 기권”
 두번째 질문은 전문가들에게만 물었다. 여야에서 각각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누가 당선되리라고 보느냐 하는 물음이었다. 김영삼씨 67.2%, 김대중씨 12.7%의 반응을 나타냄으로써 김영삼씨의 당선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보았다. 이 질문은 전문가라는 특정집단을 상대로 했고, 두 김씨가 여야의 후보로 나설 경우를 전제했으며, 응답자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물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번째 질문에서는 일반인에게 누구를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다. 김영삼씨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43.7%, 김대중씨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32.8%로 집계되었는데, 최대허용 오차     ± 3.1%를 적용시킬 경우 김영삼씨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영삼씨에 대한 연령별 지지도는 20대가 38.7%, 30대가 41.6%, 40대가 48.3%, 50대 이상이 50.0%로서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수치를 보였고, 지역별로는 경남ㆍ부산(63.4%)에서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경북ㆍ대구의 54.0%, 경기ㆍ강원의 51.6%순으로 집계되었다.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각각 자신의 지역기반인 경남 ㆍ부산과 전라ㆍ광주에서 얻은 지지도는 63.4%와 98.5%로 김대중씨쪽이 훨씬 높게 나타났고, 김대중씨의 경우에는 학생층에서 45.9%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주목되는 것은 두 김씨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하겠다??는 답변도 21.2%에 이른다는 점이다. 10명 중 2명이 ??두 김씨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기권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두 김씨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김씨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은 네번째 질문에서 보다 더 명확해진다. ‘두 김씨가 대통령후보로 나오는 것에 대해 다음 중 어느 쪽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내용이었다. 네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두 김씨 모두 나오는 것이 좋다??가 11.3%, ??김대중씨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가 12.1%, ??김영삼씨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가 11.4%였고 무응답은 1.2%였다. 가장 높은 수치는 ??두 김씨 모두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답변으로 무려 64.0%였다. 이른바 ??양김 허용론??이 11.3%에 머문 데 비해 ??양김 불가론??은 64.0%에 달해 다섯 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를 나타냄으로써 두 김씨에 대한 거부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이 거부감은 젊은층(20대가 72.0%)과, 고학력층(대재ㆍ대졸 이상층이 72.1%)에서 강했으며, 영ㆍ호남 지역보다는 경기ㆍ강원(72.6%)과 충청ㆍ대전(75.3%) 등 중부권이 두 김씨의 대통령후보 출마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김대중 대표가 차기 권력을 잡는다는 소위 ‘김대중 대권론??에 반신반의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14대 대통령선거는 13대 때의 4자 필승론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전제한 뒤 “내년의 대통령 선거는 어차피 양당구도로 가게 될 것 같다. 김대중 대표는 형식적으로는 통합야당의 대표 주자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버거운 한판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김영삼씨는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시험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런 점에서는 김대중씨가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을 뿐 총선이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결전??이 되리라는 점에서 두 김씨의 입장은 똑같다. 불투명한 정치권의 앞날을 누가 더 밝은 눈으로 꿰뚫어보느냐, 여론의 향배를 누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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