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걸려 풀 죽은 ‘카풀제도’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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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 해소책 ‘동승차량 우대방안’… 이용자 보험 법 개정 못해 흐지부지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에 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종일 교통체증’현상이 일반화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숫자에 비해 도로확장에 투자하는 예산은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 교통체증 해소는 당분간 요원할 것 같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금부터 10년 후, 서기 2001년에는 출퇴근 전쟁은 고사하고 아예 출근할 수조차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먼저 2000년대의 자동차보급률을 예상해보자. 81년에서 90년까지 연평균 자가용승용차 증가율은 22.8%, 지난해에는 35.3%나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01년의 자동차보급률은 가구당 1대 꼴을 넘을 것이다. ‘가구당 1대’라는 통계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지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대개의 경우 2대 이상을 소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세컨드 카’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반면 교통부에서 예상하는 연평균 도로 증가율은 1.7%에 불과하다. 91년 현재 18.7%인 서울의 도로율은 2001년에도 22%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조건에서 자동차 주행속도가 떨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교통개발연구원에서 지난 3월말 조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시간당 자동차 주행속도는 95년에 12km, 2001년에는 7.2km로 떨어진다.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대도시들도 서울보다 못하면 못했지 별반 나을 게 없다.

2001년까지 경제적 손실 2백66조원
사실 시간당 주행속도가 7.2km이면 주행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통부에서 획기적인 교통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00년대에는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돈을 ‘길에 쏟아붓는’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태가 우려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돼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까지 고속도로의 수송능력 한계와 교통체증으로 인해 발생 할 경제적 손실은 시간비용과 유류비용을 합해 무려 2백6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벌써 교통체증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계에서는 근본적인 교통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교통체증을 줄일 대책은 전혀 없는 것인가. 지난 11월 정부는 그 대책의 하나로 카풀(Car-Pool)차량 우대방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못하다.

카풀제도를 우리말로 표현하면‘승용차 함께타기’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카풀제도는 민간 중개업체가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출퇴근 방행이 같은 승용차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복덕방’같은 것이다.(보조기사 참조). 우리나라에서 카풀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교통체증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홀 · 짝제와 10부제의 중간 효과 있을 것”
카풀중개업자 金容得씨(35)는 “카풀제도로 교통체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88올림픽 때 홀 · 짝제 운행이나 걸프전때 10부제 운행의 효과를 보면 카풀제도의 효과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략 홀 · 짝제와 10부제의 중간 효과는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한다. 교통부 도시 교통정책과 이광원씨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흡수하는‘호의동승’방식이 아니라 서로 번갈아 이용하는‘교대이용’방식으로 유도해야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는 카풀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교통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안은 아니지만 유익한 방안임은 분명한 듯하다.

카풀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려면 자가용 영업행위 근절책이 아울러 마련되어야 하며, 사고가 났을 때 이용자에게 보험금을 95% 이상 지급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교통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빛이  바랬다. 보험법 개정문제는 재무부가 난색을 표명해 벽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카풀제도의 하나로 교통부에서 추진한 경인 · 경수고속도로 2인 이하 승용차 통행제한도 해당지역 국회의원과 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철회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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