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남북정상회담은 작은 통일”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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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일기>펴낸 재독 정치학자 趙明勳박사

 지난해 9월에 탈고한 이 책의 원래 제목을 趙明勳박사(59)는 ‘아예 판문점을 불사르자!’로 붙이고 싶어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있기 한달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몇몇 출판사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 원제는 원고와 함께 ‘기피’되다가 지난 7월에야 도서출판 이웃에서 <통일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평양을 거쳐 고국을 방문,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는 한편으로 북한방문기 <북녘일기>를 펴낸 바 있는 재독 정치학자 조명훈박사가 지난 8월초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조선학학술대회에 참석하고 최근 서울을 찾았다. 그는 잘 알려져 있듯 남북한 양측으로부터 ‘기피인물’로 여겨져 왔다. 70년대 초반까지는 주체사상 연구자였고 그 뒤로 주체사상의 허구를 확인하고는 남과 북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그는 72년 김일성 회갑에 참석한 후 서울을 방문 “북한은 감옥이고 남한은 지옥이다”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8월13일 연세대에서 열렸던 범민족대회 학술회의에도 참석했던 그는 “너무 판에 박힌 통일논의들이었다. 통일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학술회의 참가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문에서 “국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된 사건들이 국외에 어떻게 비쳐졌는가를 국내에 있는 겨레들에게 전해줌으로써, 숲의 안인 국내와 숲의 밖인 국외의 겨레들이 서로  시각을 교환, 수풀 안과 밖의 변증법적 일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주관적인’ 일기를  공개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이 일기는 통일문제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남과 북을 제3자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결코 객관적인 시각은 아니다. 그는 “독일문제라면 나는 객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통일문제에 어떻게 객관적일 수가 있는가. 우리 겨레의 통일문제에 관한 한 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가 오사카 조선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독일의 통일 현장과 우리의 통일 논의의 갈고 다름을 지적하면서 △김일성주석이 서울을 방문해야 한다 △남한이 판문점을 개방, 남북 자유방문을 실현시켜야 한다 △이같은 과도기적 교류를 거친 후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면 총선거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남북 양측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련측에서 ‘왜 이북을 좀더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을 해와 깜짝 놀랐다. 1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고 조박사는 말했다.

 그가 서울을 찾은 이유는 범민족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남북교류기간 동안에 평야을 방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는 서울에 닿자마자 북한방문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그러나 남쪽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의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가 평양에 가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평양 당국에 제2의 루마니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김일성주석이 서울을 방문, 그의 생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하며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나의 지론은 전하기 위해서이다.” 그의 최대의 꿈은 ‘남북정상회담의 산파역’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작은 통일’이라는 것이다.

 조박사는 현재 서독 함부르크에 거주하고 있으며 31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서독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6년간 함부르크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했고 서독 유력지 <디 차이트>의 칼럼니스트로 있다가 지금은 서독 아시아문제연구소 상임위원으로 있으면서 계간지 <북녘>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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