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 따기’ 치열하다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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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들 '위성 무선통신 사업' 전쟁…한국 업체도 본격 참여

 ‘하늘의 별 따기‘.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이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저궤도 통신 위성을 이용한 무선 통신사업이 구체화하면서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의 여섯 통신 회사와 국제해사위성기구 (INMARSAT)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현재 자금 조달 경쟁양상을 띠고 있는데, 9월21일 한국이동통신이 모토로라사가 추진중인 이리듐 사업 참여를 공식화함으로써 국내 업체들도 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위성 무선통신 서비스의 기본 개념은 저궤도에서 이동하는 통신 위성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만일 전세계적인 위성 통신 네트워크가 가동되면 사막 한가운데 나 밀림, 초원등 통신 서비스가 없는 곳에서도 무선 통신이 가능해진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한 서비스와 달리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면 수신자가 안테나 크기를 훨씬 줄여도 되므로 휴대용 단말기(휴대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상업성을 갖게 된 것은 통신 위성 개발 기술과 휴대용 통신기기의 발달 때문이다. 80년대 말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낮은 궤도에서 비행할 수 있는 소형 통신 위성 라이트새트를 개발해 위성 무선 통신 산업의 가능성을 열었다. 통신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 사업의 시장규모는 2002년에 이르면 백억달러에 달해 전체 위성 통신 서비스 매출액 3백83억달러의 약 28%에 이르게 된다.

모토로라사 "우리가 선두" 주장
 이 대담한 사업 구상을 맨 처음 밝힌 업체는 미국 모토로라사. 이 회사는 90년 8월 저궤도 위성 77개를 사용해 범세계적으로 휴대폰 전화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위성 수와 일치하는 원자 번호의 금속을 따서 '이리듐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이 계획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91년 6월 자회사(이리듐사)를 설립한 모토로라는 이듬해 77개를 이용하려던 처음 계획을 바꿔 66개를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96년 7월부터 98년까지 모든 위성을 발사해 전세계에 상용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모토로라사의 계획이 달려진 무렵만 해도 이 사업이 실현 가능한 것이냐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점 외에도 일부 국가에서 서비스 허가권을 따낼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이리듐사는 현재 소요액 약35억달러 가운데 세계 각국 통신업체가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으로부터 16억달러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충당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1차로 투자사를 모집하여 9억달러를 모금했고, 9월20일 7억달러 증자를 결정했다.

 ‘프로젝트 21’은 모토로라사의 이리듐 사업에 자극받아 91년 9월 국제해사위성기구가 발표한 계획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74개국 통신업체가 가입해 있는 이 국제기구는, 기존 궤도정지 위성을 이용해 82년부터 독점적으로 위성 통신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프로젝트 21은 24억달러를 투자해 1999~2000년께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9월부터 자금 조달을 시작했다.

 미국 AT&T, 영국 BT, 일본 국제전신전화(KDD) 등 세계의 주요 통신업체들은 이 기구에 가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토로라사는 경쟁이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예로 이 회사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최근 ‘국제적으로 세제 우대 혜택을 받는 공공단체가 사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의 연방통신법상 문제가 되는 미국 업체는 국제해사위성기구에 미국 대표로 가입한 컴서트사. 이 회사는 프로젝트 21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모토로라측 주장이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이 제소에 대해 10월 중순까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 21 자금 조달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 한국 지사의 이형길 상무는 “어쨌든 이리듐사가 가장 먼저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용료 분당 4백~2천4백원 ‘큰 차이“
 이리듐 사업가 프로젝트 21을 제외하한 다른 사업 계획들은 전세계적인 규모의 서비스라기보다는 특정 지역, 특히 무선 통신 시장이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겨냥한 것들이다. 이 계획들은 모토로라사보다 적은 예산으로 가볍고 덜 정교한 위성을 12~48개 정도 띄우게 된다. 또 이리듐 사업과 달리 휴대폰이 발신한 신호를 통신 위성이 수신해 직접 수신자의 휴대폰에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전화국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존 전화망을 통해 통신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이 이리듐 사업에 비해 통신 범위가 넓지는 않으나 경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TRW사는 13억달러 예산으로 오디세이라는 통신 위성 12개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주의 로럴사는 샌디에이고 통신 전문업체인 퀄컴사와 합작해 통신 위성 48개를 모아 글로벌스타라는 네트워크를 만들 것을 구상중이다. 또 워싱턴 주의 엘립셋사와 버지니아 주 헌튼의 콘스텔레이션사는 5억달러 예산으로 애리즈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위성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이용요금은 얼마나 될까. 각 사가 발표한 추정 요금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모토로라사의 이리듐 시스템은 최대 2백여 통화를 동시 처리할 수 있으나 통화료가 분당 3달러(약 2천4백원)로, 경쟁사들의 책정 가격인 분당 50센트(약 4백원) 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모토로라측은, 다른 회사 시스템은 장거리 전화일 경우 추가 요금이 부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별들의 전쟁’ 결과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언제 뜻밖의 변수가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신개발연구원 서보현 박사는 “기술 개발력과 모금 능력이 뛰어난 업체가 이 경쟁에 새로 뛰어들지 말란 법이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통신업체인 멕코셀룰러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무려 90억달러를 투자해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계획은 통신 위성 8백40개를 이용해 전화뿐만 아니라 화상 회의나 원격 진료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전자 고속도로를 구축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모든 분야에 걸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통신 서비스가 전세계적인 통신 시스템으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미국 외에도 세계 각국의 자본과 정부의 지원이 필수인데,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 계의 성사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일부 업체가 일찌감치 각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으나, 본격적인 자본 참여는 꺼려왔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이 공기업이어서 체신부의 입장이 결정될 때까지 가다린 탓이라고 한다. 9월21일 한국이동통신이 맨 먼저 이리듐 사업에 7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사가 선경그룹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체신부는 93년 이리듐사가 한국이동통신을 비롯한 국내 통신업체들에게 투자설명회를 개최하자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해외 동향을 파악했고, 93년 4월 사업 참여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통신은 85년 국제해사위성기구에 가입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21 추진작업에 참여해 왔다. 이 기국의 추진전담반에도 참여하고 있고, 각 소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데이콤과 현대전자는 공동으로 지난 4월 로럴사와 글로벌 스타 사업 참여 공식 협정을 맺은 상태다. 이들의 출자 지분은 3천8백만달러에 이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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