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씨앗' 품은 취재구조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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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언론계 머리 맞대고 대책 짜낼때…강령ㆍ기자 징계만으론‘공염불'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지난 19일자 최근호에서 한국의 촌지파문에 대해 두쪽의 지면을 할애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아에라》는 이 기사에서 기자단 내부의 이전투구로 촌지수수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낯 뜨거운 과정 등 보사부 기자단 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이와 함께 그 이전에 있었던‘수서??언론인 금품수수 의혹을 소개하고??촌지수수는 한국언론의 뿌리깊은 병??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기사도 기사지만 삽화는 훨씬 충격적이다. 이 시사의 삽화에서 한국의 기자는 돈을 보고??원! 원!??하고 짖으며 꼬리를 흔들고 침을 흘리는 개로 묘사돼 있다.

 이 삽화에 인용된 언론노보의 머릿기사 제목과 같이 한국의 언론은 일본 언론에 의해‘참담??하게 조롱을 당한 것이다.

보사부 기자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언론계는 밖으로는 이같이 외국 언론의 웃음거리가 되고 안으로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으나 촌지수수 관행의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 외의 해외여행 불허 방침
 보사부 기자단 사건이 터진 뒤 20여일이 지난 현재 각 언론사는 대부분 자사 기자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 지은 상태이다. 동아일보와 연합통신은 자사 기자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다른 사들은 자사 기자들에게 대개 1~3개월간의 정직이나 감봉처분을 내렸다. sbs의 경우 해당 기자에게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한편 보도국장과 편집제작부장을 견책 조처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에 이어 한국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이 기자단 탈퇴를 선언했으며 그 동안 윤리강령 제정에 미온적이었던 여러 언론사들이 윤리강령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취재목적 외의 해외여행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자사 기자들에게 공식통보했다. 이들 언론사는 외국 공식기관의 초청이나  회사의 취재명령에 의한 외유 이외에 외부의 지원을 받아 떠나는 해외견학이나 여행을 일체 금지하겠다고 내외에 천명했다.

 얼핏 보기에 이같은 각사의 대응조처는 상당히 획기적인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같은 조처들이 경쟁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언론계 내부에서조차도 상당히 의문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노보는 지난 18일자‘선언만 있고 대안이 없다??는 제하의 기사에서??각 사가 선언이나 결의를 뒷받침할 만한 후속조처를 마련하는 데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선기자들은 이번의 자정선언도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의 박인규 편집국장은 14일 부산에서 열린 기협 임원세미나에서“현행 출입처 중심의 취재체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부패를 전제로 짜여져 있는 현재의 전반적인 취재구조에 대해 언론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촌지수수 관행을 포함한 출입처 중심의 취재체제 등 언론계의 문제는 사실 일조일석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 간부와 기자, 또 취재원이 부단히 연구해야 할 숙제이다.

 우리와 취재체재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경영인과 편집인으로 구성된 일본신문협회가 전후 수십년 동안 기자클럽이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부단하게 연구하고 견제해왔다. 일본신문협회는 49년‘기자클럽은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이후 기자클럽의 권한이 남용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기자들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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