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만드는 작은 거인들
  • 강용석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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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소기업들, 스포츠 · 레저용품으로 세계1등 차지… 성공 비결은 오로지 품질…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전략 보여줘

막강한 자본과 탄탄한 조직, 정확한 정보를 동원해도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런데 여기 맨몸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한국의 ‘작은 거인’들이 있다. 초경량 비행기, 오토바이용 헬멧, 낚싯대, 자전거화, 패러글라이딩 등 품질에서 혹은 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시장을 점령한 중소기업인들이 오늘도 ‘세계 제일’을 외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당국의 ‘홀대’에도 불고하고 세계 시장을 뚫고 들어간 중소기업인들이라는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레저 용품 시장은 구미 선진국이며, 따라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입맛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완벽하고 뛰어난 품질, 그리고 자체 개발한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여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바람은 이제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같은 분명한 추세를 유념한다면 스포츠 레저 산업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만 한다. 스포츠 레저 용품 산업은 미래 산업이며 첨단 산업일 수 잇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창간 5주년을 맞아, 안팎의 무관심 · 무시 · 무지라는 ‘3무’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세계로 진출한 중소기업인과 그 제품을 소개하는 까닭은, 이들의 열정과 성취와 꿈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가동으로 대표되는 무한 경쟁 시대의 험한 파고를 헤쳐나갈 안내 지도가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편집자>

‘비행기에 미친 여섯 뭉치’들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지난 3월30일 미국 콜로라도의 고원 도시 그린비(해발 2천6백m)에서 미국연방항공국(FAA)의 엄격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초경량 비행기 까치 3호의 양산 체제를 하루빨리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등록번호 N5297E, 국내 순수 민간 기술로 제작된 까치 3호는, 미국에서 현지 고유 상표 ‘위자드(WIZARD · 마법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제233호 참조).
지나 4월10일부터 1주일 동안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펼쳐진 ‘선 앤드 펀 에어쇼’에 참가한 위자드는 단연 호평을 받았다. 이 쇼는 미국 양대 에어소쇼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항공기 전문지 <익스페리멘터> 7월호는 위자드를 표지에 올렸으며, <유에스 항공사> 7월호와 <스카이 하이 뉴스>, 그리고 이탈리아 항공 전문지도 위자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에어 쇼장에서부터 문의와 주문이 쇄도했다.

위자드를 개발한 동인산업 박호선 회장(49)은 미국의 라론 항공기술(주)과 딜러 계약을 체결하고, 순판매가의 2.5%를 설계 로열티로 받는 약정까지 받아냈다. 올해 안으로 키트(조립용 세트) 20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내년에는 완성품 20대와 키트 70대, 96년에는 완성품 40대와 키트 1백대가 수출될 것으로 동인산업은 내다보고 있다. 박호선 회장은 이같은 사실이 한국 항공 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시 · 무관심 · 무지 ‘3무’의 벽 뛰어넘다
위자드의 오늘이 있기까지 박호선 회장과 디자이너 최문호씨(42 · 항사부장)를 비롯해 김병생 · 갬병재 · 곽영호 · 정갑훈 · 김규태 씨 등 ‘뭉치’ (사고뭉치의 줄임말)들이 겪은 안팎의 어려움은 실로 견디기 힘들었다. 무시 · 무관심 · 무지라는 ‘3무’의 벽은 두텁고 높았다. 우리 힘으로 초경량 비행기를 띄우자는 열정만이 이들의 유일한 자신아고 노하우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세계 최고의 초경량 비행기인 영국제 섀도우(Shadow)를 수입해 생산하려고 했다. 섀도우의 키트를 들여와 조립하는 과정에서 아예 우리가 한번 개발해 보자고 결심하고 91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 93년 5월 국내 기술로는 처음으로 까치 1호기를 탄생시켰다. 까치 제작팀들은 섀도우 설계자인 데이비드 쿡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섀도우를 누른 것이다. 현재 미국으로 나가는 위자드 수출가는 섀도우보다 3천달러 비싼 1만8천5백달러다(완성품은 3만달러).

까치 3호의 용도는 다양하다. 연습기와 정찰기 등 군용은 물론, 교통 정찰, 선로 감시, 산ㄴ림 보호, 농약 살포, 환경 감시, 스포츠, 사진 · 영화 촬영 등에 폭넓게 쓸 수 있다. 미국에서 인정을 받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까치 제작팀들은 비행기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잘못 돼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비행기 하면 무조건 크고 외국에서 만든 것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전세계 점령한 ‘메이드 인 코리아’
까치 3호가 위자드라는 고유 상표로 미국 하늘을 점령하기 전부터 세계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한국산 ‘경비행기’가 있다. 에델이라는 한국산 패러글라이더이다. “초창기에는 한국산이라면 저급품이란 의식이 깊어 고전했으나 지금은 ‘패러 글라이더는 에델, 에델은 한국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에델을 만들어내는 (주)대교 송진석 이사(37)의 자부심에 찬 말이다.

에델의 진가는 패러글라이딩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이 모두 에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대회에서는 1~10위가 온통 에델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대교가 ‘에델’이란 자체 상표로 생산하는 패러글라이더는 전세계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연간 생산량은 6천~7천대다. 송이사는 에델 제품이 가격 · 품질 · 신뢰성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세계 제일이 가능했다고 밝힌다.

세계 최고를 만드는 다른 중소기업체 사장들이 그러하듯이, 송진석 이사도 업무가 아닌 일로 만나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항상 그날 날씨에 따라 가는 곳이 달라진다. 송이사는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먼저 하늘을 본다. 그 전날 일기예보에 따라 이미 감은 잡아 놓지만 풍향 · 풍속 등을 다시 면밀히 관찰해 그날 패러글라이더 안전도를 테스트할 장소를 결정한다.

지난 10월20일에는 아침부터 한강 선착장을 찾았다. 테스트팀은 언제나 8~10명이 움직인다. 테스트 파일럿은 영국 출신인 세계 챔피언 로비 위탈. 미우주항공국(NASA)에서 일하는 로이 하그도 대교의 기술 고문 격이다. 이 날 송이사는 네 가지 모델을 시험했다. 결과는 한두가지 결함만 보충하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양호했다.

테스트 결과가 좋다고 무조건 시판할 수는 없다. 독일에 있는 국제 공인 기관에 안전도 통과 확인 증서를 받아야 한다. 그것도 한 모델에 초보자용 · 중급자용 · 경기용 등 네 가지 분야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 신제품 모델은 대개 2년마다 한번씩 바꿔주어야 한다. 대교가 취급하는 모델이 수십 가지여서 거의 매일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셈이다. 이 일이 송이사의 몫이다. 송이사는 92년까지만 해도 패러글라이더 제조회사인 ‘에어맨’의 사장이었다. 그러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싫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대교의 서정준 사장과 합류했다. 76년 대학 재학 시절 행글라이더로 하늘과 인연을 맺은 송이사는 지금도 패러글라이딩 선수권대회에 직접 출전한다. 디자이너가 직접 하늘을 날면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는 일종의 전략도 있지만, 고객의 안전을 완벽하게 책임지겠다는 직업 의식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더를 만드는 작업은 재단 · 봉재 같은 단순 작업이 아니다. 고도의 제작 기술이 필요한 만큼 일종의 경비행기 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산 스포츠 레저 용품은 세계의 하늘에 이어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세계의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판촉활동 안해도 ‘특등’ 대접
먼저 오토바이용 헬멧. 오는 11월은 오토바이용 헬멧 제조업체 (주)홍진크라운이 미국에 본격 진출한 지 꼭 10년째가 된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 진출해 10년째 사업체를 운영하는 홍완기 사장(53)에게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이익금을 재투자에 쏟고 있다. 구태여 변화를 꼽는다면 승용차가 바뀌었고 사무실에 에어컨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사업하는 친구가 보다 못해 강제로 에어컨을 달아 준 것이다.

홍진크라운(HJC)헬멧은 지난해 미국시장에 30만개, 1천1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일본 · 독일 업체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올해 목표는 35만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유럽통합규격인증을 획득해 놓았기 때문에 유럽 시장 공략은 시간 문제다 그 다음 목표는 일본이다. 지난 7월 일본 통산성 표시 허가를 따내 자신감을 높였다.

홍진크라운도 미국 진출 초기에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의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홍사장은 ‘바이어에게 끌려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미국 업체의 제의를 뿌리쳤다.

미국 진출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홍사장은 동생 홍수기씨(현 미주지사장)를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동생 홍씨는 83년 미국에 처음 입국할 때 공항 직원과 말이 안통하자 직원에게 영한사전을, 자기는 한영사전을 꺼내 단어를 교환하며 대화하는 배짱을 보였다. 그렇게 어렵게 입국한 미국이지만 헬멧 승인 시험에 번번히 떨어졌다. 워낙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풍토 때문이었다.

한번은 승인 시험 일정이 예정보다 늦게 잡힌 일이 있었다. 시험을 담당하는 박사 집 앞의 눈을 쓸어 감복시켜 일정을 당기는 데는 성공했으나 테스트 통과에는 또 실패했다. 그러나 그 미국인 박사는 이례적으로 홍진 제품의 문제점을 일러줬고 결국에는 그 어려운 미국 연방교통부 승인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인간적인 측면을 우선한 동양식 거래가 성공한 셈이다.

HJC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은 조그마한 오차도 허용치 않는 철저한 품질관리 때문이다. 지난해에만도 연구개발비로 무려 7억원을 썼다. 품질보증부 조학기 실장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들로부터 HJC 덕분에 아들이 사고를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는 감사 편지가 온다고 말한다.

이처럼 품질 관리에 철저하다 보니 HJC는 해외에서 유별난 판촉 활동을 안하고도 특등 대우를 받는다. 바이어들이 광고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홍진은 고정 바이어 외에는 물건을 달라고 떼를 써도 거래선을 늘리지 않는 상도덕을 지킨다.

홍진크라운의 사훈은 ‘우리 힘으로 세계 제일을’이다. 미국 오토바이 전문 잡지인 <모터사이클 인더스트리>는 지난 12월호 표지 모델로 HJC를 선정하기도 했다.

홍진크라운 직원들은 거의 다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작년과 올해 분당과 신갈에 사원 주택 20채를 지었고, 내년에는 노총각 사원을 대상으로 용인에 20채를 지어 입주시킬 계획이다.

세계 제일에 올라서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또한 쉽지 않다. 최후의 승자가 진짜 세계 최고인 것이다. 세계 제일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제품 개발뿐 아니라 팀워크를 매우 중요한 재산으로 여긴다. 경남 김해군 장유면에 있는 자전거 신발 전문 생산업체인 (주)우연의 사훈은 ‘사랑의 실천을 통한 자기 완성’이다. 이 사훈에는 정철상 사장의 인간사랑 정신이 배어 있다. 정사장의 경영 철학에는 생산직에 대한 배려가 듬뿍하다.

사양 산업의 대명사 격인 신발업계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와중에도 우연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 것은, 설립자 정사장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의욕과 투자,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격 우선의 대우가 직장 분위기를 가족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사원은 ‘생산 사원’, 나머지는 모두 ‘보조 사원’이라고 부른다. 제조업체 주인은 생산직 사원이라는 것이 정사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영철학으로 우연은 지난 6년간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 91년 생산 라인을 두배로 늘렷다가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다.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을 생산직 사원들이 미처 감당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한때 자금이 달리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사장은 1백10명의 직원에게 밤새도록 일일이 편지를 썼다. 반응은 직원들이 편지를 받은 다음날 나타났다. 하루 평균 1천1백 켤레이던 생산량이 1천5백 켤레로 늘어난 것이다.

이같이 노사가 따로 없는 분위기 때문인지 3년 전 신발업계가 불황에서 헤매고 있을 때 다른 회사의 이직률이 6~7%인 데 비해 우연은 1%도 안되었다고 한다.

정사장은 80년 서울대 경영대 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에 관여했다가 제적당한 골수 운동권 출신. 88년 고향인 부산에서 일본의 특수화 메이커인 시마노사와 합작으로 제품 개발에 들어가 90년 2백66만달러어치를 수출한 이래, 지난해에는 전세계 수요의 25%인 49만 켤레를 수출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현재 모든 제품을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우연은 제품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92년에는 신발 밑창을 탄소섬유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여 50년 이상 된 이탈리아 제품을 누르고 세ㅖ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한몫했다. SH-R 210으로 명명된 이 제품은, 가볍고 견고하며 신발이 꺾이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사이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신발을 신고 출전한 무명의 선수가 우승해 한국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정사장은 내년에 ‘외도’를 할 작정이다. 지난 1년간 개발한 눈썰매 신발을 본격 생산해 보려는 것이다. 이 눈썰매 신발은 종래 방식대로 신발과 썰매를 묶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이 정사장의 설명이다.

하늘과 땅에서 바다로, 한국산 스포츠 레저 용품은 세계의 강 · 저수지 · 바다의 낚시꾼들을 사로잡고 있다.

83년 낚싯대 제조 업체인 (주)은성사(부산시 사하구 간천동) 박보국 사장이 銀星의 영어식 표기인 실버 스타를 줄여 ‘실스타’란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시에 은성이 자체 브랜드를 꼭 개발해야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66년 설립한 은성은 미국 최대의 낚시용품 회사인 셰익스피어사와 OEM 방식 수출 업체로 시작했다. 막말로 잘 나가는 회사였다. 81년에는 업계 최초로 ‘천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땅 짚고 헤엄치는 OEM수출 포기
그때 해외 바이어의 무리한 가격 요구와 주문변경, 클레임 같은 횡포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오늘의 은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보국 사장은 ‘땅 짚고 헤엄치는’ OEM을 그만두고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띄웠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자체 연구팀을 만들어 제품 개발과 품질 혁신에 끊임없이 몰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93년에는 3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올해 목표는 5천만달러이다. 미국 시장은 10%, 유럽 시장은 45%를 석권했다.

국내 유일의 자체 브랜드로 세계 낚시 시장을 10년 만에 낚은 은성사는 수출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8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이 ‘실스타라는 국적 불명의 낚싯대가 유럽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긴급 보고서를 한국 본부에 타전한 사실은 아직도 업계의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89년 4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시가 은성사의 낚시용품이 현지 고용 및 세수 증대를 이룩한 데에 대한 보답으로 2㎞에 이르는 도로 이름은 ‘실스타 로드’라고 짓기도 했다.

“당시에 자체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려면 국내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습니다. 한 예로 현지 법인에 50만 달러를 투자하려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박사장은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추격해 오는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위협과, 첨단 제품을 앞세우며 질주하는 일본의 아성을 깨기 위한 방법은 꾸준한 신제품 개발뿐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도 연구소에서 연구원 35명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박사장은, 작년에 개발한 고부가가치 제품인 ‘피나클’이 세계 수출 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순 일반에게 공개할 산악용 자전거 ‘케이 바이크(K-BIKE)’도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산악용 자전거 가운데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스위스제 에스 바이크(S-BIKE)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장 밑에 충격 흡수 장치를 달았고, 제작 공정도 혁신했다. 에스 바이크에 비해 무게가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값도 절반에 가까워 에스 바이크를 단숨에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 바이크는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산악용 자전거 전시회인 ‘인터 바이크’에 출품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밖에도 (주)진웅의 고유 상표인 ‘퀘스트’ 텐트, 미국 프로야구 선수나 프로 골퍼들도 애용하는 영안 모자상사의 모자 ‘야(YA)’ 등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한국산 스포츠 레저 용품이다.

스위스의 한 경제 연구소는 한국의 텐트 전문업체인 진웅을 21세기형 기업으로 선정했다. 반품률이 1%도 안될 정도로 품질 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퀘스트 텐트는 지난해 7천2백만달러어치를 50여 나라에 수출해 세계 시장의 3분의 1, 미국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했다.

세계 최고, 세계 제일의 자리를 지키는 중소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품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 세계 1등의 비결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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