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평점1위 이해찬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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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김광웅.김학수 교수 국내 최초 조사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이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 국민의 대표로 뽑힌 의원 개개인의 활동을 평가하는 재도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 지역구민은 자신이 선출한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른다. 의원을 감독·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제도가 없을뿐더러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선거구민들은 국회의원의 홍보물 아니면 매스컴을 통해 의원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고작이다. 신문·방송에서 쇠고랑찬 국회의원의 풀죽은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이 뽑은 의원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바꾸기도 한다. 폭로 잘하고 현시욕이 강한 의원은 매스컴의 상업성과 부합돼 각광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매스컴을 잘 타는 의원의 대중적 인기가 의정활동에 있어서의 성실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국민은 왜곡된 정보에 노출된 채 다시 선거를 맞는다.

의정 현장과 자료로 의원활동 평가
 13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몇 달 앞둔 시점에서《시사저널》은 의회정치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했다. 김광웅 교수(서울대·정치학)와 김학수 교수(서강대·신문방송학)팀이 8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국내 최초로 행한 이번 조사는 의원들의 실제 의정활동을 구체적인 현장과 자료를 통해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춰졌다. 13대 국회의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 국회의원의 전반적인 의정활동, 의원들의 자체 평가 및 의식조사 등에 관한 질문도 포함돼 있는 이 조사에 응답한 의원은 1백 98명으로 66%의 응답률을 보였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의원에 의해 이뤄졌는데 여기에는 87명이 참여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내용은 무엇보다도 국회의원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전제에 바탕한 것이다. 다만 의원이 직접 응답하지 못한 경우에는 의원 보좌관과 비서관의 응답으로 대체했다.

 조사결과 무소속 이해찬 의원(서울 관악 을)이‘수석??으로 떠올랐다. 그는 국회 본회의 활동에서의 성실성과 부문과 본회의에서 국정감사나 대정부 감독활동 항목에서 동료 의원들의 지목 빈도가 가장 많았다. 그는 본회의에서의 논리적 발언과 국정심의 공정성, 그리고 상임위에서의 국정심의 전문성 부분에서도 상위를 차지했다. 종합 지목 빈도에 있어서도 이의원은 총 38번으로 2백98명(고 김동영 의원 제외)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광역회의 선거를 앞두고 당시 신민당이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아니 다른 후보에게 공천을 준 데 불만을 품고 당을 뛰쳐나와 현재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그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이런 평가는 매우 주목된다.

 동료 의원 평가 19개 항목과 기록자료를 토대로 한 3개 항목 등 총 22개 항목에서 두 번 이상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이해찬 의원 외에 김인기(민자·전국구) 박석무(민주·전남 무안) 조세형(민주·서울 성동을) 김광일(무소속·부산 중)의원이 있다.

 국회 본회의 활동에서의 성실성이란 발언 준비, 의원으로서의 품위와 신사적 태도, 회의 중 자리를 지키는 행위 등과 관련이 있다. 2위는 신영국 의원(민자·경북 점촌 문경) 공동 3위는 김대중(민주·전국구) 이진우(민자·경북 포항) 황병태 의원(민자·서울 강남 갑) 등이다. 이밖에도 이정무(민자) 노무현 박영숙 유인학 이철 이협 조순승 허경만 의원(이상 민주)이 성실하게 본회의 활동을 한 사람으로 지목됐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동료 의원 한 사람에 의해 성실하거나 유능한 의원으로 지목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대단한 무게를 지닌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수가 제한되어 있고 국회의원 각자가 국민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일 정도로 대표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의원총회에서 성실한 활동으로 돋보인 의원으로는 단연 이협 의원(민주·전북 이리)이 지목됐다. 그는 13평 아파트에 사는 청렴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의원총회에서의 성실성이란 소속 정당 활동에 대한 충실성 등 당내 활동의 평가 기준이다. 여당 의원의 경우 상임위에서는 정부를 두둔하느라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못하더라도 당내에서는 큰 소리를 치는 사람도 꽤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총회에서의 발언 내용은 당내 민주화, 혹은 지도부에 대한 공격 등으로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와는 쟁점과 내용이 다르다. 어차피 본회의 발언 기회는 의원 전부에게 돌아가지 않으므로 의원총회에서의 발언은 의원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상임위 활동을 가장 성실하게 수행한 사람으로는 박석무 의원이 꼽혔다. 박경수(민자·강원 횡성 원주) 정균환 의원(민주·전북 고창)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임위 활동은 의정활동의 본령이라고 할 만큼 국회의원에게는 중요하다. 상임위야말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뿐 아니라 법안을 심의하기에 가장 적절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상임위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크게 돋보일 수밖에 없다.

 논리적인 발언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의원은 누구인가. 본회의에서 가장 논리적인 발언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김광일 박찬종(무소속·서울 서초 갑) 이해탄 김대중 조세형 조준승 박관용(민자·부산 동래 갑) 황병태 의원 등이다. 각 정당의 의원총회에서 논리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으로는 여당에서 이치호 의원(대구 수성) 야당에서 정대철(서울 중구) 최영근(전국주) 조세형 의원이 가장 많은 빈도를 기록했다. 상임위에서 가장 논리적인 발언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은 사람은 박우병(민자·강원 정선) 홍영기 의원(민주·전북 임실 순창) 이다.

 국정감사를 비롯한 대정부 감독활동은 국회 기능의 본질에 해당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캐내고 행정부를 비판, 견제하는 일은 야당의원‘야당성??이 특히 부각될 수 있는 부문이다. 이 부문에서 지난 광역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란히 신민당을 탈당한 이해찬 이철용 의원이 동료 의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의원총회에서 대정부 감독활동을 촉구하는 발언을 잘하는 사람은 조세형 의원에 이어 조부영 의원(민자?충남 청양 홍성)이 꼽혔다. 이들은 상임위 활동이 부진할 때 당 소속 의원을 독려, 심기일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상임위에서 대정부 감독활동을 가장 잘하는 의원으로는 이철용 박석무 조세형 의원이 거명됐다.

존경· 신뢰받는 의원은 YS· DJ順
 국정심의의 공정성은 국회의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본회의 발언에서 국정심의의 공정성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김광일 이해찬 김원기 남재희 오한구 조순승 의원이 거명됐다. 이들은 비교적 도덕성이 강하고 혈연 지연 학연에 휩쓸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상임위에서는 김인기 김원기 박경수 서청원 의원 등이 국정심의의 공정성을 잘 지키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의원은 누구인가. 국회 전체로는 김영삼 김대중 박태준 김종필 의원의 순으로 거명됐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정계의 지도자들로서 여야의 대표, 혹은 계보의 보스들이다. 이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들은 존경과 신뢰를 받기 때문에 자신의 사단을 거느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모른다. 이들 외애도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는 김원기 김윤환 노무현 박철언 이해찬 의원 등이 있다. 각 정당의 의원총회에서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는 김원기 김윤환 최형우 의원이 꼽힌다. 두 김의원은 제6공화국 초기에 여야의 총무로 활약한 데 이어 지금은 각각 여야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상임위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람으로는 김인기 의원이 지목됐다. 그 뒤를 이어 문동환 박영숙 이종근 의원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정치 민주화에 기여한 의원으로는 민주당의 김대중 공동대표가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당수로서 단식투쟁을 통한 지자제 실현, 야당통합 등이 고려됐음직하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이종찬 의원도 비교적 높게 평가받았다. 그리고 노무현 김종필 강신옥 김원기 박철언 황병태 의원이 정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국정심의의 전문성을 잘 갖춘 사람으로는 나웅배 박석무 황철수 의원(민자·경기 과천 시흥 의왕 군포)이 거명됐다. 강우혁 박영숙 박우병 유돈우 유인학 이해찬 이희천 임인규 조영장 의원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임위 입법 연구활동과 관련해서는 박상천 박석무 함종한 의원(민자·강원 원주)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선거구를 잘 관리하는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밀착돼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범적으로 선거구를 관리하는 사람으로는 이대엽(민자·경기 성남 갑) 이종찬 이철 의원이 거명됐다. 특히 이대엽 의원은 상을 당한 지역구민의 집에서 조문객과 함께 밤세워 술을 마시는 등‘몸으로 때우는??표발관리로 유명하다. 상임위에서의 예산심의와 관련해서는 심완구 의원(민자?경남 울산 남)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김영진(민주?전남 강진) 김용태 박영숙 조경목 의원 등이 거명됐다.

한번도 가명 안된 의원 76명
 다음으로 의원들의 직접 평가 이외에 국회의 기록 자료를 살펴보자. 지금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가 개회되기 전까지 10회 이상 법안을 제출한 의원은 모두 22명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20회 이상 제출한 사람은 유인학 홍영기 박석무 의원이었다. 예결특위 위원으로 3번 이상 활동한 의원은 39명이다. 그중 서상목 의원(민자·전국구)은 5번이나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시 예결특위에 들어간 것까지 합쳐 총 6회에 달한다.

 국회의원의 청원 처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국가와 국민의 거리를 좁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의 애로사항을 풀어줄 수 있는 의원은 실제로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5회 이상 국민의 청원을 처리한 의원은 10명이었고, 그중 최정식 의원(민자·강원 속초 고성)은 가장 많은 11건의 청원을 처리했다.

 동료의원 총 지목 빈도를 보면 1위에 이해찬 의원에 이어 2위는 김대중, 3위는 조세형 의원이 각각 차지했다. 특히 조의원은 총 19개 평가 항목 중 15개 항목에서 거명돼 여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비교적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박우병 김인기 의원이 국회 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결국 언론이 주로 국회나 정당의 상위 직책을 맡은 의원의 활동을 중심으로 다루는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번도 거명되지 않은 의원이 76명(민자 58명 민주 16명 무소속 2명)이다. 그들의 활동은 어느 항목에서도 동료 의원들에 의해 주목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항목에서 평균적인 의회활동을 한 의원의 경우에도 한번도 거명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결과가 반드시 그런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못했다는 평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활약 두드러진 의원 상당수가 초· 재선
 조사결과로 볼 때 야당의원의 활동이 돋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 주요 기능이 정부를 견제하는 활동임을 감안할 때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주요 항목별로 두드러지게 활동한 여당 의원도 여러명 거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활약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받은 상당수의 의원들이 초·재선 의원이다. 초·재선 의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 국회의 특징이고, 그들은 연륜이 짧은 만큼 의욕적으로 의정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회의원에 여러번 당선될수록 의정활동이 침체된다면 우리나라 정치 발전과 관련,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으로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성, 민의에 부응하는 봉사정신과 역사의식, 변화에 대한 개방성, 윤리성, 발언에 대한 책임감 등이 지적된다. 능력뿐만 아니라 국민을 사랑하고 섬기는 지도력이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고함 등의 행위로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사람도 문제지만 정의를 잊어버리는 정치인은 더욱 큰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자질론이 지나치게 부각되면 의원의 행동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면을 간과하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의 헌정사를 살펴볼 때 군부의 정치 개입을 비롯한 초헌법적 변동 속에서 의회가 형편없이 위축된 적이 많았다. 비정상적 정치환경 속에서 우리의 의정사는 법안의‘날치기??통과와??거리 정치??, 그리고 폭력대결로 점철돼 왔던 것이다.

 박찬욱 교수(서울대·정치학)는 국회의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의원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에는 보수 시민단체인 ACU와 진보적 단체인 ADA가 매년 의원들을 평가하고, 중산층·지식인 단체인‘커먼 코오즈??역시 특수 이익집단으로부터 선거 경비로 누가 얼마를 지원받았는가 등에 대해 계속 추적하고 있다. 박교수는??기본적으로 국민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국회의원이 천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금 여야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정치시장의 독과점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1인당 20억~30억원을 뿌려야 하는 아래에서는 재력이 약한 신진 엘리트의 정치권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의원 윤리와 관련한 국회 자체의 활동 강화가 권장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회 윤리위원회가 의원 재산의 공개를 적극 추진하고 비리에 관련된 의원을 자체적으로 조사, 징계권을 행사하는 것 등이다. 국회의 자정 노력이야말로 사업부 등 외부의 간섭을 줄이고 국회의 위상과 국회의원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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