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막는 첨단기계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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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방지기 설치는 집구조에 맞게… 방범자물쇠도 종류 다양

“적이 침입했다. 담장에서 현관으로 진행중. 차량 출동하라.” 지난 7일 서울 한국보안공사 관제실. 10여개의 컴퓨터 앞에 앉은 관제원들은 이 회사가 경비를 맡고 있는 金모씨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행적에 대응하여 부랴부랴 차량을 출동시킨다. 이른바 ‘경비산업’ 관제실의 현장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비’하면 정문이나 초소를 지키는 인력경비가 고작이었으나 최근 강도·살인 등 각종 범죄가 갈수록 포악해지면서 최첨단 기기를 활용한 경비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최신첨단 기자재를 설치하고 중앙관제실에서 이를 통제하는 경비업무 대행회사는 모두 1백개사 내외. 그중 한국안전시스템·한국보안·범아공신·대한중앙경비보장 등 4~5군데가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81년 설립한 한국안전시스템주식회사는 83년 본격적인 대외경비에 뛰어들어 현재 은행·고층건물·금은방 등 1만4천여군데의 경비를 맡고 있다. 한국안전시스템주식회사 權俊煥씨는 “지난 3월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의 숙직제도가 폐지되면서 대부분의 학교가 이 경비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대행회사는 우선 건물구조의 중요도에 따라 설치 부위를 정하여 기계를 설치하고 1주일간 시험기간을 거친 뒤 실행단계에 들어간다. 경비에 들어가는 기계는 모두 40여종, 담벼락에 설치돼 반경 10m이내의 조그만 움직임도 감지해내는 초정밀 적외선감지기, 컴퓨터를 통해 침입자의 체온을 감지해 이상을 알리는 열감응기, 셔터나 유리창에 물체가 가까이 다가오면 요란한 경보음으로 이상을 전하는 자석감지기, 체온으로 침입자를 감지하는 열선감지기 등이다. 이런 시스템은 가끔 현행범 체포에 큰 몫을 해내기도 한다. 한국안전시스템 申光澈관제팀장에 따르면 “많으면 하루 8건, 적으면 4~4건의 현행범 검거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다른 경비산업체도 비슷하다. 한국보안공사 운영부 柳容彩실장은 올해 63명을 검거했다고 자랑한다.

 이런 기계식 장비들은 요즘 더욱 정교해져서 일반 사무실은 물론 공장, 학교, 심지어 가정에까지 널리 보급되고 있다. 경비업체들은 가스누출·누전 등을 조기에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최첨단시설까지 제공하여 인명·재산피해를 예방하며 설혹 예방에 실패하더라도 최고 8억원까지 보상해주어 신뢰성을 높이고 잇다. 경비업체들은 장비를 모두 빌려주는 형식을 채택해 설치비·월사용료만 내면 비싼 장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기자재 설치에 최소 70만~15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이 경비산업은 일정기간(최소 1년)을 정해 경비를 맡고 있어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활용하기 어렵다. 요즘은 맞벌이부부가 많아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빈집‘이 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가정집에서는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자물쇠나 비디오도어폰으로 가정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가정용 도난방지기 설치비용 최저 10만원

 일반주택의 도난방지기 설치비용은 최저 10만원에서부터 5백만원까지 편차가 크며 폐쇄회로까지 설치하면 1천만원 이상 든다. 도난 방지기 판매업소는 1백여개나 되는데 서울의 경우 을지로 3~4가의 건축자재점이나 논현동에 모여 있는 건축전문백화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기린’ 건축자재장식 전문백화점에서 가정용 도난방지용품을 취급하는 張鎭燦씨(하나기전 대표)는 “도난방지기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 우리도 정밀한 컴퓨터 자물쇠에서부터 열·전파·광선을 이용한 각종 감지기와 폐쇄회로 텔레비전 등 10여종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 채 막연히 도난방지 기계를 찾는다면서 “집의 크기보다는 구조에 따라 기계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집의 설계도면을 가지고 오면 보다 효과적인 제품을 살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적외선 감지기 : 적외선이 물체에 의해 차단될 때 경보가 울리는 장치. 울타리나 담 등에 접근하는 대상을 감시하는 데 쓰이는 외부 설치용이다. 고양이 등 짐승의 움직임에는 반응하지 않아 잘못 작동할 우려가 적다. 적외선 감지기에 폐쇄회로를 접속시키면 모니터 텔레비전이 작동하면서 현장녹화를 한다. 경보기·비상등의 작동도 자동 조정할 수 있다. 설치장소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건물구조에 따라 여러개를 설치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잇다. 적외선을 주고받는 것과, 단순히 적외선만 방출하여 차단됐을 때 신호를 보내는 것 등 2종류가 있다. 국산 8만~9만원, 수입품 13만원(별도 설치비용 20여만원).

 마그네트 감지기 : 문이 열릴 경우 자석이 떨어져 경보가 울리는 장치. 자석세트를 창문이나 출입문에 부착한다. 값이 싸고 설치가 간편하다. 방범장비 중 가장 간단한 형태로 가격은 2개 1조에 2천~5천원. 그러나 외부에서 창문을 깨고 들어올 때는 대책이 없다.

 열선감지기 : 침입자가 들어오면 신체에서 발산되는 열을 감지하여 경보가 울리는 장치로 실내용이다. 가격은 4만~20만원. 열선을 커튼처럼 늘어뜨린 수입품도 시판되고 있다.

 비디오도어폰 : 방문객이 초인종을 누르면 방안에 설치된 4인치 화면을 통해 대문 앞에 서있는 방문객의 얼굴을 실내에서 보고 통화 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모니터 텔레비전을 화상기억장치와 연결할 경우 부재중에 방문한 사람의 모습과 방문시간을 8개 화면까지 자동 녹화, 귀가후 재생확인할 수도 있다. 파출소의 양해를 얻으면 가정과 파출소를 직접 연결하는 비상벨 설치도 가능하다. 국산품은 35~55만원. 화질이 좀더 선명한 수입품은 70만원 가량.

 

자물쇠도 컴퓨터식·암호식 등 속속 개발

 일반 자물쇠는 전문 털이범이 아니라도 드라이버나 쇠고챙이를 구멍에 넣고 돌리면 쉽게 열린다. 그래서 요즘 이같은 약점을 보완한 첨단 자물쇠가 속속 개발되어 나오고 있다. 기린철물 南潤喆씨는 “국산품 중엔 암호식 키의 개발이 가장 앞서 있고, 컴퓨터 키는 수입품의 성능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컴퓨터키 : 열쇠의 표면에 크고 작은 15개의 원형홈이 파여 있는데 이 홈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20만종의 서로 다른 열쇠제작이 가능하며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산품은 2만원 미만. 수입품은 2만~5만5천원.

 자석키 : 열쇠 양쪽에 지름 1㎜정도의 원통형 자석을 4개씩 설치, 자석의 N·S극이 합치될 때에만 열린다. 자석키는 자석의 극을 엇갈리게 바꾸면 수천개의 다른 열쇠를 만들 수 있으며, 자물쇠는 다른 어떤 기구를 사용해도 열리지 않는다. 자석식 자물쇠는 8천~2만원. 자석키의 자력은 반영구적이다.

 카드키 : 열쇠 대신 명함 크기의 특수카드를 사용한다. 자물쇠 내부에 자력암호가 새겨져 있어 열쇠 위조가 불가능하다. 또한 집안의 모든 열쇠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어 열쇠 관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게 장점. 국산품 2만원 안팎, 수입품은 8만원까지.

 암호식키 : 네자리 혹은 다섯자리 암호를 이용하여 문을 여닫는 장치이다. 암호번호는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며, 회사마다 독특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틀린 번호를 4개 이상 두드리면 경보가 울리는 제품도 있다. 값은 1만5천~4만5천원.

 이외에 방범기능을 지닌 가정자동화 시스템이 있다. 화재나 도난 등의 위급사태로부터 안전하게 집을 지켜주는 이 시스템은 외출장소나 근무장소 또는 가까운 이웃, 경찰서, 소방서 등의 전화번호를 기억시켜두면 지정장소에 화재 가스 방범 경보를 해준다. 설치비용은 1백만~1백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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