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영토분할 수도권이 문제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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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민주 지분갈등 알고보면 ‘작은 일’ … 46개 중복 지구당 중 6곳만 ‘긴장지역’

 통합야당의 태동을 가로막는 난관 중의 하나가 평민·민주당의 지분 확보, 이른바 ‘밥그릇’싸움이다. 특히 원외 지구당 위원장 개개인에게는 정치적 死活이 걸려 있는 문제다. 통합당의 당직 배분도 지분과 관련된 것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추진 과정에서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것은 지구당 조직책 선정 문제이다.

 통합야당에서 ‘인물본위’로 조직책을 새로 뽑자는 데에 평민·민주 양당 모두 이견은 없다. 하지만 두 당이 합쳐지면 조직책이 중복되어 있는 지역구의 경우 누군가 한사람이 상대방의 지역구를 빼앗거나 아니면 양보해야 한다. 결국 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결전’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호남에 지구당 한곳도 없어

 두 당의 지역기반인 영·호남에서는 서로 겹치는 지역구가 많지 않은 탓에 별 문제가 없지만 여타 지역은 서로 팽팽한 호각지세로 맞서 있다. 특히 서울 및 경기도 일부 지역 등 수도권 일원은 黨勢를 가름하는 정략 지역이자 정치 중심지답게 중진 이상 거물급들이 포진해 있는 ‘노른자’라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전국의 법정 지구당 2백24개 중 현재 평민당이 가동하고 있는 지구당은 1백58개이고, 민주당은 모두 70개 지구당에 조직책을 두고 있다. 평민당은 경남북 등 일부 취약지역이 있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고른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창당과정에서 평민당과의 통합을 위해 평민당 강세지역에는 조직책 선정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전남북에는 단 한 개의 지구당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양당의 지구당 중 서로 중복되는 곳은 모두 46개다. 서울이 14개로 가장 많고, 경기 8개, 강원 7개, 부산 4개 순이며, 경남북·충남북에서 각 4개 지구가 겹쳐 있다. 이 중 소위 문제의 지역은 서울 및 경기 일부지역이고 기타 지역은 사실상 쟁점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양당에서 조직관리를 맡고 있는 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경기의 22개 중복 지구당 중 양당의 조직책이 백중세를 이루고 있는 지역은 대략 서울의 5곳과 경기의 1곳 정도로 압축된다. 양당의 조직관리 실무자들도 이같은 분석에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3대 총선에서 2위 득표한 지구, 현역 의원이나 전의원이 지구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역, 또는 지구당위원장이 차지하고 있는 당내 위상이 상대에 비해 월등한 지역 등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나면 나머지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지구는 서울·경기 합해서 6곳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갑구는 평민당에서 11대의원을 지내고 현재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당9역 중의 한사람인 朴炳一변호사가 버티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5·10대 의원을 지낸 李必善정무위원이 조직책을 맡고 있어 현행 법정구대로 1명의 조잭책을 가려야 할 경우 양당의 입씨름이 불가피한 지역으로 꼽힌다.

 노원을구에서는 평민당의 林采正위원장이 평민연 사무처장과 중앙정치연수원장이라는 큰 간판을 걸고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데, 지난 총선에서 불과 8백4표차로 민자당 金鎔采의원(공화계)에게 1위를 내줘 평민당에서는 ‘痛惜의 場’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민주당의 노원을구 조직책은 前한겨레민주당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全大烈위원장. 평민당에서는 임위원장이 야권통합 15인추진기구의 평민당 대표 중 1인으로 뽑히는 등 이름을 떨치고 있어 결코 ‘양보 불가’의 경우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민주당에서도 나름대로 전위원장에게 기대를 거는 눈치여서 노원을구도 그냥 덮어둘 수만은 없는 지역의 하나가 되었다.

 은평을구도 한번쯤 실랑이를 거쳐야 할 지역으로 지적된다. 평민당의 李沅衡 전의원(11대)과 민주당의 金裕珍위원장이 중복되어 있다. 강동갑구의 鄭鎭吉 전의원(평민·11대)과 金魯植 전의원(민주·11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두 사람 모두 전직 의원이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데다, 평민당 정위원장은 13대 총선의 2위 득표자이고 민주당 김위원장도 나름대로 당내에서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는 위치에 있는 탓에 이래저래 공방 대상 지역이다.

 강동을구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평민당에서는 사무차장을 지낸 張忠準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의 2위 득표라는 기득권을 살려 열심히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11대 의회 진출의 경험이 있는 洪晟杓정무위원이 위원장직을 맡아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평민당 총재 비서실 차장인 文喜相위원장과 민주당의 2선 의원인 睦堯相 전의원(11·12대)이 맞물려 있는 의정부시가 ‘한판 붙어볼 만한’ 지역구의 하나로 분류된다. 평민당이 평가하기로는 文위원장이 4·26총선의 2위 득표자이며 나름대로 재력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구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 총선에서는 ‘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인 민주당의 목위원장도 재선이라는 기득권을 가진,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들 6개 지구당은 평민당 내에서 양보불가의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반면에 민주당에선 ‘그렇다고 호락호락 내줄 수만은 없는’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오합지졸” 공격에 “구세대”반격

 민주당 조직책 중에는 당초 평민당 소속으로 있다가 민주당으로 옮겨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도 5~6명이 되는데, 평민당에서는 이들이 방출된 경우든 제발로 걸어나간 경우든 해당 지역구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민당의 한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민주당의 일부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함량 미달이며, 이는 민주당내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공격하면서, “평민당에서는 부·차장도 못할 사람들이 위원장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이고 있다.

 민주당의 반격도 거세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평민당에서 평민 대 민주를 백전노장 대 오합지졸로 비유하는 시각이 있다. ‘백전노장’은 그만큼 구세대 정치에 물이 들어 있어 교체되어야 하며, ‘오합지졸’은 이제부터 자라나는 새로운 정치세대다”라고 응수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평민당과 민주당의 중복 지구당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민당측 조직 실무자 역시 조직책 중복이 아예 “문제거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야권통합의 최대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는 조직책 지분문제는 사실상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의 10개 안팎 지구당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대다수 지구당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통합야당 논의가 지루하게 진행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만 가지고 말씨름하기 때문이라는 일부 在野측의 지적도 이런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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