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물갈이 공포’ 민자의원 엄습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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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구당위원장공천탈락률 50%설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총선정국이 시작됐다. 이제는 과연 누가 어느 선거구를 따낼 것이냐 하는 공천문제가 모든 정치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는 12월 중순까지는 공천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3월말을 총선시기로 가정할 때 적어도 두달의 준비기간은 필요하기 때문에 1월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공천을 끝내야 한다. 이 때문에 여권 핵심부는 관계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오래 전부터 공천관계 자료를 수집, 이미 기초작업을 마쳐놓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3월 전당대회와 4월 총선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계가 조기공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공천 확정시기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金泳三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2월까지도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선 이전에 후계구도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김대표 자신이 당의 공천작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1월20일까지는 모든 공천작업을 끝마친다는 게 지도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히고 “다만 발표시기는 좀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어 공천일정을 놓고서도 민정ㆍ민주계간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민자당의 이번 공천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현 지구당위원장들의 공천 탈락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과거 여당의 공천 탈락률이 20~30%선에서 그쳤지만 이번에는 50%에 가까울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 한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 서울지역의 경우 42개 선거구 중 당선안정권이 불과 8곳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로 ‘대폭 물갈이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지역이 우세 8, 백중 10, 열세 24개이고 전국적으로는 2백24개 지역구 중 우세ㆍ백중 1백37, 열세 87개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우세 지역구 8개가 모두 민정계 의원들의 지역구여서 민주계로부터 “민정계 자가발전용이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민자당의 자체 조사 결과도 대폭 물갈이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불과 77개 지역만 당선 안정권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무려 1백47개 지역구의 현 지구당위원장들이 일단은 교체의 저울 위에 올려진 셈이다. 호남권의 37개 지역은 제외한다고 해도 1백10개 지역에 대해서는 최근 당외곽의 사회개발연구소(이사장 裵成東 전의원)가 집중적인 여론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의 물갈이는 서울이나 중부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영ㆍ호남까지도 포함되는 전국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2~3명의 당선자를 내겠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의지여서 고향을 이 지역에 두고 있는 중량급 인사들의 출사표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李衍澤 총무처장관(전북 고창) 林寅澤 교통부장관(전남 무안) 宋彦鍾 체신부장관(전남 고흥) 陳稔 동자부장관(전북 부안) 姜賢旭 경제기획원차관(전북 군산) 등이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막상 본인들은 그리 내켜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盧泰愚 대통령의 ‘독려’여부가 이들 출마의 관건이 되고 있다. 호남지역의 경우 여당 공천에 따른 프리미엄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교체에 따른 마찰음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초선의원 상당수 공천 적신호
 그러나 영남, 특히 6공세력의 본거지인 경북지역은 새로 입성하려는 중량급 지망생과 성을 사수하려는 현역 의원들 사이의 샅바싸움이 여간 치열한 게 아니다. 우선 부장판사 출신의 姜昌雄 변호사가 3선의 金重權 의원(경북 울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같은 부장판사 출신 李宰勳 변호사가 金瑾洙 의원(경북 상주), 徐守宗 안기부 비서실장이 黃潤錤 의원(경주시), 金敎文 감사원 감사위원이 李廷武 의원(대구 남), 李永昶 주택공사 이사장이 李在淵 의원(경산ㆍ청도), 朴敬錫 전 국정교과서 이사장이 李相得 의원(영일ㆍ울릉), 鄭棹永 성업공사 사장이 申榮國 의원(점촌ㆍ문경) 등과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 文泰俊 전 보사부장관과 趙永吉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黃昞禹 의원(청송ㆍ영덕), 한영수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이 2선의 鄭東允 의원(영천)의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특히 琴震鎬 전 상공장관과 朴世直 전 서울시장 같은 거물이 공천 경쟁자로 등장함에 따라 金晋榮 의원(영주ㆍ영풍)과 朴在鴻 의원(구미)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21개 지역구의 경북은 초선급의 경우 상당수가 공천 적신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역의 공천은 노대통령의 퇴임 후 구도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 친위인사의 대거 진입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영삼 대표가 가장 확실하게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산지역의 경우도 민정계 인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공천에 있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북구 갑(文正秀 의원)의 張聖萬 전 국회부의장, 남구 갑(許在弘 의원)의 柳興洙 전의원, 동래갑(朴寬用 의원)의 姜慶植 전 재무부장관, 부산진구 갑(鄭在文 의원)의 李祥羲 전 과기처장관, 영도구(위원장 金炯旿 전 청와대 비서관)의 尹碩淳 전 민정 지구당위원장 등이다.

서울지역 경합 가장 치열
 가장 최근에 민자당에서 작성한 공천 관련 문서에 따르면 전남지역 18개 선거구를 제외한 2백6개 선거구 중 96곳에서 치열한 공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경합지역 현황’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각 지역별로 교체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와 공천 경합자 명단을 정리해놓고 있다(16쪽 도표 참조). 이 문서에 따르면 서울이 17곳으로 가장 경합이 치열하다. 경남(15곳) 경북(13곳) 경기(12곳) 등도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경우는 수서사건 관련으로 공천탈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강남을(李台燮 의원)을 제외하고는 교체가 거의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의 한 유력한 소식통은 “서울에서 지구당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여타 지역과는 달리 일단 자격요건이 갖춰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교체의 폭이 많아야 2~3곳 정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상당수 지구당위원장이 당선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계파지분을 준수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광역선거에서 전원이 낙선한 성동 을(위원장 沈宜錫)과 지구당 감사에서 불량판정을 받은 원외 지구당위원장의 지역구 두세곳이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도 서울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충남권에서 ‘당선 확실’로 분류된 곳은 부여(金鍾泌 최고위원)와 청양ㆍ홍성(趙富英 사무부총장) 두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상당수 현역 의원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 지역은 김최고위원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어서 과연 김최고위원이 이같은 현실을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교체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리와 충성도냐 아니면 당선 가능성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느냐가 공천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충북지역은 공천경합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무난하게 재공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서사건 관련의 청주 을(吳龍雲 의원)과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실패했던 진천ㆍ음성(위원장 閔泰求) 정도가 교체가능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李鐘根 의원(충주ㆍ중원)에게는 金善吉 전 민정지구당 위원장과 陳治範 민자당 정책평가위원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청주 을의 경우는 오의원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林光洙 임광토건 회장과 具天書 전 민정당 청년분과위원장의 경합이 치열하다.

 월계수회원이나 친월계수 인사들이 얼마나 공천을 받을 수 있는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당내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13대 공천과는 달리 이번에는 朴哲彦 장관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역 李肯珪 의원(충남 서산)과 趙榮藏 의원(인천 서구), 전남 나주 지역구를 맡고 있는 전국구의 羅昌柱 의원 등은 무난하게 공천을 따낼 것으로 보이나 전국구의 朴承載 李相回 金吉弘 姜在涉 金政吉 李在晃 申英順 의원 등은 재공천 여부가 상당히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홍 의원은 안동(吳景義 의원)에서, 김정길 의원은 용인(李雄熙 의원)에서, 이재황 의원은 포항(李珍雨 의원)에서 각기 ‘공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구의 증설 내지 분구로 인해 의석수가 13개나 줄어들게 될 전국구 내정 경합도 대단히 치열하다. 전국구는 그야말로 당 총재의 의지 하나로 결정되는 속성 때문에 대통령 임기 후반의 통치전략에 따라 친위인사들이 대거 중용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의 신임이 대단한 盧在鳳, 姜英勳 전 총리가 내정 1순위로 알려졌고, 盧信永 李賢宰 전 총리, 趙完圭 전 서울대총장도 유력 인사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崔永喆 정치 특보의 전국구 진출도 거의 확정적이다. 金學俊 책조사보좌관은 전국구 진출이 힘들 경우 대사로 나갈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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